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게만 느껴진 1월의 겨울을 지나는 중이고 책 읽기의 리듬은 살짝 가라앉는 중이라 나름 조절 중이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책, 나를 얼마만큼 드러내고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책, 좋아하다못해 이젠 애틋함마저 느껴지는 작가 레이먼드 챈드러의 소설, 매번 관심이 가는 작가의 신작, 겨울에는 역시 옛 이야기 듣고 읽으며 지내야지 하는 생각을 나게 하는 책들을 모아본다. 겨울 밤은 길고 생각할 시간도 많으니까 말이다.

<토마토가 전래되던 시절 이탈리아의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토마토를 재배하던 청년 다비도와 올리브 농장의 딸 마리의 사랑 이야기- 알라딘 소개 중> 

그렇다. 토마토에 대한 이야기이며 음식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사랑과 삶의 이야기가 시끌벅적한 16세기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공국 시골 마을, 유대인 할아버지와 손자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다비도와 마리의 금지(?)된 사랑이야기와 함께... 

아직은 앞부분을 읽고 있는데, 작가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둘의 삶에, 사랑에 갈등을 집어넣기도 하며 이야기를 연극처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재미난 몰입이 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다 읽고나면 마음이 훈훈해질거라는 기대감과 함께 말이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침실과 사무실을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MP3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하며, 개인 블로그를 엿보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소지품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지 검증해냈다.- 알라딘 소개 중>

 지금 현재 가장 많이 읽었고 신이나서 읽는 중이다. 나도 모르게 늘어놓는 물건들에 투영된 나의 신념, 욕망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러고보니, 책장에 있는 내 책들을 보면 은근 알 수 있다. 인문 책들을 좋아하지만 소설보다는 덜 한 편인데도 한 쪽 책장에는 가장 잘보이는 곳에 인문 책들을 늘어 놓았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난 소설도 좋아하지만 인문 책도 읽는 사람이거든.' 하고 말이다. ㅋ  

 

나 역시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를 알게 된 이유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끼를 엄청 좋아하다보니, 그가 좋아한다는 작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알게 된 작가이고 지금은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서 애틋한 마음이 드는 작가이기도 하다. 물론 예전에 다 읽었다. 그의 소설들...하지만 최근에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열망(?)아래 한 권씩 다시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되는 필립 말로가 좋다.

  

  

  

 

 <허기의 간주곡>은 외롭고 조숙했던 소녀에서 강인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작가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르 클레지오라는 한 인간을 이루는 세계의 근원과 그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알라딘 소개 중>
 

작가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를 읽은 후, 노벨문학상 수상작 책도 재미있구나 하고 느꼈다. 그러니 당연히 관심이 가는 소설이다.   <황금물고기>의 라일라에게서 느껴지던 강한 생명력을 <허기의 간주곡>소녀는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해진다.

 

   

 

 <'고야산 스님'은 우연히 만난 고승이 들려주는 마녀의 이야기로, 고승의 어투와 이야기의 내용이 어우러져 신묘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알라딘 소개 중-> 

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어찌 관심이 안 가겠는가. 더구나 겨울에는 옛 이야기를 따뜻한 이불 속에서 들어야 제 맛이고 한 여름에는 무시무시한 호러, 미스터리를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이니 말이다. 암튼 제목부터 끌리는 이 책을 곧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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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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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는 20세기 LA의 고독한 기사로 대표된다. 비정하고 쓸쓸한 도시에서 맞부딪히게 되는 상상을 뛰어넘는 음모와 애증관계에서 환멸과 분노를 느끼게 되지만 필립 말로는 그러한 상황들을 차분하고 담담한 시선과 마음으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맡은 일을 처리해 나가는 인물이다. 첫 작품인 '빅 슬립'에서 자세히 묘사되고 있는데, 필립 말로는 캘리포니아 산타로사 출신으로 33세 미혼이며 지방 검사 와일드 밑에서 수사관 생활을 하다가 불복종으로 해고당했다고 탐정 사무소를 차린 탐정으로 거구의 당당한 체격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거구의 탐정은 겉치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담하게, 당당하게 사건 속을 헤쳐나가고 있다.   

'빅 슬립'은 탐정 필립 말로가 스턴우드 가의 의뢰를 받고 방문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노대령에 비해 너무 어린 말썽많은 두 딸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두 자매가 감추고 있는 사건의 진실과 거짓말 속에서 필립 말로는 중심을 잡으며 비밀과 비열한 현실 속에 갇힌 스턴우드 가를 보호하고 진실을 찾아야만 한다. 진실은 무엇인지, 진실 속에 숨겨진 거짓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갈등하게 되고 이상한 거짓말 같은 냉혹한 현실 속에 놓이게 된다.

'빅 슬립'은 이야기 내내 비가 내리고 있고 사건 속에 담긴 비열하고 비정한 현실들은 주위를 회색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사건 속 사람들의 속고 속이는 관계 속에서 그들은 길을 잃고 오로지 나락을 향해서 무한질주하게 된다. 그 속에서 탐정 필립 말로는 그 나름의 규칙과 질서를 정하며 진실을 찾고자 한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 속에서 필립 말로는 고군분투하며 세상에 맞서고자 한다. 비정하고 쓸쓸한 거리에서 그가 걸어오고 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추리소설은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의 거리의 모습과 사람들의 본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투박하지만 매력적인 인물 필립 말로가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필립 말로로 인해 더 생생함을 주며 쓸쓸한 거리에서 내 곁을 지나가는 그를 볼 것만 같다. 비내리는 거리를 무심히 내려다보며 의뢰인과 사건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온 몸으로 사건의 진실을 찾아 헤매일 그를 떠올려보게 된다. 복잡미묘한 사건 속에서 진실을 찾으며 의뢰인을 무심한 듯 배려해줄 그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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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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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에게 들어온 꿈의 장소 곰스크로 가는 것이 소원인 한 남자가 갓 결혼한 신부와 함께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타면서 시작된다. 남자의 평생의 꿈의 도시인 곰스크로의 여행은 그에게는 운명의 장소이기도 하고 인생의 진정한 목적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아내에게는 곰스크로 가는 여행이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갈등은 시작되고 남자의 곰스크로의 여행은 평범한 삶 속에 주춤하게 되고 망설여지게 되고 미루어지게 되면서 점점 멀어져만 가게 된다.

곰스크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래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떠나려는 남자와 여행 중 우연히 내리게 된 작은 마을에 정착하며 결혼생활을 하려는 아내와의 갈등 끝에 결국 사내는 곰스크로의 꿈을 접고 마는 과정은 많은 공감을 갖게 한다. 처음에 느끼는 감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남자의 곰스크에 대한 무한 애정에 공감하게 되고 그의 꿈을 붙잡는 아내에게는 실망감을 갖게 하며 무작정 답답함을 느끼게 하였다. 하지만 현실에 어떻게든 적응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는 아내의 의지 또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지 않은 채, 꿈만을 따라가려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안타까운 마음 또한 그녀의 다소 무리한 행동과 말 속에 절절히 담겨 있어 여러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곰스크로의 여행은 누구에게나 있고 비록 이루어지 못한 꿈이라도 마음 속에 남아있는 그 꿈에 대한 마음은 쉽게 포기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묻히듯 살다가도 어느 순간 남자가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돌아와 다락방에 올라가 혼자만의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하듯이 우리는, 나는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아련한 곰스크에 대한 열정어린 마음을 말이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묘하리만큼 긴 여운을 주고 있다. 읽는 동안에도 다 읽은 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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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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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삼수탑'은 우선 좀 낯설고 어색했었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기존의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과는 사뭇 달랐고 미스터리가 적어진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대신 좀 더 탐미적이고 대중적이어서 마치 아침 드라마의 모든 것을 본 듯한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탐욕. 치정, 사랑, 배신, 집착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자 그럼 '삼수탑'이 들려주는 흡입력 강하지만 왠지 끈끈함이 남는 이야기 속으로 가보기로 한다. 

'삼수탑'은 1인칭 여성 화자의 이야기로 진행되고 '삼수탑'에 얽힌 살인사건의 배경과 심경, 주변상황을 들려준다. 여주인공 요코네는 양친을 잃고 대학 교수인 백부의 양녀가 되어 아름다운 규수로 자랐다. 어느 날 증조부의 남동생 겐조가 그에게 백억 엔에 이르는 재산을 상속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는데, 조건은 겐조라는 분이 정해준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요코네는 처음엔 강한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결혼이라는 조건에 강한 반감을 같지만 백억 엔에 이르는 재산은 쉽게 넘길 수 있는 제안이 아니기에 요코네를 둘러싼 모든 주변 사람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수수께끼의 정혼자는 그만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오토네는 단독 상속의 자격을 잃게 되고 겐조의 유산은 모든 친척들에게 똑같이 분배가 될 상황이 되고 그들 서로는 적대시하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해가 버리고 유산 상속이 예정되었던 친척들이 살해되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게 되고 요코네는 혼란 속에서 의문의 육체적 매력이 돋보이는 한 남자에 의해 육욕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면서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우연의 연속과 남자에 의해 조종되는 되는 여주인공 요코네를 만나게 된다.  

'삼수탑'은 세 사람의 머리를 공양해놓은 '삼수탑'을 소재로 욕망과 죄악이 얽힌 사연을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유산상속을 통해 전 세대와 후세대를 끈끈하고 집착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이야기이다. 오래전에 발표된 소설이라 여주인공 요코네의 행동은 이해불가가 되기도 하지만 강한 매력을 지닌 남자에게 반한 젊은 여자로 이해하기로 하고 넘어가고 도대체 언제쯤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사건을 풀어가며 해결해줄까 기다려보았다. 허나 언제나 그렇듯 너무나 많은 희생자를 남긴 후에 나타난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번 소설에서는 존재감이 더욱 더 미미해서 아쉬웠지만 소설 전체를 이끌어가는 흡입력만은 최대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삼수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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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북
F. E. 히긴스 지음, 김정민 옮김, 이관용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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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북'은 누구나 살면서 한 가지 정도는 갖게 되는 비밀스러운 비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밀의 심각성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그 비밀을 가슴 속 깊은 곳에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심적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각자의 사연들을 비밀스런 한 사나이에게 털어내고 구원을 받는 과정과 그 후의 씁쓸한 인간의 어두운 행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빅토리아 여왕시대를 배경으로 이런저런 사연으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마을사람들과 부모로부터 끔찍한 배신을 당하고 목숨에 위협을 당한 채 어둡고 고통의 근원이었던 도시를 떠나 탈출하게 된 러들로 피치와 그러한 사람들의 고통스런 비밀을 사고 돈을 지불하는 비밀스런 전당포를 하는 조 자비두의 이야기이다.  

산자락 끝에 매달리듯 세워진 작은 산골마을에 러들로 피치와 의문의 사나이 조 자비두가 만나게 되면서 운명의 수레는 돌아가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비밀의 전당포를 차리고 매일 밤 자정이 되면 순박하고 착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끔찍하고 비밀을 털어놓고 구원을 받게 되는데, 그 소름끼치는 비밀과 고통의 시간들은 마을 유지인 제레미아로 귀결되고 그가 마을 사람들의 원흉임이 드러나게 된다. 점차 마을 사람들은 조 자비두에게 무엇인가 행동해주기를 기다리며 재촉하게 된다. 이에 조 자비두는 기다리는 말만으로  마을 사람들의 자제를 요청하자 순진했던 마을 사람들은 순식간에 적의 집단으로 바뀌며 러들로 피치와 조 자비두를 궁지에 몰게 되면서 작은 산골마을은 혼돈의 시간을 갖게 된다.

'블랙북'은 작은 산골마을에서 한 사람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고통스럽고 끔찍한 비밀이야기를 중심으로 털어 놓는 자와 그 비밀을 사는 자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비밀을 사되, 개입하지 않는 블랙북의 주인과 비밀을 털어놓은 후 운명이 바뀌기를 바라던 사람들과의 이야기의 전개상황은 실로 놀랍고 두려울 정도이다. 사람들의 변해가는 마음과 행동들은 그 어떠한 소름끼치는 비밀이야기보다 더 두렵고 공포였다. 자신들만 생각하는 집단이기주의 마음은 조 자비두와 러들로 피치를 떠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점은 조 자비두는 이러한 일들을 수 없이 겪었다는 듯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안타까운 체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인간의 보여주는 어두운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다시 깨닫게 되는 것 같아 쓴 맛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깨닫고 반성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기에 '블랙북'은 조 자비두에서 러들로 피치에게로 이어지며 세상 어디에선가 우리들의 어두운 비밀을 들어주고 구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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