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레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미세레레'는 깊고 깊은 트라우마를 가슴 속 깊은 곳에 품고 살고 있던 두 형사의 연쇄살인범 배후에 대한 집념어린 추적과 그로 인해 각기 안고 있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심도있고 밀도있게 그리고 있다.

 

파리의 아르메니아 성당에서 독일계 칠레인성가대 지휘자 빌헬름 괴츠가 괴이스러운 상태로 살해된 채 발견되고 우연히 교민행사를 위해 성당 사무실에 나와 있던 퇴직 형사 카스단이 성당 신부의 부탁으로 현장을 제일 먼저 관찰하게 되고 사건에 개입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피살자는 별다른 외상 없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고통속에 청각기관이 철저하게 파손되어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사건의 괴이함이 드러난다. 도저히 외상 없이 고막을 뚫고 좁은 청소골을 지나 달팽이관에까지 도달할 만한 무기가 상상되지 않을뿐더러 피살자 귓속에서도 무기의 잔해가 발견되지 않자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에 카스단은 몇 해전에 각지의 성가대 아이들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조용한 성품으로 알려진 성가대 지휘자 괴츠에 집중하게 된다.  한편 미성년자 보호 수사대 소속에 지성과 외모를 두루 갖춘 젊은 형사 볼로킨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는데, 바로 마약중독자라는 것이다. 그 점때문에 일시적으로 직위가 해제된 채 중독치료센터에 들어가 있다가 우연히 사건을 알게 되고 카스단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으로 몰래 수사를 시작하게 되고 결국 만나게 된 두 형사는 사건을 함께 해결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저 괴이한 사건으로만 시작된 성가대 지휘자 괴츠의 살해사건은 사건을 증언했던 사람들까지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게 되고 살해 현장에 남아 있는 문구와 시신 주변에 동일한 크기의 작은 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되고 카스단은 괴츠의 집을 수색하던 중 그가 지휘한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의 '미세레레'가 녹음된 시디에서 천상의 소년의 목소리를 듣고는 깊은 감동에 빠지게 되고 이 노래 속에 사건의 힌트가 있음을 알게 된다. 사건을 수사하면 할수록 사건의 배후에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두 형사는 직감하게 되고 괴츠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가게 된다. 두 형사에 의해 서서히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실로 경악스러운 실체를 지니게 되고.......

 

'미세레레'는 작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전작 '검은 선' 이후에 두 번째로 읽게 된 소설이다. 전작에서 사건자체에서 너무 강렬하고 극도의 공포를 느꼈었다면 '미세레레'는 사건자체의 공포도 공포이지만 사건 전체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힘에 더 강렬함을 느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형사의 개성과 매력이 부각되고 두 사람의 차마 입 밖으로 내놓지 못했던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과 그 기억으로 현재를 짓눌러 살아야 했던 트라우마를 사건을 통해, 서로를 통해 치유해가는 과정은 사건 전체의 복잡다단한 이야기 속에 멋지게 조화를 이루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보통 스릴러를 읽고 영화를 보면서도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는 편인데, '미세레레'에서 두 형사는 그 역할을 톡톡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 놀라운 의협심과 의리와 신뢰로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잘 이끌어 준다. 그래서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실제로 있을 법한 사건을 소설적 재미와 영화적 영상을 상상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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