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우 여우비
이성강 원작, 하은경 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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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여우 여우비

천년을 산다는 여우세계 나이로는 백살인 여우비는 인간의 나이로는 열살먹은 소녀이다.

엄마여우를 잃고 외계인 요요들과 함께 숲 속에서 살고 있지만 산 아랫마을에 캠프를 온 또래의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이끌리게 된다.

또래 친구가 없던 여우비는 여자아이로 변신하여 순수한 푸른 영혼을 가진 황금이를 만나게 되고 첫사랑에 빠지게 된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여우비는 금이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미소가 지어진다.

"있잖아, 널 보고 있으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방망이질하는 것처럼 막 쿵쾅거리거든...... .이럴 땐 어떻게 하면 괜찮아지는지 아니?"

하고 묻게 된다.

어찌나 예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인지...

그러나, 그저 황금이와 함께 하고 싶어 사람이 되고 싶은 여우비에게 구미호 사냥꾼과 악마인 그림자의 등장으로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과연 영원히 여우비와 금이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방학을 맞아 놀러 온 아홉살 조카가 읽어달라고해서 열흘동안 틈틈히 읽어주었건만 아쉽게도 다 읽지를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너무나 아쉬워하길래 고모가 다 읽고 주마...라고 했던 책이다.

아직 영화로는 보지 못했지만 '마리 이야기'의 이성강 감독의 두번째 장편 애니매이션이라 더 기대가 된다.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깜찍한 여우비와 반항적인 눈빛을 가진 금이를 만나보고 싶다.

어린 친구들에게 선물해도 좋은 책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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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미셀러니 사전 - 동서양을 넘나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앤털 패러디 지음, 강미경 옮김 / 보누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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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사 미셀러니 사전...동서양을 넘나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앤털 패러디는 유럽 최고의 인류학자이자 고고학자이면서 걸어다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리우기도 하는 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실 책의 머리말을 읽기 전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허나 머릿말 속의 저자의 글을 보는 순간 용기백백하면서 스르륵 미소가 지어졌다.

'130억 7000만년 역사를 패러디하다' 머릿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패러디하였다고 보면 된다.

또한 저자가 동의하지 않거나,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거나, 또는 지루하다고 느끼는 내용은 모두 생략했다 고 태연하게 적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자연사, 거의 모든 것의 문화사, 거의 모든 것의 생활사, 거의 모든 것의 과학사 이렇게 네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읽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거의 모든 것의 자연사' 중

공룡의 멸종된 이유 Best 10

1. 먹을 것이 부족했다.

2.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3. 노아가 방주에 집어넣은 암수 공룡 두 마리가 서로를 좋아하지 않았다.

4. 외계인에게 납치당했다.

5. 초식 공룡이 너무 많은 메탄가스를 뿜어대는 바람에 오존층이 손상되었다.

6. 육식 공룡이 초식 공룡을 모두 먹어치운 다음 서로를 잡아 먹었다.

7. 암컷이 독신을 주장했다. 무게가 2, 3십톤이나 나가는 수컷이 올라탄다고 생각해보라.

8. 무거운 몸집으로 쿵쿵거리며 뛰어다닌 탓에 화산 폭발이 일어나 지구의 기후가 변했다.

9. 기온이 급강하하자 매머드가 코트를 모조리 독차지했다.

10.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바람에 먼지와 파편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햇빛이 차단되어 일시적으로 대혼란이 초래되었다.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생활양식)-주식은 과실, 식물의 뿌리 - (취미생활) - 두발로 서기

호모 하빌리스 - (생활양식) - 도구 사용 - (취미생활) -돌을 날카롭게 만들기

호모 에렉투스 - (생활양식) - 불발견, 사냥시작 - (취미생활) - 바비큐

네안데르탈인 - (생활양식) - 무덤을 만들고 각종 물건 발명- (취미생활) - 동물가죽벗기기

호모 사피엔스 - (생활양식) - 각종 벽화와 낙서 - (취미생활) - 남자들은 사냥하고 여자들은 아이를 돌봄, 그러나 남자들 사이에서도 가사를 대안으로 삼는 이가 있듯이 예나 지금이나 여자들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남자사냥'이다.

이쯤해서 거의 모든 역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이 갈것이다.

그럼 '거의 모든 문화사'를 맛보기를 해보자.

종교론 -유신론자들의 변명 중에서

"선교사들이 아프리카에 도착했을 당시 그들은 성경을 가졌고 원주민들은 땅을 가졌다. 선교사들은 '기도합시다'라고 말했다.

원주민들은 공손한 태도로 눈을 감았다.

원주민들이 눈을 떠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 선교사들이 땅을 가졌고 원주민들은 성경을 가졌다." - 데스먼드 투투

'거의 모든 것의 생활사'

도구의 발명으로 시작하여 농경생활, 질병 등 다루고 있다.

고대인들의 종교의식에서 시작한 목욕에서부터 청결함의 상징인 비누의 발견, 각종 질병들과 어떻게 투쟁하여서 이겨내었는 지등을 재미나게 설명하고 있다.

그 중 오랫동안 약이라고 오해했던 것들에는 커피, 담배, 설탕, 납을 들 수가 있다. 1500년부터 1700년대까지 의사들은 두통, 치통, 관절염, 호흡곤란과 같은 증세를 치유할 목적으로 담배를 처방하여 어린아이까지도 담배를 피우게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거의 모든 것의 생활사에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의 재미난 유래와 오해등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거의 모든 것의 과학사'

빅뱅 - 우주의 탄생 울음소리 로부터 시작하여 첨단기술 - 퇴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 까지 다양한 과학사를 펼쳐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거의 모든 역사'를 읽는 동안에도 , 읽는 후에도 즐거움을 간직할 수 있어 좋았다. 전공자들에게나 유익할 수 있는 사전적인 책이 아니라 '거의 모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가볍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에게는 가까이 두고 흐릿한 마음이 될 때 꺼내읽고 싶은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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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그가 나를 떠났다 - 2005 페미나상 상 수상작
레지스 조프레 지음, 백선희 옮김 / 푸른숲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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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그가 나를 떠났다' 제목에서 떠올리던 모든 이미지들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지젤은 어느 때와 다름없이 6년간 함께 살고있는 다미앙이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배웅을 하고 들어와 침대에 눕는다. 그녀는 18개월전부터 실직상태이다.

잠시 후, 수도꼭지를 고쳐주겠다고 나타난 다미앙의 아버지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지젤의 진을 빼놓더니, 다미앙의 결별을 전하러 온 것이고 짐을 옮겨가겠다고 한다.

지젤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그의 아버지는 그동안 잘 얹혀살았으면 되었으니, 이제 다미앙곁에서 사라지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다미앙의 짐과 가구를 옮기는 것을 도우라고 재촉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사태 파악이 안되고 있는 지젤, 아버지를 시켜 무례하게 결별을 통고하는 애인 다미앙, 아들의 애인에게 결별을 통고하고 짐을 옮기도록 강요하는 아버지...

세상에...여기서 끝이 아니다.

곧이어 아들의 여자였던 지젤에게 온갖 모욕과 독설을 내뱉는, 어쩌면 이러한 상황을 즐기는 듯한 그의 어머니가 등장을 하면서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께끔 한다.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떠들기 시작하는 네사람의 독백으로 채워지면서 결코 멈춰지질 않을 것만 같은 공포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니, 그들의 독백이 너무나 버거워 귀를 막고 싶어지기도 했다.

사랑한다고 믿으며 다미앙에게 안주하고 싶었던 지젤, 이제는 습관처럼 되어버린 그녀, 곧 자신의 어머니와 닮아질 그녀를 떼어내고 싶은 다미앙, 볼품없고 무능력하고 무신경한 그의 아버지, 소유욕과 집착에 가득찬 위선적인 그의 어머니이가 내뱉는 독설은 더이상 '사랑'이라는 이름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들의 독백은 의사소통이 아닌 배설에 가깝고 그래서 텅비어 버리는 존재가 되어버리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읽는 동안 그들의 위선적인 말과 행동에 지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더이상 희망은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감마저 들었다.

작가는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꽁꽁 감추어진 추한 진실을 보여주기로 작정한 것일까...

그들에게 끊임없이 휘둘리면서도 아무 댓구도 없이 그림자처럼 서 있는 그녀에게 화가 치밀즈음 그녀는 또다시 이기심과 소유욕에 가득찬 그들의 부모에게 속이 시원해질 말을 마지막에 하면서 또 다른 희망의 한줄기 빛을 내어준다.

"난 그를 사랑하지 않아요."

<나는 소파에 누웠다.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한줄기 햇살이 계단을 타고 올라와, 문 아래로 스며들더니 이제는 가을 오후 끝 무렵의 온화한 빛으로 거실을 밝히고 있었다. 나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행복한 마음으로 미래를 기다렸다. 마치 멋진 기억을 되새기듯.>

작가는 평범해진 주제가 되어버린 '남녀의 결별'을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쟝르라고 느껴질만큼 특별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 같다.

놓고 싶지만 결코 책을 놓을 수없게끔 만드는 매력이 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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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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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오영진의 1년 반동안의 북한 체험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평양 프로젝트'는 남과 북이 평양과 서울에 작가를 파견하고 그 파견된 작가들이 현지의 생활상을 취재해 서울과 평양으로 보내오게 되면 어떨까...하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남한 측에서 파견한 오공식은 어리숙하면서도 코믹한 이미지를 가진 평범한 남쪽 작가이고, 그를 북한 측에서 도와주게 될 '북.남 교류 협력단'내  생활, 문화분과의 총 책임자인 조동만, 김철수, 리순옥을 중심으로 수많은 실생활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북한에도 남한 못지 않은 교육열과 치맛바람이 있다는 사실, 서울 말씨와 외국제품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다는 점, 점점 변해가는 결혼관, 토요수업에서 서로를, 자기 자신을 비판해야 하는 시간이 가장 힘들다는 아이들, 명절날 조상들에게 예를 갖추는 점 등등 현실적이고 진짜에 가까운 실생활의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전부 다 사실은 아닐지라도 조금씩 변해가는 북한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그들도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고 현실에 적응하면서 노력하면서 산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갖게 되었다.

사실 '북한'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도 못했던 나에게 '평양 프로젝트'는 재미와 북한에 대한 지식을 동시에 준 교양있는 만화책이었다.

가깝고도 먼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해왔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중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싶고, 그냥 각자 지금대로 살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안 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나 달라지고 있는 언어와 문화, 경제적 차이에서 그들의 삶이 결코 편하게 다가오지를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나의 북한에 대한 편견이 이 책을 읽으므로써 모든 게 달라졌다고는 절대로 말 못하지만 북한에 대해서 좀 다르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점을 두었다는 데에는 작지만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고, 우리들이 북한사람들을 낯설어 하듯이 그들도 우리를 많이 낯설여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우리가 '평양 프로젝트'에서 보듯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언어의 장벽을, 문화의 장벽을 서로 교류하면서 줄여간다면 '하나'가 되는 그날 도 꿈꿀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소 코믹하게 그려진 주인물들과 익살스러운 대사들이 정겨웠다. 어서 빨리 작가가 꿈꾸는 남북작가들의 교류가 이루어져 생생한 체험기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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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 전2권
앤토니어 수잔 바이어트 지음, 윤희기 옮김 / 미래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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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우연히 책 대여점에서 빌려 본 책이었다.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한 책은 그 다음 날 곧바로  나로 하여금'소유'하게 만들었다. 그후 몇년에 걸쳐 한번씩 다시 읽는다. 다시 읽을 때마다 두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줄거리는 간략하게 말하자면 빅토리아 시대 계관시인인 랜돌프 애쉬 100주년 기념주간을 맞아 그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던 미국계 학자 롤랜드 미첼은 우연히 런던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에서 낡은 편지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동시대 여류시인인 크리스타벨 라모트에게 보내는 연애편지였다. 크리스타벨 라모트는 현시대에 페미니스트이자 레즈비언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현시대의 학자인 롤랜드는 둘의 관계를 추적하게 되고 크리스타벨 라모트를 연구하고 있는 후손인 베일리 모드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게 된다. 빅토리아 시대의 두 시인의 문학작품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편지를 통해 그 둘의 '사랑'을 알게 되고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빅토리아시대의 애쉬와 크리스타벨, 현시대의 랜돌프와 모드를 절묘하게 연결하여 추리형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내가 가장 가슴설레였던 부분들은 처음에 랜돌프가 도서관에서 한장의 알려지지 않았던 애쉬의 편지를 숨겨가지고 나오는 장면이다. 문학에 대한 열망과 지적호기심이 부른 행동이었다. 그 장면은 매번 나로 하여금 '공범자'로 만든다. 랜돌프와 모드가 풀어가는 빅토리아 시대의 두 거장의 시를 풀어가는 재미도 솔솔하다(아직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지만) 조금은 무겁고 진지하면서도 진실한 사랑찾기이야기를 추리형식으로 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결국 '소유'란 무엇일까? 소유한다고 해서 그 본질까지 소유할 수 있는 것일까? 난 매번 소유하고자 갈망하면서 또한편으로 버리지 못해 속상해한다. 그 두가지를 매번 반복할때마다 '소유'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무소유의 행복을 깨닫지 못한 나이기에 이 책을 소유하는 기쁨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소유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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