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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금방 다 읽고는 가만히 생각해본다.
4부에 걸쳐 상실, 과잉, 이행, 단순함의 세계로 나누어 생생한 임상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랑 너무나 다른 세계에 사는 그들이 두렵기도 하고 외면하고 싶어지는 존재이기도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지금의 심정은 내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해하고자하는 생각조차 못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
몇해 전 광화문 거리에서 괴성을 내지르는 남자아이를 엄마가 반쯤은 체념한 상태로 아이를 끊임없이 타이르던 장면이 생각이 난다.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이제는 익숙해지고 지쳤는지 엄마는 불편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우리들을 무시하고 아이와 계속 시선을 마주치고자 했다.
그러나 아이는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찢어지는 듯한 괴성을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질려댔다.
당시 그 광경을 보면서 왠지 모를 짜증과 함께 불편해져서 그 상황자체를 외면했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지금이라고 그당시 상황과 무엇이 그리 다른 행동을 보이겠는냐 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이라면 조금은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는 되지 않을까 싶다.
신경장애사례들은 인간의 의식, 인식을 관장하는 두뇌신경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가장 놀라웠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보면 그는 뛰어난 성악가이며 지방의 음악교사인 P선생은 시각인식불능증에 걸려서 사람과 사물을 알아보지 못했다.
오로지 음악을 통해서만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 할 수 있었다.
항상 놓여 있는 곳에서 옷을 입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차를 마시며 일상생활을 했다.
학교에서도 뛰어난 음악선생님이며 그 패턴만 깨지 않고 음악에 파묻혀 생활할 수 있다면 평화는 유지될 것이다.
시각적인 상상력과 기억력, 시각적인 재현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례들 중에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를 소개한다.
우리는 자신이 자신임을 아는 제육감(고유감각)이 비밀스럽게 존재하고 있다.
우리의 몸의 위치, 긴장, 움직임은 제육감에 의해 끊임없이 감지되고 수정된다.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라 할 수 있다. '고유감각'이 있기때문에 비로소 '몸'이 자기 고유의 것, 자기의 것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27세의 크리스티너는 운동을 즐기던 활발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몸에 이상이 있어 간단한수술을 받고는 불행하게도 자신이 자신임을 알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고유감각'을 잃게 된다.
육체적 몸은 그대로 있지만 환자 자신은 몸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손가락하나를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크리스티너는 수많은 노력을 해서 자세를 가다듬고 일상생활로 돌아왔지만 이 병의 가장 큰 고충은 그 누구의 동정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심각한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으로 눈에 띄는 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얼간이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몸이 사라져 버린 크나큰 상실감과 함께 이해를 받지 못하는 상황 속으로 내 몰리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고육감각인 제육감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줍잖게 '나'임을 잃어버린 크리스티너의 상실감을 이해하려고 해본다.
그외에도 투렛증후군, 자페증을 가진 예술가, 환각 등을 통해 조금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그들이 사실은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은 한 '인간'임을 인식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책은 고마운 책임은 틀림없다. 또한 신경학자인 작가의 환자에 대한 애정이 따뜻하게 느껴져 더 좋았던 봄 햇살같은 책이었다.
비록 뇌신경의 일부가 이상이 생겨 다른 세계 속에 살고 있지만 어찌보면 그들 나름의 세계는 완벽(?)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