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북
F. E. 히긴스 지음, 김정민 옮김, 이관용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블랙북'은 누구나 살면서 한 가지 정도는 갖게 되는 비밀스러운 비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밀의 심각성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그 비밀을 가슴 속 깊은 곳에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심적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각자의 사연들을 비밀스런 한 사나이에게 털어내고 구원을 받는 과정과 그 후의 씁쓸한 인간의 어두운 행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빅토리아 여왕시대를 배경으로 이런저런 사연으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마을사람들과 부모로부터 끔찍한 배신을 당하고 목숨에 위협을 당한 채 어둡고 고통의 근원이었던 도시를 떠나 탈출하게 된 러들로 피치와 그러한 사람들의 고통스런 비밀을 사고 돈을 지불하는 비밀스런 전당포를 하는 조 자비두의 이야기이다.  

산자락 끝에 매달리듯 세워진 작은 산골마을에 러들로 피치와 의문의 사나이 조 자비두가 만나게 되면서 운명의 수레는 돌아가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비밀의 전당포를 차리고 매일 밤 자정이 되면 순박하고 착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끔찍하고 비밀을 털어놓고 구원을 받게 되는데, 그 소름끼치는 비밀과 고통의 시간들은 마을 유지인 제레미아로 귀결되고 그가 마을 사람들의 원흉임이 드러나게 된다. 점차 마을 사람들은 조 자비두에게 무엇인가 행동해주기를 기다리며 재촉하게 된다. 이에 조 자비두는 기다리는 말만으로  마을 사람들의 자제를 요청하자 순진했던 마을 사람들은 순식간에 적의 집단으로 바뀌며 러들로 피치와 조 자비두를 궁지에 몰게 되면서 작은 산골마을은 혼돈의 시간을 갖게 된다.

'블랙북'은 작은 산골마을에서 한 사람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고통스럽고 끔찍한 비밀이야기를 중심으로 털어 놓는 자와 그 비밀을 사는 자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비밀을 사되, 개입하지 않는 블랙북의 주인과 비밀을 털어놓은 후 운명이 바뀌기를 바라던 사람들과의 이야기의 전개상황은 실로 놀랍고 두려울 정도이다. 사람들의 변해가는 마음과 행동들은 그 어떠한 소름끼치는 비밀이야기보다 더 두렵고 공포였다. 자신들만 생각하는 집단이기주의 마음은 조 자비두와 러들로 피치를 떠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점은 조 자비두는 이러한 일들을 수 없이 겪었다는 듯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안타까운 체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인간의 보여주는 어두운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다시 깨닫게 되는 것 같아 쓴 맛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깨닫고 반성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기에 '블랙북'은 조 자비두에서 러들로 피치에게로 이어지며 세상 어디에선가 우리들의 어두운 비밀을 들어주고 구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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