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 - 이야기 동물원
심우장, 김경희, 정숙영, 이홍우, 조선영 지음, 문찬 그림 / 책과함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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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동물들을 통한 인간의 희노애락을 볼 수 있는 이야기 동물원이다.  6개의 동물원을  이야기를 가이드인 '비루'의 소개로 펼쳐진다. 우리가 옛이야기 속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도 있고 옛 선조들의 음담패설적인 야한 이야기도 있고 상상 속 동물에 얽힌 생소한 이야기들도 정말 가득하다. 이 한권이면 설화 속 동물들 이야기는 모두 만날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동물들 외모와 생김새에 얽힌 재미난 유래와 육.해. 공을 동물들을 생태적인 습성을 눈여겨 보았던 우리 선조들의 혜안이 돋보이는 이야기가 끊임 없이 나오는 마술 자루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가능하지 않을 광어와 개미를 만나게 해 우스운 광어의 생김새를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한 토막하자면, 옛날 옛적에 바닷가에 멸치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그 나이가 삼천 살이라고 한다. 그의 꿈은 용이 되어 승천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 대목에서 황당하다 못해 웃음이 나온다.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멸치가 용이 되는 모습을 말이다. 아무튼 멸치는 올해 팔백 살로 한참 어린 광어에게 꿈 해몽을 해달라고 했고, 광어는 꿈이 불길했지만 어른인 멸치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좋은 해몽을 해주게 된다. 하지만 곧 그 꿈이 새우에 의해 불기한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멸치한테 죽도록 맞아서 광어의 잘생긴 얼굴이 지금의 못생긴 얼굴이 되었고 그 모습을 보고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웃었던 새우는 지금의 구부러진 허리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우습고 재미난 이야기인지, 선조들의 재치어린 상상력에 또 한 번 웃게 된다.

이밖에도 여름 납량 특집으로 꼭 등장하는 인간이 되고 싶어 몸부림치던 천년묵은 여우, 선비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재주와 미모가 뛰어나지만 간교해 보이는 사람들 특히, 여성에게 '여우'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러한 말도 다 설화 속에 등장하는 여우의 생태적인 속성을 선조들이 유심히 보고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여우는 원래 굴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습성때문에 새로 생긴 무덤을 파헤치기를 잘했다고 한다. 이에 선조들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천 년 묵은 여우를 생각했고 인간이 될 수 있는 마지막 날 결국 인간이 될 수 없는 한을 씌우게 된다. 또한 지네는 닭과 천적으로 인해 생긴 설화가 있는데 천 년 묵은 닭과 천 년 묵은 지네가 사람이 되기 위한 대결을 펼치는 부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자가 승리한다는 이야기이지만 둘의 천적 관계를 잘 묘사했다.

6개의 동물원을 가이드 '비루'의 안내로 다 돌고나면 설화 속에 등장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물에 빗대어 보여지는 인간의 선함과 추악함을 볼 수 있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과연 지금의 '나' 는 어떤 설화 속 동물의 얼굴을 하고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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