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헐리웃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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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저자이자 일본 SF소설의 아버지라 불리 우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을 <헐리웃 헐리웃>으로 처음 읽게 되었다. 31편의 단편이 그야말로 빽빽하게 담겨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작품의 다양한 주제이다. 때론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에 동조하게 되고 때론 정곡을 찔린 듯한  아픔에 찔끔 놀라기도 하게 된다. 31편이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작가의 무한 상상력은 짧은 단편 속에 집약된 모습으로 각기 다른 색채를 띠면서 다가온다. 특히 <타조><어떤 죄악감><나비>가 더 마음을 끌었는데, 인간의 근원적인 두려움과 이기심을 다루고 있어서 어느 부분에서는 섬뜩한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밖에 다른 작품들도 무한 상상력이라고 할 정도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다다미 도깨비><보고 싶어>는 일본 호러소설의 느낌도 나면서 재미있다. 31편 단편이 각각 색다름을 주어 가볍게 또는 무겁게 생각할 주제의식을 던져주고 있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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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 브루더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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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 속에는 항상 자신의 존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걸친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서도 그랬고 '작은 보석'에서도 그러하다. '도라 브루더' 역시 작가는 옛날 신문을 들추다가 1941년 12월 31일자 <파리 수아르>에서 우연히 3면 기사에 난 열다섯 살 소녀 실종기사를 읽게 된 후의 그녀의 흔적을 찾아 나서게 된다. 

파리
여자 아이를 찾습니다. 도라 브루더. 15세. 1미터 55센티미터.
갸름한 얼굴, 회갈색 눈, 회색 산책용 외투, 자주색 스웨터, 감청색 치마와 모자, 밤색 운동화. 모든 정보는 브루더 부부에게로 연락바람. 오르나노 대로 41번지, 파리

작가는 짤막하게 난 실종기사를 토대로 자신의 과거와 도라 브루더의 과거의 좌취를 따라가며 그녀가 걸었던 파리의 거리, 자신이 젊은 시절 걸었던 거리들을 다시금 걸어보며 그녀의 행적과 자신의 흔적을 함께 찾아 나선다.  1941년 1943년에 파리에 있던 유대인들은 독일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의심받고 추격을 받게 된다. 그 시기에 유대인 소년, 소녀들은 아무 이유도 없이 짐짝처럼 끌려다니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가야만 했다. 도라 브루더 역시 기숙학교에서 여러번 가출을 감행 후 길가에서 독일인들에 의해 붙잡혀 사라져 버리게 된다. 그녀는 아직 생존해 있을까? 아님 많은 유대인들처럼 수용소에서 의미없는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까? 기록은 철저하게 지워졌고 그녀가, 그들이 살아왔던 흔적들은 바람에 사라져 버린 듯이 몇 조각의 짧은 문서로만 존재하게 된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그들의 슬픔 운명이었을까...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나라의 이권에 따라, 인종차별에 따라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리는 삶을 살아내야 했던 그들의 심정을 말이다. 전쟁에 휘몰아쳤던 그들의 젊음도 희망도 고통도 모두 다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한 개인의 기록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린 '도라 브루더'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되돌아보면 출생부터 지금까지의 삶의 문서 몇 페이지로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다 사라진 후의 기록은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도라 브루더'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작가가 나치 점령시기에 실종된 어린 소녀의 기사를 보고 추적해나가는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읽고 있는 중에도 읽고 난 후에도 자꾸 '나'를 바라보게 만든다. 나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기억하고 있는 내 과거의 모습들이 정말 맞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몇장의 사진과 짧은 기록으로 남겨진 도라 브루더의 모습은 결코 낯선 모습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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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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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는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랑에도 음식을 맛보는 행위에서도 가장 원초적이고 기억과 추억 속에 끈질기게 살아남을 부분이기도 하다. 처음 맛보는 행위에서 느끼는 감각은 사랑에도 음식에도 해당되니까 말이다.
처음 조경란작가의 '혀'를 읽기 시작하면서 요리사인 주인공 지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감정의 기복을 심하게 느껴야만 했다. 때론 애인과 그의 여자친구에게 분노가 쏟아졌고, 그러다 지원이 요리에 전념하기 시작했을 때는 나 역시 치밀어 오는 분노를 숨기고 참아내고 있었다. 그러다 지원이가 그냥 다 잊고 새롭게 시작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차피 변질된 사랑이고 변한 미각이라면 더 붙잡고 있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 그녀를 버리고, 사랑을 버리고 떠난 애인을 기다리는 지원이 마음이 밉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랑빼고는 일에서도 인정받고 앞날이 창창한데 왜 이렇게 매달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7년을 한결같이 사랑했던 남자의 배신이기 때문일까, 아님 그녀의 성스러운 키친을 더럽힌 그들에 대한 분노일까하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정말 그러다 주인공 지원이 감정에 100% 동조하게 되는 감정선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그녀의 분노에 나의 분노까지 합해져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들을 향한 치밀한 준비, 완벽한 요리를 위한 열정,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숨이 차게 달려왔다. 특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마지막 장면들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녀의 상냥한 목소리와 미식가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녀의 전 애인의 모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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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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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은 우선 책 제목과 표지가 시선을 끈다. 침대와 책이라는 제목에서 오는 친근감과 묘하게 다른 이의 침실을 엿보는 것 같은 환상을 갖게 한다. 거기다 표지에는 미끈한 여성이 책을 무심히 들고 있고, 그 옆에는 책들이 두서없이 쌓여있다. 얼마나 멋진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누구라도 가까운 이의 서재가 궁금하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이 궁금한 법이다. 거기다 나랑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같은 책을 읽었다면 이야기는 더 깊어진다. 사실은 깊은 이야기를 하는 그를,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침대와 책' 을 읽어보니, 정혜윤 PD 역시 이야기를 통째를 해주기를 좋아하고 책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사는 분이었고 나처럼 평범한 독자를 선망과 함께 좌절감(?)을 여지없이 주는 분이기도 했다. 책 속에 소개 된 수많은 책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책들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심리, 풍경을 기억하는 기억력과 함께 그 연장선에서 다른 인문 책으로 음악으로 연결되어지는 사고를 가진 분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읽고나서 친구랑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 이 책 읽지 않았어?", "읽었지, 좋았는데, 생각이 잘 안나서 그렇지." 하는 질문과 대답을 수없이 했었다. 도대체 같은 책을 읽었는데, 왜 난 그 문장이, 그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 걸까하는 하는 생각에 참 한심함을 느꼈었다. 그나마 리뷰도 써서 남기는 편인데도 사고의 확장이 안되고 있다고나 할까... 암튼 다독보다는 정독을 해야겠구나하는 기본적인 생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느 대가가 낸 독서일기, 혹은 방법론을 바란 게 아니다. 난 딱 지금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 자신이 행복해지는 책읽기를 하고 그 생각을 깊이있게 표현한 글을 원했다. 그러기에 정혜윤PD의 '침대와 책'은 나에게 흥미롭고 즐거움을 준다. 더불어 책 속에 담긴 내가 읽은 책들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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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40분정도가 지나서 지난주가 되어버린 날들이 이야기... 화요일에는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상해지는 날이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싶었던 날이었다. 수요일 저녁에는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공연을 기대했던 것보다 더 즐겁게 보았고. 목요일에는 한달 전부터 예매하면서 난리법석을 떨며 기다리던 뮤지컬 '하드락 까페'를 보았다. '하드락 까페'는 내가 좋아라하는 배우가 나오는 공연이라 무조건적인 심정으로 본 뮤지컬이었는데, 살짝 겉도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남겠다.(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임) 역시 난 소극장 공연이 더 좋다. 배우랑 관객이 서로 호응하는 분위기...^^ 토요일에는 좀 이른 송년모임이 있었고 그래서 맥주를 하도 많이 마셨더니, 어제가 되어버린 일요일에 하루종일 자다, 깨다하면서 정혜윤 '침대와 책'을 제목답게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거의 다 읽었다. 책 속에 담긴 수많은 책들은 언제 다 읽어보나...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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