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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 에코리브르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었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한번쯤 의문을 가져 보았을 질문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 답을 해주고 있다.
물론 이 책이 우리의 고민을 다 해결해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이론들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오묘하기 그지없는 인간의기억과 심리상태를 알아보고자 한다는 데서 매우 흥미롭다.
처음 읽기 시작한 부분부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글귀가 있었다.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
어찌나 기억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해주었는지 다시 읽어봐도 마음에 와 닿는다.
정말 꼭 기억하고 싶었던 순간들은 바람결에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려 희미한 영상만 남게 하고, 이 일은 정말 내 기억 속에서 싸악 지우고 싶었던 순간들은 어찌나 세세하게 잘 기억하는 지, 기억과 마음이 다 미울 정도이다.
기억은 이렇듯 우리를, 나를 애태우는 장치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기억상실증에서 시작해 거의 기억상실증으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또한 어린시절과 청년시절은 길게 기억하면서 노년으로 갈 수록 시간은 한없이 빠르고 짧게 느낀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역시 요즘 시간이 왜 이리 빨리 흘러가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점차 반복되는 일상이 나를 노화시키는 역학을 톡톡히 하고 있음이다.
그리하여 삶에는 새로운 경험과 자극이 필요하다고 한다.
운동을 새로이 시작하거나 새로운 언어를 배워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11장에 리히르트 바그너와 안나 바그너 ; 45년의 결혼생활 역시 흥미로웠는데 베를린에서 살았던 바그너 부부는 1900년에 결혼식을 올린 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기들의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로 보냈다.
그 자료가 보관되어 책으로 엮이게 되어 우리가 보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들을 보면 매년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인데 세월이 흐름에 따라 부부의 노화되는 모습, 생활정도, 건강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가슴이 짠해졌다.
몇년전부터 사진 찍기를 일단 거부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이 낯설고 보기 싫어서였다.
허나 바그너 부부의 사진들을 보니 이제부터라도 매년 세월따라 변해가는 나의 모습을 저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전히 나만의 자료가 될테이니까...
이 밖에도 풍부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겨져 있는 책이라 간만에 아주 맘에 든다.
최초의 기억들, 냄새와 기억, 사방증후군, 회상, 데자뷰 현상, 망각 등등 17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하나의 장도 놓치기 아쉬울 정도로 좋은 책을 만났다.
어렵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맛깔스럽게 엮인 인문학 책을 읽고 싶으시다면 주저없이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