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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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 중 몇 해 전에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고 그를 무작정 좋아하기로 했고 그의 작품들을 되도록이면 꼭 찾아 읽으려 하는 편이다. 그의 작품에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이 나오고 그와 함께 텅 빈 거리와 같은 과거를 향해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찾아나서게 된다. 그러다보면, 참 외롭고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점이 바로 파트릭 모디아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그만의 이야기인 것이다.

'혈통'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자전적인 과거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작가가 기억하고 있는 기억과 자료를 통해 년도와 과거 속 인물들과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자신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서술형식으로 진술한다. 평범하지 않은 부모님과의 유년시절은 작가에게 너무 이른 혼란과 외로움을 주었고 유일하게 유년시절에 작가의 삶과 연결된 끈이라고 생각했던 동생의 죽음은 그를 더 이상 어린 소년으로 멈춰있게 하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님과의 거리는 결코 메울 수가 없었고 소년은 청년으로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가게 된다. 바로 글쓰기, 소설을 통해서 그 누구의 삶도 아닌 자신만의 삶을 이루게 된다.

비교적 짧은 분량의 자전적 소설은 그 짧은 분량에 상관없이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게 했고 그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삶이 계속되는 한에는 나 역시 작가처럼 끊임없이 정체성 찾기에 몰두해야 하고 그래야만 하니까 말이다. '혈통'을 통해서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에 대해서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작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기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외로워졌지만 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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