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주영아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는 예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이었고 타 고전 추리소설에서 볼 수 없는 빠른 진행 속도에 놀라워했던 책이었다. 그래서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때 밋밋하면 어쩌나 하는 괜한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느낀 것은 세세한 부분들은 전혀 기억이 안 날 뿐만 아니라 사건 자체가 이렇게 잔혹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결국 오랜만에 다시 읽는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는 완전 새로운 책이었고 거의 결말이 드러나고 있을 때에서야 아, 그랬지 했었다. 그만큼 고전 추리소설이 주는 놀라움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현대 추리소설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세련되게 표현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 추리소설만이 주는 약간의 느림과 주인공 외에 인물들 간의 관계가 촘촘히 엮어 있는 부분들은 눈여겨 볼만하다. 그리고 이 소설은 엘러리 시리즈 중에서 가장 긴박하게 진행되고 놀라운 추격전이 있는 소설이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끔찍하고 잔혹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시체가 T자형 교차로의 T자형 도로 표지판에 목이 잘린 채 T자 모양으로 매달린 시체가 발견된다. 거기에다 피살자의 집 문에는 피로 휘갈겨 쓴 T자가 남아 있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마을 사람들하고 항상 거리를 두고 조용히 살았던 학교 교장선생님이었기에 사건의 잔인함은 더욱 더 부각이 된다. 엘러리는 그 사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되지만 어떠한 결론도 범인의 윤곽도 잡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된다. 그후 6개월 뒤에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서 똑같은 유형의 살인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게 되고 이번 피해자는  백만장자로 알려진 인물로 목이 잘린 채 T자형 토템 포스트에 못 박혀 죽은 채 발견된다. 역시 시체 주변에는 수수께끼의 T자가 피로 쓰여 있어 엘러리는 이 사건들이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는 사건임을 알게 되고 본격적으로 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T자의 수수께끼에 많은 의미를 두게 되면서 사건은 점차 수렁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고 피해자들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경악스런 사실들과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결말을 향해 내달리게 된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여전히 흥미롭다. 간혹 엘러리의 독보적인 천재성과 잘난 척이 살짝 거슬리기도 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이 함께 어울려 엘러리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데, 한 몫하고 있으니 크게 불만은 생기지 않는다. 추리의 천재인 것을 천재라고 말하는 데 뭐라고 그러겠는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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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했던 시간이 어그러져 버리면 잠시 무엇을 해야 할까 싶다. 그 시간에..

하지만 곧 잊고 이렇게 열심히 신간 훑어보고 읽고 싶은 책과 읽어볼 책을 골라본다. 참으로 단순하다. ^^;;

암튼 오늘은 두 권의 책을 골랐다.

 

작가 제니퍼 이건의 수많은 상을 휩쓴 최고작이라고 한다. 먼저 발표된 '킵'을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다. 사실 '킵'이 살짝 호불호가 갈렸던 책이라 완전 추천해요. 라고는 못하지만 '킵'을 재미나게 읽고 작가의 최고작이라고 평가받는 책이라면 구미가 당기지 않은가...

 

 

 

 

 

 

 

 

 

 

 

 <제13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 신인상 수상작. 모로즈미 다케히코의 데뷔작이다. 충격적인 소재와 신선한 시각효과로 일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딸이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자살했다고 믿는 아버지가 중학교 교실에서 벌인 살상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범인의 딸은 정말로 집단 따돌림 때문에 자살했는지, 살상사건 당시에, 그리고 그 이전에 교실에서는 어떤 끔찍한 일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는지를 처음에는 경찰이, 나중에는 방송사에서 추적해나간다. -중략- 알라딘 책 소개 중->

 

온다 리쿠의 <여섯 번 째 사요코>를 시작으로 아야츠지 유키토의 <어나더> 등등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미스터리 소설들을 꾸준히 읽고 있다. 솔직히 읽으면서도 진짜 실상은 더 끔찍할까봐 가장 마음이 불편해지는 소설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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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9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에는 어찌해야 할까...

현실에서는 무라노 미로 탐정도 없는데,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소설 속 여자는 말한다.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누구에게나 그런 밤은 있는 법이지. 하지만 그런 밤에 결국 눈물을 흘리는 건 여자야.

그러니까 말리지마." 411쪽

 

그렇다.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에는 그런 밤에 결국 눈물을 흘리게 되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녀들은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을 맞게 되고 각자의 방식대로 대처해 나가며 이야기를 이끈다. 한 여자는 자신의 소녀시절을 파멸시킨 그 사건을 잊고자하며 자신의 과거를 송두리째 지우고자 하고, 또 한 여자는 버림받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릴까봐 두려워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고자

하고, 무라노 탐정은 자신의 어리석었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를 자신의 뇌리에서 삭제시켜 버린다. 기억할 만한 가치가 없으므로.

 

신주쿠 2초메에서 활동하는 무라노 탐정은 우연한 소개로 AV 여배우의 실종사건을 접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잇시키 리나'의 의뢰인은 '성인 비디오 인권을 생각하는 모임'의 활동가 와타나베이다. 그녀는 잇시키 린가 출연한 성인비디오물의 레이프 장면이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강제로 배우의 인권을 유린한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증언을 얻고자 하는데, 그녀가 실종되었으니 그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게 되고 무라노 탐정은 그녀의 행방을 쫒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녀를 찾기 시작하자 무라노 탐정은 여기, 저기서 협박을 받게 되고 사건이 점점 더 복잡해지며 그 비디오에 얽힌 수많은 인간군상을 만나게 되면서 때론 혐오감을 또 때론 가벼운 위로를 받으며 사건을 헤쳐 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사건은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을 견뎌 내야 했던 여자들을 사건의 중심 속으로 이끌며 극을 극대화시킨다.

 

작가 기라노 나쓰오의 소설들은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신간이 나오면 구입하게 된다. 그래서 아직도 미처 읽지 못한 그녀의 소설들이 읽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은 '얼굴에 흩날리는 비'의 매력적인 캐릭터 여탐정 무라노 미로의 시리즈의 2탄이다.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를 알고자 한다면 1편부터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무라노 미로 탐정이 매력적이고 빛나 보이는 이유는 여타의 여 탐정이 보여주는 그런 재능(?)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다른 남자 탐정만큼이나 활동적이고 행동하는 여탐정이다. 불의를 참지 않고 몸으로 부딪히며 어느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그녀를 특별하고 매혹적으로 만들어 준다. 비록 마음속으로 두려움에 떨지라도 결코 물러서지 굳은 의지를 보이는 그녀는 진정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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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 - 몸에 관한 詩적 몽상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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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솔직히 '밀어'를 읽기 전까지는 몸을 전체적인 모습으로만 관심이 있었지 개별적으로 몸의 일부분을 따로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나마 얼굴은 어찌되었든 매일 보게 되니까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지만 그것조차도 거의 전체적인 모습을 본 것이지, 개별적으로 눈동자, 눈망울, 코, 입술, 귀, 귓불, 인중 등등으로 자세히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 예로 나의 눈 색깔이 밝은 갈색이라는 사실도 20대 중반에 모임에서 만난 한 여자 분이 알려 주어서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어 깜작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 당연히, 막연하게 검은 색일거라고 생각했지 다른 색은 생각도 못해봤던 것 같다. 그냥 전체적인 내 얼굴, 몸을 바라보았지 개별적인 존재로 생각해본 적도 심지어 사색을 해본적도 없음을 고백한다. 그렇기에 이 책 '밀어'는 상당히 충격적으로 도발적, 난해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난해함은 '밀어'를 읽어나감에 있어 순간, 순간 멈추게도 하고 생각의 줄을 이어 나가게도 했다.

 

시인이 써내려간 몸의 관한 시는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로 짠 가느다란 실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그 가느다란 실을 섬세하지 못한 손으로 끊어뜨릴까봐 조심조심 망설이면 잡으면서 따라가게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작가가 풀어낸 매혹적이고 현학적인 시어 앞에서 주춤하게 되고 난해함으로 받아들이고 머리를 쥐어박게 된다. 아, 그의 현학적이고 난해한 시어들의 의미들은 무엇이었을까, 제대로 이해하고 읽는 것일까 하는 마음의 조급함을 온 몸으로 느끼며 마지막까지 의심스러워하며 읽어 내려갔다. 꼭 작가의 의도와 똑같이 부합되는 것은 아닐지언정 비슷하게 가고 싶은 소심한 독자의 마음을 부여잡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몸의 은밀한 언어 '밀어'를 생각해본다. '밀어'는 처음부터 읽어나가도 되고 관심 있는 몸의 부분을 개별적으로 찾아 읽어나가도 된다. 나 역시 다음에 읽을 때는 알듯, 말듯했던 몸의 언어들을 개별적으로 찾아 다시금 읽어볼 생각이다. 매혹적인 시어가 이야기하고 있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이야기들을 '몸'을 생각하며 미처 알지 못했고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몸의 언어를 생각해보련다. 절절하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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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은총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이동윤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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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떠한 행동보다도 '말'로써 상대방에게 가장 깊고 깊은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치명적인 은총'을 읽어보면 몸서리치게 알 수가 있게 된다. 우리는 혈연으로 끈끈하게 이어진 가족관계에 깊이 묶어 있고 그 관계는 결코 선택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운명으로 이어진 것처럼 우리는 그 관계를 받아들이고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 관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면 그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는 종잡을 수 없는 고통과 끈질기고 깊은 상처가 오래도록 남아, 그 사람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캐나다의 작고 아름다운 스리 파인스 마을에서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배척당한 한 여자의 감전사로 시작된다. 그녀는 어떻게, 무엇 때문에 얼어붙은 호수에서 크리스마스 때마다 열리는 빅싱데이의 시끌벅적한 컬링 경기 도중 감전사로 죽게 되었을까?

 

가마슈 경감은 크리스마스 연휴에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는 선한 사람들이 사는 그림 같은 마을에 이사 온 낯선 여인이 호숫가에서 죽음을 맞게 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죽음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축배(?)를 드는 듯 한 모습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기에 이렇게도 배척받고 있었는지에 대해 가마슈 경감과 수사관들은 수사에 나서게 되고 그녀가 난데없이 스리 파인스에 나타난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마을의 터줏대감인 세 여인들과 순진한 여인 클라라와 연결되어 있는 인물에 대해서 알게 된다. 백화점 앞에서 죽음을 당한 노숙자 여인과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사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범인으로 떠오른 사람은 아무도 믿고 싶지 않은, 감추고 싶은 사람으로 드러나게 된다.

 

작가의 전작인 '스틸 라이프'를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 책도 술술 읽혔고 오랜만에 캐나다 눈 덮인 작은 마을 스리 파인스 마을의 정경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전작과 연결되는 부분들도 있어 전작을 읽고 읽는다면 가마슈 경감과 문제아 니콜 형사, 순진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싶어 하는 무명의 화가 클라라와 스리 파인스 마을 사람들의 면모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개별적으로 읽어도 별 무리는 없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치명적인 은총' 또한 사람들 간의 '관계'를 치밀하게 다루고 있고 그 관계 형성에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복잡다단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운명처럼 연결된 관계와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말'의 힘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또 '말'이 한 사람을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솔직히 재미로만 이야기한다면 '스틸 라이프'가 더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와 치밀한 관계묘사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은총'이 괜찮다. 스케일 큰 추리소설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작가 루이즈 페니가 그려낸 스리 파인스 마을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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