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실 비치에서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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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변하게 되고 사랑 역시 변하게 된다. 가끔 생각한다. 사랑이 다가왔을 때, 이별의 순간이 보였을 때 내가 전과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변했을까를 생각해본다. 때론 아쉽고 아쉬워서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 보다는 더 나은 모습으로 살고는 있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한다. 또 때론 만약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예전과 똑같은 선택을 하는 내 모습을 볼 것 같아 우습기도 하고 질리기도 한다. 아마도 지나 간 선택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기에 더 회한으로 남는 것 같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젊은 두 남녀가 있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자라 온 환경과 가치관은 달랐지만 함께 있으면 따뜻함과 달콤함을 공유할 수 있기에 결혼을 결심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남녀의 사랑에 대해 서툴고 무지했던 그들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되고 체실 비치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후 그들은 각자 서로에게 무관한 삶을 살아가게 되고 60대가 된 에드워드는 그날을 회상하게 된다. 자신이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해서......

'체실 비치에서'는 다른 환경과 가치관을 가진 두 남녀가 성장하면서 서로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식과 신혼여행지에서 하룻밤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들이 믿었던 사랑이 인내와 배려가 없다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유리알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저자 이언 매큐언은 두 사람의 내면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읽는 동안에도, 읽은 후에도 내가 가지 않은 길과 내가 선택하지 못했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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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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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를 읽는 내내 완득이를 속으로 연신 불러댔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속 마음을 삭일 줄 아는 완득이와 입은 거칠어도 마음 따뜻한 똥주때문에 연신 웃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청소년 책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그 가벼움이 배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옆집사는 담임을 똥주라 부르며 하나님께 똥주를 죽여달라고 기도를 드리는 완득이도 예사롭지 않고 연신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완득이를 괴롭히는 것 같던 담임 똥주의 마음도 와 닿고 난쟁이라서 살기가 녹녹치 않았던 아버지, 몸은 완벽한 스타일인데 말을 더듬고 정신지체가 있는 민구 삼촌, 먼 가난한 나라 베트남에서 조금 더 부자인 나라로 잘 살아보고자 왔던 베트남인 어머니, 또 매니저를 자청한 반에서 일등하는 여자친구 정윤하, 싸움이 아니라 킥복싱으로 완득이를 세상에 나오게끔 해준 관장님 등 모두모두 마음에 고운 비수처럼 꽂히는 인물들이다.

완득이는 그저 밝히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숨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숨어지던 아이였다. 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놀리는 사람들한테는 말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하던 고1 완득이는 처음으로 싸움이 아닌 킥복싱 운동으로, 똥주의 특이한 제자사랑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킥복싱을 배운 지 일 년여밖에 안되어 TKO 패가 세 번이지만 언젠가는 TKO 승 세 번을 해서 멀리 떠나신 관장님을 찾아뵙고자하는 마음을 가진 멋진 완득이다.

'완득이'를 읽으면서 맘껏 웃을 수 있었고 똥주와 완득이를 생각하며 시침과 분침처럼 어김없이 만나 하나를 이루게 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이든 찾다 힘들면 '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쳐 쉬엄쉬엄 살고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는 이치를 알게 된 완득이한테 나 역시 씨익 웃어주며 삶의 소소한 즐거움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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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 - 이야기 동물원
심우장, 김경희, 정숙영, 이홍우, 조선영 지음, 문찬 그림 / 책과함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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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동물들을 통한 인간의 희노애락을 볼 수 있는 이야기 동물원이다.  6개의 동물원을  이야기를 가이드인 '비루'의 소개로 펼쳐진다. 우리가 옛이야기 속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도 있고 옛 선조들의 음담패설적인 야한 이야기도 있고 상상 속 동물에 얽힌 생소한 이야기들도 정말 가득하다. 이 한권이면 설화 속 동물들 이야기는 모두 만날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동물들 외모와 생김새에 얽힌 재미난 유래와 육.해. 공을 동물들을 생태적인 습성을 눈여겨 보았던 우리 선조들의 혜안이 돋보이는 이야기가 끊임 없이 나오는 마술 자루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을 광어와 개미를 만나게 해 우스운 광어의 생김새를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한 토막하자면, 옛날 옛적에 바닷가에 멸치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그 나이가 삼천 살이라고 한다. 그의 꿈은 용이 되어 승천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 대목에서 황당하다 못해 웃음이 나온다.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멸치가 용이 되는 모습을 말이다. 아무튼 멸치는 올해 팔백 살로 한참 어린 광어에게 꿈 해몽을 해달라고 했고, 광어는 꿈이 불길했지만 어른인 멸치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좋은 해몽을 해주게 된다. 하지만 곧 그 꿈이 새우에 의해 불기한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멸치한테 죽도록 맞아서 광어의 잘생긴 얼굴이 지금의 못생긴 얼굴이 되었고 그 모습을 보고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웃었던 새우는 지금의 구부러진 허리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우습고 재미난 이야기인지, 선조들의 재치어린 상상력에 또 한 번 웃게 된다.

이밖에도 여름 납량 특집으로 꼭 등장하는 인간이 되고 싶어 몸부림치던 천년묵은 여우, 선비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재주와 미모가 뛰어나지만 간교해 보이는 사람들 특히, 여성에게 '여우'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러한 말도 다 설화 속에 등장하는 여우의 생태적인 속성을 선조들이 유심히 보고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여우는 원래 굴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습성때문에 새로 생긴 무덤을 파헤치기를 잘했다고 한다. 이에 선조들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천 년 묵은 여우를 생각했고 인간이 될 수 있는 마지막 날 결국 인간이 될 수 없는 한을 씌우게 된다. 또한 지네는 닭과 천적으로 인해 생긴 설화가 있는데 천 년 묵은 닭과 천 년 묵은 지네가 사람이 되기 위한 대결을 펼치는 부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자가 승리한다는 이야기이지만 둘의 천적 관계를 잘 묘사했다.

6개의 동물원을 가이드 '비루'의 안내로 다 돌고나면 설화 속에 등장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물에 빗대어 보여지는 인간의 선함과 추악함을 볼 수 있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과연 지금의 '나' 는 어떤 설화 속 동물의 얼굴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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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연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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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규모 연쇄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전직 FBI 프로파일러 출신 탐정 조슈아 브롤린과 뉴욕경찰국의 여형사 애너벨 오도넬이 함께 수사를 시작하면서 그들은 악의 심연 속으로 한없이 빠져들게 된다. 칠흑같은 밤에 머리가죽이 벗겨진 한 여성의 도심 질주로 드디어 열리게 된 악의 소용돌이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가학적인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점차 밝혀지는 피해자들의 몸에는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바코드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되고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의 범인들임을 알게 된다. 둘이 스승처럼 따르는 한 명의 리더를 잡고자 여형사 애너벨과 조슈아는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유대감을 쌓아가면서 조슈아가 FBI 프로파일러로 일하면서 겪어야 했던 심적 압박과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상태인 남편을 기다리는 애너벨의 이야기가 잔혹한 사건 속에서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인간은 어느 선까지가 인간으로서의 행동일까 싶으리만큼 리더인 범인은 잔인하다. 그 잔혹함과 희생자들의 고통을 즐기는 그는 더이상 인간일 수가 없다.

저자 막심 사탕의 <악의 3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며 세세한 묘사가 뛰어난 스릴러 작가이다. 한없이 공포를 느끼고 악이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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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 전에 한 블로그에서 알게 된 일산 동네 친구가 있었다. 또 한 친구와 함께 같은 일산 쪽에 산다는 이유로 곧잘 블로그에서도 잘 모여 놀았다. 그러다 그 친구의 사연을 알게 되었고 친구는 딱 1년정도 우리 곁에 있다가 먼 곳으로 떠나갔다. 한동안 슬펐지만 곧 잊게 되었고 외면하게 되었다. 또 다른 블로그 친구들이 생겼고 내 일상은 변한 게 없으니, 거의 잊고 지내다 어쩌다 한 번쯤 생각이 났었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다시 들어간 빈 블로그 방에는 여전히 우리가 삼년 전에, 이년 전에 웃고 떠들었던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실없이 주고 받았던 댓글과 내가 남긴 댓글을 보니, 바로 어제의 일처럼 느껴졌다. 근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친구의 옛글을 보면서, 내가 남긴 댓글과 친구들이 남긴 댓글을 보면서...... .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친구가 그리워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요즘 울 준비를 하고 있었던 탓에 눈물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 삼십분째 울고 있으려니 슬슬 머리가 아프고 이렇게 우는 내가 조금 비겁하다는 생각이 든다. 순수하지 못한 눈물 같아 미안하다. 친구...미안해...근데 오늘은 좀 울고 싶다. 핑계를 대서라도 지금은 울고 싶으니, 참아주길 바란다. 그럼 더 울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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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4 18: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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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6 1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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