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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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는 20세기 LA의 고독한 기사로 대표된다. 비정하고 쓸쓸한 도시에서 맞부딪히게 되는 상상을 뛰어넘는 음모와 애증관계에서 환멸과 분노를 느끼게 되지만 필립 말로는 그러한 상황들을 차분하고 담담한 시선과 마음으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맡은 일을 처리해 나가는 인물이다. 첫 작품인 '빅 슬립'에서 자세히 묘사되고 있는데, 필립 말로는 캘리포니아 산타로사 출신으로 33세 미혼이며 지방 검사 와일드 밑에서 수사관 생활을 하다가 불복종으로 해고당했다고 탐정 사무소를 차린 탐정으로 거구의 당당한 체격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거구의 탐정은 겉치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담하게, 당당하게 사건 속을 헤쳐나가고 있다.   

'빅 슬립'은 탐정 필립 말로가 스턴우드 가의 의뢰를 받고 방문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노대령에 비해 너무 어린 말썽많은 두 딸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두 자매가 감추고 있는 사건의 진실과 거짓말 속에서 필립 말로는 중심을 잡으며 비밀과 비열한 현실 속에 갇힌 스턴우드 가를 보호하고 진실을 찾아야만 한다. 진실은 무엇인지, 진실 속에 숨겨진 거짓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갈등하게 되고 이상한 거짓말 같은 냉혹한 현실 속에 놓이게 된다.

'빅 슬립'은 이야기 내내 비가 내리고 있고 사건 속에 담긴 비열하고 비정한 현실들은 주위를 회색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사건 속 사람들의 속고 속이는 관계 속에서 그들은 길을 잃고 오로지 나락을 향해서 무한질주하게 된다. 그 속에서 탐정 필립 말로는 그 나름의 규칙과 질서를 정하며 진실을 찾고자 한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 속에서 필립 말로는 고군분투하며 세상에 맞서고자 한다. 비정하고 쓸쓸한 거리에서 그가 걸어오고 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추리소설은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의 거리의 모습과 사람들의 본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투박하지만 매력적인 인물 필립 말로가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필립 말로로 인해 더 생생함을 주며 쓸쓸한 거리에서 내 곁을 지나가는 그를 볼 것만 같다. 비내리는 거리를 무심히 내려다보며 의뢰인과 사건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온 몸으로 사건의 진실을 찾아 헤매일 그를 떠올려보게 된다. 복잡미묘한 사건 속에서 진실을 찾으며 의뢰인을 무심한 듯 배려해줄 그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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