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 - 몸에 관한 詩적 몽상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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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솔직히 '밀어'를 읽기 전까지는 몸을 전체적인 모습으로만 관심이 있었지 개별적으로 몸의 일부분을 따로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나마 얼굴은 어찌되었든 매일 보게 되니까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지만 그것조차도 거의 전체적인 모습을 본 것이지, 개별적으로 눈동자, 눈망울, 코, 입술, 귀, 귓불, 인중 등등으로 자세히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 예로 나의 눈 색깔이 밝은 갈색이라는 사실도 20대 중반에 모임에서 만난 한 여자 분이 알려 주어서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어 깜작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 당연히, 막연하게 검은 색일거라고 생각했지 다른 색은 생각도 못해봤던 것 같다. 그냥 전체적인 내 얼굴, 몸을 바라보았지 개별적인 존재로 생각해본 적도 심지어 사색을 해본적도 없음을 고백한다. 그렇기에 이 책 '밀어'는 상당히 충격적으로 도발적, 난해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난해함은 '밀어'를 읽어나감에 있어 순간, 순간 멈추게도 하고 생각의 줄을 이어 나가게도 했다.

 

시인이 써내려간 몸의 관한 시는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로 짠 가느다란 실처럼 아련하게 다가온다. 그 가느다란 실을 섬세하지 못한 손으로 끊어뜨릴까봐 조심조심 망설이면 잡으면서 따라가게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작가가 풀어낸 매혹적이고 현학적인 시어 앞에서 주춤하게 되고 난해함으로 받아들이고 머리를 쥐어박게 된다. 아, 그의 현학적이고 난해한 시어들의 의미들은 무엇이었을까, 제대로 이해하고 읽는 것일까 하는 마음의 조급함을 온 몸으로 느끼며 마지막까지 의심스러워하며 읽어 내려갔다. 꼭 작가의 의도와 똑같이 부합되는 것은 아닐지언정 비슷하게 가고 싶은 소심한 독자의 마음을 부여잡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몸의 은밀한 언어 '밀어'를 생각해본다. '밀어'는 처음부터 읽어나가도 되고 관심 있는 몸의 부분을 개별적으로 찾아 읽어나가도 된다. 나 역시 다음에 읽을 때는 알듯, 말듯했던 몸의 언어들을 개별적으로 찾아 다시금 읽어볼 생각이다. 매혹적인 시어가 이야기하고 있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이야기들을 '몸'을 생각하며 미처 알지 못했고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몸의 언어를 생각해보련다. 절절하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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