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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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의 '이런 사랑'은 특별하다. 그가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치명적인 사랑 속에 빠지게 된다. '이런 사랑'은 비극적인 사고를 우연히 함께 겪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로 인해 얽혀버린 조와 연인 클라리사, 충격적인 사고현장에서 한순간 조와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굳게 믿는 기독교 광신도 패리의 기묘한 사랑이야기를 이야기한다.

7년간의 사랑을 키워온 클라리사와 화해 피크닉을 나온 조는 행복한 마음에 취해 클라리사로부터 차갑게 식힌 와인 병을 받아드는 그 순간,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 조를 비롯한 주위에서 몰려든 다섯 남자들은 헬륨 풍선 기구가 아이를 태운 채 강풍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을 보게 되고 남자들은 가까스로 풍선 줄에 매달려 보지만 곧 한 사람이 줄을 놓아버리게 되고 조와 다른 남자들도 줄을 놓아버리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줄은 놓지 않았던 한 남자는 헬륨 풍선 기구에 매달려 끌려 300미터 상공까지 끌려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비명인지 까마귀의 울음인지 모를 '꺼억' 소리를 내며 추락한다. 이를 지켜보던 네 남자들은 공포와 함께 죄책감에 빠지게 되고, 조는 그 아름다웠던 피크닉의 순간이 확실하게 막을 내렸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는 죄책감과 혼란 속에 추락한 시체를 향해 달려가게 되고 그 뒤를 따라나선 한 낯선 남자 패리에게 병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을 받게 되면서 평온했던 조의 삶은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사랑'은 아름답고 존중받아야 하는 가치를 지닌 경험이다. 그 경험은 사회에서 이해 받고 동조를 받으며 친숙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 사랑이 병적이고 맹목적인 경우에는 아름답고 존중받아야 했던 사랑이 기묘하게 일그러진 형태를 보이게 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들게 된다. 작가는 주인공 조를 통해 패리의 맹목적인 기독교 광신도적인 사랑은 죽어야 끝나는 사랑,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라는 병이고 사랑은 낯설고 기괴한 그 무엇이 되면서 조와 클라리사의 삶도 신에게 조를 이끌어가는 사명을 받았다고 굳게 믿는 패리는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조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향해 치닫게 된다.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는가? 사랑의 형태를 띤 모든 사랑은 존중받아야 하는가? 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비극적인 사랑에 빠져야만 했던 패리에서 사랑은 그리도 집착적이고 맹목적일 수 있을까하는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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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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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즐겁고 유쾌했다. 그가 유럽에서 만난 거리와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같이 웃고 때론 계면쩍었고 그래서 더 그의 발칙한 솔직함이 마음에 와 닿았다. 주로 밤에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마다 조금 난처해졌고 웃음을 손으로 막으려고 노력도 해보았다. 난 정말 두 페이지 정도마다 웃음이 터져나와 곤혹스러웠다. 나의 웃음은 한밤중에 내 방 문밖을 벗어나 마루에 울리고 곤히 잠들어 있을 부모님을 의아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은 빌 브라이슨이 20년 전 친구 카츠와 떠났던 유럽여행을 이번에 혼자 다시 유럽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여행자의 마음과 고민과 그곳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머와 솔직함으로 발칙하게 그려낸 책이다. 그는 마냥 여행의 즐거움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여행지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의 친절함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느끼는 유럽여행에서의 우리와 같지만 결코 같지 않은 생활환경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손님보다 더 당당하고 불친절한 유럽의 웨이터들과 그 나라의 언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냉대 받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구구 절절히 쏟아내고 있다. 때론 그의 수다스러움에 웃음이 나오고 또 때론 그가 유럽여행에서 겪고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숨도 나오고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구 최북단인 함메르페스트를 시작으로 이스탄불까지를 여행하면서  가장 솔직한 여행자로서 우리를 잘 이끌어 주었고 그래서 그의 유머에 거리낌 없이 웃을 수 있었다. 다만 너무 오래 전 빌브라이슨이 여행한 유럽여행 이야기인지라 지금하고는 조금은 다른 풍경과 사람들이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빌 브라이슨하고의 유쾌한 만남을 포기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 그와의 만남은 유쾌하고 통쾌하고 솔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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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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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 중 몇 해 전에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고 그를 무작정 좋아하기로 했고 그의 작품들을 되도록이면 꼭 찾아 읽으려 하는 편이다. 그의 작품에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이 나오고 그와 함께 텅 빈 거리와 같은 과거를 향해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찾아나서게 된다. 그러다보면, 참 외롭고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점이 바로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그만의 이야기인 것이다.

'혈통'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자전적인 과거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작가가 기억하고 있는 기억과 자료를 통해 년도와 과거 속 인물들과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서술형식으로 진술한다. 평범하지 않은 부모님과의 유년시절은 작가에게 너무 이른 혼란과 외로움을 주었고 유일하게 유년시절에 작가의 삶과 연결된 끈이라고 생각했던 동생의 죽음은 그를 더 이상 어린 소년으로 멈춰있게 하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님과의 거리는 결코 메울 수가 없었고 소년은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가게 된다. 바로 글쓰기, 소설을 통해서 그 누구의 삶도 아닌 자신만의 삶을 이루게 된다.

비교적 짧은 분량의 자전적 소설은 그 짧은 분량에 상관없이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게 했고 그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삶이 계속되는 한에는 나 역시 작가처럼 끊임없이 정체성 찾기에 몰두해야 하고 그래야만 하니까 말이다. '혈통'을 통해서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에 대해서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작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기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외로워졌지만 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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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저러한 이유로 올 여름이 무지 길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마음이 조급하기도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가장 편안하게, 쉽게 숨을 수 있는 책들 뒤로 숨기로 했다. 최근에는 동시에 책 읽기는 잘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서너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머릿속은 복잡해지지만 그런대로 즐길만하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고는 아, 이렇게 고독하게 글을 쓰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의 문체에 반해서 열심히 찾아 읽는 작가 중 한명이다. 그의 신작 '혈통'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고 파트릭 모디아노의 모든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외로움과 허무, 자아찾기 과정들을 이해할 수 있어 가슴 먹먹하게 읽고 있는 중이다.

 

 

소설만 읽는 것 같아 소 제목(사유의 유격전을 위한 현대의 교본)이 전투적인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를 읽고 있다. 독창적인 사고와 어법이 마음에 들어 다는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열심히 읽고 있다. 어법이라고 해야 하나...독특하고 직설적이어서 인상적이었는지 꿈에서도 나타나더라...^^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은 여느 여행 에세이와는 다른 진짜 솔직한 여행에세이라고 볼 수 있다. 여행에서 겪는 소외감, 이해할 수 없음에 대해 솔직하고 발칙하고 통괘하게 그려내고 있다. 읽는 동안 두 페이지 정도마다 웃음이 터진다.

 

 

 

조경란 작가의 소설집이고 8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작년에 '혀'로 알게 된 조경란 작가의 '풍선을 샀어'의 소설집은 차분하면서도 소용돌이 치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어 열심히 몰입하면서 읽고 있다.

 

 

 

일본추리소설계의 대부라 불리우는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집이고 22편이 들어있다. 전에 읽었던 '음울한 짐승'에 실린 유명 작품들이 겹치기는 하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집은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최근 추리소설에 조금은 지친 분이라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구입한지는 꽤 되었지만 그림만 보고는 읽지 못했던 책이었는데, 진작 읽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면서 읽고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 들어있는 상념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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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악몽
가엘 노앙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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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게렝데 가족은 겉으로는 여느 집과 전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게렝데 가족이 중심인 엄마 에노가는 강박적으로 아이들을 위험에서 보호하고자 애쓰고, 그러한 아내를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정해주려고 노력하는 아빠 에반과 밤마다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는 네 아들 브누아, 뤼네르, 기누, 상송이 있을 뿐이다.

엄마 에노가는 특히 바다에 대한 심한 혐오감으로 인해 네 아들들을 바닷가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고 수영도 배우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네 아들들은 그러한 엄마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매번 반복되는 바다와 연관된 악몽을 꾸게 되고 헤어 나올 수 없는 공포심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티어 나간다.

잠들기를 거부하는 네 아이들은 점차 지쳐가고 악몽의 덫에 휘둘리게 된다. 이에 형제 중 가장 용감한 둘째 뤼네르는 밤마다 자신의 꿈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결심하고 꿈 속에서 자신의 의지로 악몽을 끝내고자 노력하게 된다. 악몽 속에 매번 등장하는 인물 모르방에 대해 알아보고자 조제 스텐 신부의 도움으로 예전에 ‘해양구조사업소’에서 일했던 에브네제르를 만나게 되고, 소년의 황당한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에브네제르는 자신의 친구이자 아흔이 넘은 할머니 아르델리아를 찾아간다.

아흔이 넘었지만 요정같기도 하고 천사 같은 아르델리아 할머니에게서 뤼네르의 악몽 속에 등장하는 악마의 화신 카르덱과 비참하게 죽음을 맞게 되는 아르델리아의 오빠 아벨, 연인 모르방이 백여 년 전에 실존했던 인물들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첫째 브누아, 둘째 뤼네르, 셋째 기누의 꿈이 모두 연결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백여 년에 걸친 비극적인 가족사를 과거와 현재, 도살자와 희생자가 서로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악몽의 실체를 풀어나가게 된다.

'백년의 악몽' 은 네 아이들이 악몽의 공포를 이겨내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게 되는 점에서는 성장소설이지만 그 안에 교묘하게 미스터리를 배치를 하여 복잡하지만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큰 장점이다. 중간 중간에 배치된 복선은 곧이어 나올 악몽과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고 각기 다른 하나의 복선들이 모여 결말에는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 읽고도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보고는 아하!!하는 감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던 멋진 미스터리물을 만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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