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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9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에는 어찌해야 할까...
현실에서는 무라노 미로 탐정도 없는데,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소설 속 여자는 말한다.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누구에게나 그런 밤은 있는 법이지. 하지만 그런 밤에 결국 눈물을 흘리는 건 여자야.
그러니까 말리지마." 411쪽
그렇다.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에는 그런 밤에 결국 눈물을 흘리게 되는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녀들은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을 맞게 되고 각자의 방식대로 대처해 나가며 이야기를 이끈다. 한 여자는 자신의 소녀시절을 파멸시킨 그 사건을 잊고자하며 자신의 과거를 송두리째 지우고자 하고, 또 한 여자는 버림받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릴까봐 두려워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고자
하고, 무라노 탐정은 자신의 어리석었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를 자신의 뇌리에서 삭제시켜 버린다. 기억할 만한 가치가 없으므로.
신주쿠 2초메에서 활동하는 무라노 탐정은 우연한 소개로 AV 여배우의 실종사건을 접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잇시키 리나'의 의뢰인은 '성인 비디오 인권을 생각하는 모임'의 활동가 와타나베이다. 그녀는 잇시키 린가 출연한 성인비디오물의 레이프 장면이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강제로 배우의 인권을 유린한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증언을 얻고자 하는데, 그녀가 실종되었으니 그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게 되고 무라노 탐정은 그녀의 행방을 쫒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녀를 찾기 시작하자 무라노 탐정은 여기, 저기서 협박을 받게 되고 사건이 점점 더 복잡해지며 그 비디오에 얽힌 수많은 인간군상을 만나게 되면서 때론 혐오감을 또 때론 가벼운 위로를 받으며 사건을 헤쳐 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사건은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을 견뎌 내야 했던 여자들을 사건의 중심 속으로 이끌며 극을 극대화시킨다.
작가 기라노 나쓰오의 소설들은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신간이 나오면 구입하게 된다. 그래서 아직도 미처 읽지 못한 그녀의 소설들이 읽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소설은 '얼굴에 흩날리는 비'의 매력적인 캐릭터 여탐정 무라노 미로의 시리즈의 2탄이다.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를 알고자 한다면 1편부터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무라노 미로 탐정이 매력적이고 빛나 보이는 이유는 여타의 여 탐정이 보여주는 그런 재능(?)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다른 남자 탐정만큼이나 활동적이고 행동하는 여탐정이다. 불의를 참지 않고 몸으로 부딪히며 어느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그녀를 특별하고 매혹적으로 만들어 준다. 비록 마음속으로 두려움에 떨지라도 결코 물러서지 굳은 의지를 보이는 그녀는 진정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