아우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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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의 가장 큰 매력은 기괴, 몽환, 불가사의, 신비, 욕망이 하나로 어우려져 가장 독특한 고딕 소설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은 가장 어둡고 내밀한 인간이 가진 나약한 욕망을 깊고 깊은 명암을 통해, 길고 좁은 복도를 통해, 눈이 부실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닌 젊음과 약하디 약한 나약한 노인의 모습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환상 속으로 이끈다. 

가난한 젊은 역사학도 펠리페는 신문에 난 높은 월급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는 최신식 건물에 둘러싸인 퇴락한 저택을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백살은 족히 넘어보이는 노파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원하는 일의 종류를 듣게 된다. 펠리페가 해야 할 일은 오래 전에 죽은 노파의 죽은 남편 요렌테 장군이 남긴 원고를 정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펠리페는 알 수 없는 기이함과 두려움에 망설이게 된다. 노파의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조카 아우라를 보기 전에는....... 그녀의 파도처럼 일렁이는 초록 색 눈을 들여다 본 순간 펠리페는 그녀에게 사로잡히게 되면서 이야기는 기이한 환상과 욕망 속에 일렁이게 된다. 

'아우라'는 독특한 이인칭 화법을 사용하여 시종일관 화자를 통해 그를, 그녀들을 바라보게 되며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인칭 화자는 일인칭을 지칭하다, 그를, 그녀, 노파를 번갈아 가며 지칭하는 삼인칭을 섞어 묘사하며 펠리페, 아우라, 콘수엘로 부인, 요렌테장군의 과거, 현재를 뒤섞으며 몽환 속으로 빠지게 한다. 환상적인 기법, 독특한 화법으로 '아우라'를 더욱 더 신비롭고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부각시키며 인간의 집요한 어두운 욕망과 애잔하다 못해 서글퍼지는 한 여성의 치명적인사랑에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이 나오게 된다. 공간의 강렬한 명암대비, 젊음과 늙음, 추함과 아름다움, 환상과 현실을 절묘하게 대비시키며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 끌림으로 펠리페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내가 읽은 고딕 소설 중 가장 독특하고 멋진 소설이었다. 아마도 난 이 책을 앞으로도 또 읽게 될 것이고,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기묘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고 매번 감탄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그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미로와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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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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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세상에는 모든 갖은 이유를 들어 자신을 합리화하며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 울컥!! 눈물이 났다. 세상에 이런 일이 끔찍한 일들이 있을까 싶은 일들이 버젓이 뉴스, 신문,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알려진다. 빠른 정보는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하지만 그 빠른 정보와 쉴 새 없이 나오는 뉴스에 피해자와 피해 가족들의 고통이 묻어져 나오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불안하고 불편한 안도아닌 안도를 하게 된다.  

여기 두 명의 한참 맘껏 뛰어 놀며 다른 걱정은 하지 말아야 할 일곱 살 여자 아이 둘이 있다. 아이들 이름은 칼리와 페트라이다. 그저 평범하게 잘 놀고 웃고 하는 단짝 친구들이다. 다만 칼리가 3년째 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둘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마음의 눈과 귀로 읽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새벽 두 아이는 잠옷차림에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사라지게 되고 경찰이 집중적으로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수사과정에서 밝혀지는 칼리의 가정사는 알콜중독자 아버지 그리프로 인한 폭력으로 얼룩져 있음이 밝혀지고 오빠 벤과 칼리가 무수한 폭력과 협박에 시달렸음이 알려지고 칼리의 침묵은 고통으로 인한 선택적 함묵증이었음이 밝혀진다. 엄마 안토니아는 아이들의 아빠라는 이유로 참고 또 참고 살았고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깊은 상처를 받았을 거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두 아이의 실종사건에 칼리의 아빠 그리프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에 페트라의 부모는 분노하게 되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게 된다. 

'침묵의 무게'는 칼리의 엄마 안토니아, 오빠 벤, 칼리, 페트라, 페트라의 아버지 마틴, 부보안관 루이스의 관점이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아이들의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님과 형제의 고통과 아픔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동이 실종되면 가장 먼저 부모를 의심하게 되고 집안사가 낱낱이 파헤져지게 된다. 그 와중에 가족들과 아이들은 고통의 시간을 견디어하며 사건해결을 위해 견뎌내야 한다. 안토니아 역시 자신의 잘못된 결정으로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음을 사건을 통해 깨닫게 되고 페트라의 아버지 역시 자신의 집에서 아이를 잃어버리고 페트라의 가해자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아동관련 사건은 항상 큰 분노와 좌절감을 동반한다. 도대체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막막하기 그지 없고 법집행은 느리게만 진행되는 것 같다. 설사 법집행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죄는 아이들이 받은 고통과 상처에 비해 적은 형량을 받는 것 같아 분노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이 받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어떻게 치유를 해주어야 할지, 그 마음의 상처가 회복이 되기는 하는 것인지 끝없이 묻게 되고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하게 된다.  

칼리의 오빠 벤은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그게 문제인 것 같아.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때에 하지 않는 거.' 402쪽  

아이들에게 너무나 헌신적인 엄마였지만 아빠의 폭력, 폭언 앞에서 아이들을 방어하고 보호하지 못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한 선택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페트라 업지 마틴 역시 자신의 사랑스런 딸 페트라에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죽음직전까지 가게 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다. 이렇듯 사건은 아이들의 고통과 상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주변 세계를 송두리째 암흑으로 바꿔버리게 된다.  

다만 바라게 되고 다짐하게 되는 것은 더 이상 상처받은 사람들을 가십거리로 만들어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장담 못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 정부와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피해를 받은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 떠들썩했던 사건들을 보면서 사건만 보았지, 그 상처받은 아이와 가족들한테까지는 미처 마음이 가지 못했던 점이 낯부끄럽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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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야 (양장)
전아리 지음,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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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야'는 알싸한 미열과 함께 키득거림을 맘껏 선사한 책이다. 누군가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좋아해본 적이 있다면, 그래서 그 짠했던 마음을 안다면 '팬이야'는 기분 좋은 선물같은 책이 될 것이다. 팬클럽에 가입해본 경험이 있다면 더욱 그럴 것이고.......

아마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연예인을 좋아해도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는 정도이고 관심을 갖는 정도이지만 우리의 귀여운 주인공 정운은 다르다. 우연히 이벤트에 당첨되어 아이돌 그룹 시리우스 멤버들의 포옹을 받는 순간 찡함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일상의 괴로움을 위로받게 된다.  그 후 시리우스의  왕 팬이되고 그룹 멤버 현우의 애잔한 팬이 되면서 그녀의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다. 

스물아홉의 계약직 회사원 정운은 그저 하루하루를 회사에서 잘리지만 않기만 바라며 그림의 배경처럼 다니고 있다. 별 의욕 없이 살던 정운은 회사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남자친구가 생일날 유부남이라고 고백하는 등 인생은 꼬일 대로 꼬인 채 아무 곳에서도 위로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히 포옹 이벤트인지도 모르고 긴 줄을 썼던 정운에게 시리우스 멤버들의 포옹은 상상도 못할 큰 위로를 주며 시리우스 그룹의 왕 팬이 되는 순간이 된다.  

항상 소극적이고 묻혀가고 싶어 했던 정운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변화되기 시작한다. 당당하게 고백도 먼저 하게 되고 부당한 대우에는 당돌하게 맞서게 되는 등 더 이상 삶의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주체가 되고자 맞서게 된다. 그렇다고 김정운의 인생이 확! 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랑에도 서툴고 상사한테 여전히 놀림 대상이 되지만 그녀는 이젠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여성이 되었고 그거야말로 그녀가 얻게 된 큰 수확이다. 자신의 삶에 영원한 팬이 되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면 그 이유를 알 것이라 생각한다. 

'팬이야'는 한 이 년 전 내가 가입했었던 한 뮤지컬 배우의 팬클럽이 생각이 나서 웃음이 더 났었고 큰 공감을 했었기 때문에 읽는 동안 즐거웠다. 나 역시 우연히 단체관람을 했던 뮤지컬에서 그 배우를 보고 반해서 같은 공연, 그 배우가 주연하는 뮤지컬은 다 보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티켓 오픈하는 날 긴장한 채 최대한 앞자리를 앉으려고 노력했었다. 주인공 정운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팬이 아니었지만 실속 팬은 되지 않았었나 싶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팬클럽이 사라지면서 나의 들뜬 팬의 마음도 슬슬 사라지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 배우가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운이 아이돌 그룹 시리우스의 현우에 대한 응원을 공감할 수 있었고 모처럼 즐겁게 웃고, 찡하며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전 아리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싶게 작가의 팬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다른 얼굴의 정운을 응원한다. 더불어 나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더 이상은 삶에서 물러서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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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랜드랜드 여행 A to Z
오카오 미요코 지음, 이서연 옮김 / 디자인이음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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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에 예쁘게 색색깔 볼펜과 색연필로 꾸미고 기억에 남거나 마음에 담긴 이야기들을 적어 내려 간 귀여운 비밀이 담긴 일기를 엿 본 느낌이다. 폴라로이드 사진만이 가지는 아니, 저자의 마음이 담긴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선명하지 않아서 더 좋고 멋지지 않아서 더욱 더 좋은 느낌이랄까.  

저자는 '진짜' 여행을 한다. 멋진 장소를 찾아가고 화려한 사진들을 남기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마음이 찡해지는 장소에 머물며 지나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찍고, 마켓에서 귀여운 미소를 지닌 아이들의 모습을 찍기도 하고 마음에 쏙 들었던 구매한 쇼핑물을 찍으며 소소하게 기뻐한다. 독자는 읽으면서 저자의 여행지에서의 작은 행복을 큰 행복으로 느끼게 된다. 

우연히 시작된 북유럽여행을 시작하면서 '랜드'자가 붙은 나라는 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떠나간 된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 더 이상 귀여울 수 없고 사랑스러울 수 없으리만큼 따뜻한 감성으로 북유럽에서의 느낌을 소근 거린다. 그래서 더 저자의 여행지가 나의 추억인 마냥 즐거워지고 애틋해진다. 아직도 나에게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북유럽(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등)의 거리와 마켓, 호텔, 선물가게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하바로프스크의 시장에서 아주머니에게 직접 샀다는 수제 벙어리 장갑은 심히 촌스러웠음에도 껴보고 싶었고 시드니 프리마켓에서 샀다는 촌스런 옷걸이들은 묘하게도 마음이 간다.  

이렇듯 저자가 여행하고 구입하고, 머무는 호텔, 식당, 공원은 그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누구나 한 번쯤 훌쩍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아도 여행자로서의 마음과 경비만 준비된다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여행지에서의 설레는 거리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꿈꾸게 한다. 어쩌면 저자의 사진 속 정감 있는 피사체들이 우리네가 여행지에서 찍게 되는 사진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더 끄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여행지에서 호텔 앞, 맥도날드, 인형사진들을 잔뜩 찍고 와서는 혼자 슬쩍 '뭐 이렇게 많이 찍었어.' 하는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저자의 감성이 훨씬 뛰어나지만 그만큼 낯설지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폴라로이드 카메라 사진에 엄청 반했음) 낯선 여행지에서의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는 설렘이 가슴을 친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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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 1881 함께 읽는 교양 6
토머스 캐스카트 지음, 윤인숙 옮김 / 함께읽는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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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유쾌하다. 그들이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도 즐겁고 어떻게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지,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쇼펜하우어, 니체, 카뮈, 그리고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들이 삶의 의미에 대해 고심하였던 많은 죽음에 관한 철학적 이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렵고 심각하고 진중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죽음'이라는 주제를 신나는 수다와 같은 촌철살인의 농담으로 두 저자는 재미난 그림과 함께 철학, 종교, 심리학을 넘나들며 이야기하기 때문에 기꺼이 그들의 수다에 동반하게 된다. 

'죽음'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인간만이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최대한으로 미루고 싶은 것 또한 '죽음'일 것이다. '난 언젠가 죽을 거야'라고 내가 이야기했다면 아마도 그것은 죽는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믿고 싶지는 않다는 것일 테고, 영원히 살고 싶지는 않아. 모든 생물들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순환되어야만 해라고 했다면 그 속뜻은 남들보다 좀 더 젊음을 유지하다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면서 충분히 살았다고 느낄 때 죽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되는 일인가 말이다. 죽음을 친구처럼, 삶의 동반자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은 엄청난 내공을 쌓기 전에는 가능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저자의 신나는 '죽음'에 대한 여러 이견들과 철학, 종교, 심리학을 두루두루 섭렵하고 유머가 가득한 짧은 이야기들과 뉴욕을 대표하는 다양한 삽화가들의 그림을 보며 웃다보면, 죽음, 사후세계, 불멸에 대한 여러 심각한 이야기들이 즐거워지기까지 한다. 

예전에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던 동화 '트리갭의 샘물'이 떠오른다. 우연히 한 가족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샘물을 발견하고 가족들이 마시게 되고 바로, 그 순간 멈추게 되는 것이다. 중년의 부부와 십대의 아들은 그 상태 그대로 영원히 살게 된다. 드디어 불멸을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부부는 행복하지 않았다. 아빠는 반복되는 삶이 지겨워 죽으려고 갖은 노력을 하지만 죽지 못하고, 엄마는 이러한 지루한 삶을, 친한 친구, 가족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삶을 그냥 무기력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들은 기꺼이 영원불멸의 삶을 받아들인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봐야하고 한 곳에 오래 정착할 수 없다해도 말이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되었고 어린 소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의 순리를 따르기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과연 영원히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질문을 해보고 주위에 물어보곤 했었다. 대부분의 대답은 '죽고 싶다'였다. 언젠가는....... 사람들은 불멸을 꿈꾸지만 영원한 삶을 꿈꾸지만 결코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에는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었다. 나 역시 오래 건강하게 살다가 한 번에 편안하게 가는 죽음을 원하지만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죽음'을 삶의 한 일부분으로 유쾌하게 저자들처럼 받아들인다면 '죽음'이 더 이상 두려울 것도 없고 심각할 것도 없을 것 같다. 잘 산다는 것은 잘 마무리한다는 뜻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은 예술가들, 종교가들, 철학자들이 상상했던 '천국'은 죽음 뒤에 혹여 없을지라도 '죽음'만은 확실히 올 거라는 사실이다. 그 죽음을 두 유쾌한 저자들처럼 시종일관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만으로도 '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는 나에게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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