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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레는 어디인가 - 길.사람.자연.역사에서 찾다
서승범 지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11월
평점 :
올레’는 걷기 길을 상징하지만, 휴식, 위로, 꿈, 성찰, 떠남, 만남도 상징한다.
어딘가를 걷는다는 것은 어린 시절에는 그저 별 의미가 없었고 목적지에 가기 위한 행위였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른이 되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걷기'의 의미는 어린 시절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내지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무상무념)'들이 되었다. 그저 걷기 위한 '걷기'로부터 시작해서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걷기'의 즐거움을 알기 시작하면서야 '길'이 보였고 그 길에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록 유명한 명소가 아닐지라도 그저 동네의 산길이고 공원길일지라도 내가 걷는 그 길은 나의 올레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오늘도 동네 산을 걸어본다.
'나의 올레는 어디인가'는 우리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저자의 장소에 얽힌 추억과 생각을 들을 수 있고 실제적인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 새로운 올레를 찾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최근에 지인들과 다녀온 독특한 모양의 소나무가 그득했던 '개심사'를 책 속에서 만나 반가웠고 다시 한 번 더 조용하고 단아했던 개심사의 아름다움이 생각이 나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재작년쯤에 가족들과 다녀 온 전주의 한옥마을과 전동성당에 대한 추억이 기억이 났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한 이 년 정도 잠시 살았던 행복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서 찾았던 길이었는데 전동성당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었다. 성당 밖의 길이 복잡하고 소음이 컸음에도 성당 안은 고요하고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 길을 따라 한옥 마을에 들어섰을 때는 사실 조금 아쉬움이 생겼었는데, 책 속의 저자의 글을 읽어보니 그랬구나 하는 다소 씁쓸한 공감을 하게 된다. 그밖에 광화문, 혜화동, 종로의 거리들은 또 다른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 외의 가보지 못한 수많은 길들은 우리나라에도 미처 가보지 못한 곳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저 막연하게 멋진 곳이라 생각하는 해외로만 가고 싶었던 철없던 마음을 다독거릴 수 있었다.
'올레'는 걷기 길을 상징하지만 나를 위한 치유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와 닿는다. 아직까지도 길을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마음이 조급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차차 좋아지리라 기대한다. 그저 걷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마움을 느끼는 것과 더불어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나만의 올레를 찾는 진정한 시간들이 되는 날까지 걸어보리라 한다. 걷다보면 진정한 올레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