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 Love - 섹스와 음식, 여자와 남자를 만나다
요코모리 리카 지음, 나지윤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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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리와 사랑을 결부시키는 얘기들을 어디서 많이 본듯도 하고, 먹는 쾌감과 섹스의 쾌감은 비슷하다고 읊은 글을 어디선가 들은듯도 하지만 출처가 정확치 않다.  그저 먹는것과 사랑을 결부시키는 경우는 무척 많은듯 하다. 

제목을 접하고 소개글을 보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소설일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맛있는 eat과 맛있는 사랑 그리고 sex....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까지 나는 사랑을 어디에서고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각자 그들이 사는세상에 그들이 사는 방식대로 그것이 사랑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책이 내 손에 온 이상 그 책을 읽은 느낌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므로, 그속에서 사랑을 찾아내는것 역시 내 주관적인 느낌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내 눈에 보이는 건 love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기엔 아쉬움이 많은 내용이었다.

차라리 eat & sex가 더 나은 제목이지 않았을까?  너무 파격적인 제목이라 생각한건가?  물론, 그렇다고 책속의 이야기가 전부 야하고 sex와 관련된 얘기는 아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얘기고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이 담긴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그들이 사는 모습에 사랑이 보이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노자키라는 광고계에 신인상을 받고 자신의 사무실을 낸 2년차의 남자를 중심으로 주변사람들의 얘기들이 하나씩 나타난다고 할수 있다.  마흔살이지만 전혀 젊음에 뒤쳐지지 않고, 아름다운 요리연구가가 주말부부의 틈새로 노자키를 불러들이는 일, 그속에서 녹아드는 자신만의 삶, 노자키 본인 스스로의 이야기.. 이여자, 저여자 만나지만 어디에서도 안주할생각은 없고,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남자,  그리고, 노자키로 인해 첫아이는 일부러 유산, 두번째는 노자키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으면서도 그저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마음뿐이었것만 계류유산으로 입원을 하게 된 여인... 그녀가 노자키에게 바라는건 사랑도 아니었고, 자신곁에 남자주는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노자키를 버리지 못함을 보면서 웬지 모를 답답증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그외 몇몇의 일상들의 삶이 노자키라는 사람과 이어져 있다.  물론 그들 역시도 그 속에서 그것이 사랑이라고 부르짖지도 않고, 처음엔 그럭저럭 만나 노자키라는 남자와 결혼에 평온한 삶을 사는것을 꿈꾸지만 자신들이 전부가 아닌 것을 깨닫게 되면서 한번씩 만나는 것으로 위로를 하고 산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그들은 노자키를 버리지 않는다. 

 

사랑은 도대체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지도 모를정도로 무엇이 답이다.  라고 할수 없다.  그러나, 일회성은 아니어야한다.  물론, 책속 주인공들 역시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진 않는다.  오히려 바보스럽도록 사랑이 아닌듯한 것임에도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그들이 보일뿐이다.  놓아주지 못함.... 익숙한것에 대한 이유라고 하기엔 그들의 모습이 더 처연해 보인다.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하기에도 그들의 모습은 일상사로 보이지 않는다.  각자 자신이 가진 생각이 틀린이상 그것이 사랑이라고 부르더라도 뭐라 할순 없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건 사랑이라기 보다는 역시 sex에 가깝다는 느낌밖에 없다.  아니, 어쩌면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고, sex라고 하기엔 너무 얕은 느낌?  그저 살아가는 일상들이 담겨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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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후르츠 캔디
이근미 지음 / 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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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에 저 무지개빛 스타킹을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딱히 고민할 것도 아닌데 그냥 표지와 내용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분석을 했다고 말해두자. 일단 표지에서 오는 강렬함으로 책에 끌리는 경우가 많은 나다보니, 표지하나도 그냥 넘어갈수 없는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리뷰를 쓰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도대체 그닥 리뷰가 쓰고 싶지 않은건 별다른 느낌이 없어서 인건가?

 

쉽게 말하면, 가벼운 연애소설같은 느낌?  그렇다고 연애얘기가 심각하게 나오는것도 아니다.  치열하게 광고판에 들어가 광고카피를 머리속에 집어넣고 사는 조안나 라는 흔히 말하는 광고쟁이 초짜가 보일뿐이다.  대형광고회사에 입사로 사회초년병, 연애는 그야말로 초초초초짜...  학력도 내로라 하는 직원들에 비하면 그다지 보잘것 없었고, 외모또한 눈에 띄지 않는 그녀가 입사한건 광고회사의 특성에 잘 맞아떨어져 들어온거지만 회사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편견속으로 그녀를 몰아간다.  회사 운영진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단숨에 신데렐라가 되어 떠받들어지는 상황.  자신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 들어왔음에도 광고가 아닌 다른 일들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갈팡질팡하지 못하는 상황.  그속에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광고카피들을 나열한다.  자신이 거짓을 꾸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그녀의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물론, 그 속에서 나빈우라는 멋진 남자에 대한 사랑의 갈망과 열정이 녹아들어 있지만, 사실 좀 그 부분은 밋밋하다.

 

이렇다할 연애를 한것도 아닌데 나빈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은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딱히 로맨스의 시작도 아니었건만 그녀의 기대감은 책내용에서 너무 과장되게 표현되어 있다고 해야하나?

차라리 그런 어설픈 사랑얘기를 끼어넣치않고 광고기획사에서 입사에 오해받고 거짓말쟁이로 몰리고 다시 성공하려 하는 그녀만을 다뤘다면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후르츠 캔디의 달콤함이나 싸함이 어떤맛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겠지만 책속의 내용은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드는 밋밋함 맛이 난다.  좀더 포장되어진 사탕맛이 났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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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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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스릴러물에 한때 심취한적이 있었다.  그 재미와 흥미는 나를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들의 상상도 못할 반전과 충격은 팬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던가?  일본소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미국소설을 한순간 멀리했었다.  두께도 두께려니와 가벼움에 길들여지다 보니 스릴러의 재미를 뒷전으로 미뤄둔 탓이리라.  게다가 조금의 머리도 쓰기 싫어지니 더욱더 멀리했던거 같다.  물론, 일본소설 역시도 무조건 가볍다고 할순없지만 두께에서부터 차이가 나는건 사실이다.  그래서 좀더 금방 읽어낼수 있는 책을 선호했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얼마전 간만에 미국소설을 읽게되면서 '아, 그랬었지?  이게 미국스릴러의 참맛이었지?'라는 생각을 한 후로 다시금 미국스릴러물을 찾게 됐다.  게다가 법정스릴러.  의학이나 법조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지만 그래도 웬지 법정스릴러는 읽을 수록 깊이와 매력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부류니 그냥 넘어간다는건 있을 수 없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링컨차"가 도대체 어떻길래 무슨의미로 제목을 붙인건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뭐 그닥..내 취향은 아닌듯한 차이지만 뭐랄까 나름 부를 상징하는 의미를 부여한건지, 어떤건지...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제목에서 드는 의아함은 책을 읽고 깨닫기로 했다.

 

변호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할러..  다섯살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변호사 정신을 물려받은건지 어떤건지 법조계에서 대단한 인물로 꼽힌다.  그에게는 죄를 지었던 짓지 않았던 그 문제보다는 피의자가 자신에게 수임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죄를 감형해주고, 심지어는 판결을 뒤집어 끌어내 주기도 하는 어찌보면 돈에 눈이 먼 그런 변호사에 속했다.  이혼한 검사아내와 어린딸, 그리고 자신의 비서이자 두번째 이혼한 부인,자신의 일에 대해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보를 빼내는 재주를 지닌 전직형사 라울..그들의 콤비는 그가 링컨차를 세대 소유하게 하는 힘이자 원동력이었다.

그런 그에게 황금어장이랄수 있는 수임료 대박의 사건이 의뢰되어졌다.  몸파는 여성을 상대로 강간을 하고 살인을 저지르려다 미수로 그쳤다는 죄명을 뒤집어쓰고 붙잡힌 루이스.  부동산업계의 거부인 그의 변호는 그에게 일년치 수임료를 한번에 벌어들일수 있는 대박사건이었다.  게다가 모든것이 명백하게 무죄로 보여지는 느낌.. 완전 그저 돈놓고 돈 먹기인 셈이다.  그런데, 그 사건속에 깊고 깊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아는것일까?

 

어찌보면 할러는 돈만 쫓기위해 살아왔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탁월한 변호능력을 보면서 정말 비싼 수임료이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는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너무 돈에 매달리고 그에 접근하다보니 자신이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을 간과해버리고 만것이다.  자신이 다루는 의뢰인들 중 "무죄"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저 승률로 따지고 들기위해 수임료의 부분을 너무 깊이 계산하기 위해 간과해 버린 사실들.. 법의 진실과 정의...

스릴러물인데다 반전까지 더해져 더 깊은 줄거리를 밝힐수 없지만 이야기는 정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범인을 미리 밝혀버리는 센스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어쩌면 김이 빠질수도 있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김이 빠졌다고 생각한 순간 또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무려 5년여의 조사와 기획을 거쳐 완성했다는 이 소설은 정말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많은 부분이 세세하게 묘사됐고 작은부분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역시 글을 쓰는 작가들,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나저나 책을 다 읽고 나니, 결국 "링컨차"는 돈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됐다.  역시 제목이 얼마나 많은 얘기를 함축적으로 담고있는지 알게된 책이기도 하다.  물론, 할러 변호사 무조건 돈을 탐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변론할땐 정말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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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마나님
다비드 아비께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창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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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표지와 제목에서 오는 유쾌함이 책을 읽기전부터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오 나의 마나님"이라고 외치며 앞치마를 두른 남자.  내용을 모르더라고 어느정도 짐작을 할수 있게 만드는 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남자들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받들때 "오~ 나의 여신님"이라고 외치는 말들을 책속에서 많이 접했던터라 제목에서 오는 느낌 역시 그러긴했지만 웬지 익살스러움이 더 와 닿는듯한 기분이었다.

프랑스 소설은 워낙 글속에 숨겨진 풍자가 많고, 재밌기에 좋아하는편이다.  그래서, 요즘은 일본소설과 함께 프랑스소설도 많이 챙겨보려고 한다.  그러던중 만난 책이라 더 호기심이 발동하고 읽기전부터 미소가 떠올랐는지도 몰랐다.

 

소설이라고 하기보다 작가의 실생활을 그린 수필처럼 느껴지는 이 책은 두 딸을 둔 아빠로서, 자신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아내를 둔 남편이 일상사를 적은 글이다.  결코 미워할수 없는 익살들이 넘쳐나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를 읽을수록 이 남자 불쌍하기보다는 웬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건 뭘까?  예전 남자들의 권위는 온데간데없고 아내들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투덜투덜 거리지만 그건 단지 귀여운 투정일 뿐이다.  이미 스스로의 자리를 인식하고 남편의 자리에서 묵묵히 아니 쩌면 아내와 조금은 자리가 뒤바뀌어 버린 상황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하지만 결코 밉지 않은 투정이다.  두 딸 아이를 공원으로 데려가 놀게 해야한다는 내용속에서 그는 여자들의 위대한 관찰력에 경의를 표한다.  일단 공원에 산책나온 다른 부인의 아이들과 친해지게 해놓으면 자신은 책을 읽고 있어도 무방하다는 아주 재밌는 이론을 펼친다.  그 부인의 아이와 놀고 있으면 자신의 딸이 놀다가 다치더라도 자신보다 먼저 대처하는 민첩성을 발휘하며 놀래거나 다쳐서 우는 아이를 달래는 데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오~ 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같은 여자로서 그런부분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 남자, 여자의 위대성을 찾아내고 있었다.  물론, 간혹 자신이 영화 "대부"속의 주인공처럼 남자의 권위를 찾고 힘있는척 아내에게 큰 소리를 쳐보고 싶어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되지 않는게 현실이라는걸 깨닫는 무지 현실적인 남자이기도 하다. 

 

생각하기엔 현대생활에서 나약해져 가는 남자들의 처연한 모습을 그린듯한 책이지만 실제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현실에서 남자와 여자가 공존해 가며 세월에 따라 같이 묻혀지고 쌓아가는 사랑의 느낌이 더 강하게 전해져 온다.  물론 지금 남자들, 힘을 잃어가는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여자들의 사회생활의 활발한 진출로 그 입지가 줄어든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남녀대립의 얘기가 아니라 그런 현실속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과 아내의 모습을 위트넘치게 즐기며 사는

재미난 남자가 있을 뿐이다.

읽는 내내 프랑스풍의 풍자에 웃었고, 작가의 익살에 웃으며, 작가의 찰력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두 딸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아내보다 많아도, 월급이 아내보다 적어도, 이 남자 결코 불행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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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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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가즈키를 만난게 재작년이었던가?  단편소설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에게 단편의 참맛을 보여주었던 그를 다시 만난다는 설레임은 아무리 책이라 할지라도 기분좋은 떨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라고 자처하면서도 기실 그에 대해서 아는것이라고는 거의 없을 정도다.  단지 그의 책이 재미있고, 그가 쓴 책들이 많이 영화화 되었다는 것뿐이랄까.  그런데, 이번에 이책을 펼치면서 꼼꼼히 그의 이력을 들여다 보았다.  어라?  그런데 그가 재일동포란다.  물론 조총련계쪽 학교를 나온만큼 지금 우리와는 다른 이념의 교육을 받았을거 같다는 선입견이 먼저 들긴하지만 그래도 우리와 한 핏줄을 나눈 사실에 웬지 더 친근함이 든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나라 작가지만 모두 좋아하는것이 아니듯, 무조건 가네시로가즈키 이기에 그의 책을 손에 들면 난 딴곳으로 눈을 돌릴틈도 없이 단숨에 읽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이책 역시도 짧은 시간안에 나를 유혹해버렸고, 책을 덮는 순간 "역시, 역시"를 외치고 있다.  2년반만의 기나긴 기다림속에서 나온 책이라 더 그런것일까? 

 

앞서 읽었었던 "연애소설"처럼 단편을 이루고 있는듯하지만 그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모두 하나로 이루어진듯한 느낌.  그래서, 단편이면서 단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제목에서 말하고 있듯 모든 소제목들이 영화를 주제로 한다.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얘기들이다.  첫번째 단편 "태양은 가득히"는 마치 가네시로가즈키 자기 자신의 얘기처럼 느껴진다.  말한마디 하지 않던 친구와 제일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거의 매일 영화를 보러다니면서 청소년 시기를 보내지만 각자 다른삶을 살아가는 그들속에서 어느순간 틈이 생기게 된다.  자라는 환경이 달라지고 서로 바쁜 일상생활속에서 서로를 잊어가지만 그래도 영화라는 하나로 이어진 그들은 나이가 들어서 몇년만에, 몇십년만에 만나도 늘 영화이야기 하나면 충분한 얘기가 된다.  젊은시절 우정에서 나이들어감에 따라 삶의 모습이 투영되는 둘의 우정을 보면서 뭔지 모를 찡함이 다가온다. 

두번째 단편 역시 남편의 자살이라는 아픔속에서 자신만의 틀안에 갇혀버린 그녀에게 한발 다가서는 희망이라는 삶의 빛.  그리고, 그속엔 또 역시 영화가 있었다.  그리고, 사랑도 있었다.  그외 몇몇의 단편역시도 가즈키를 부르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몇편의 단편들속에서 전부 등장하는게 있었는데 "힐즈"라는 비디오 가게 시시한 불륜영화 한편과 구민회관에서 상영하는 "로마의 휴일"이다.  처음 두어편에서 그 사실을 발견했을때 그냥 우연이라고 넘겨 버리고 말았었는데 어느순간 "아하~"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이 각각을 나타내는 듯 하지만 하나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마의 휴일"에 관한 정점은 마지막 단편에서 모두 밝혀진다.  그 마지막 단편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따듯해지고 즐거워 지는 이야기다.  어떻게 이런 영화속 얘기들을 연결하면서 따듯함을 찾아내는 것인지......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사실 아직 "로마의 휴일"을 명성으로만 접했지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만큼 흑백영화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고 흘러간 영화에 대해 기대감이 없었다.  요즘의 현란하면서도 눈요깃거리를 제공하는 그래픽 영화에 재미를 들인터라 그 옛날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들도 요즘의 액션영화에 비하면 별거아니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무척이나 "로마의 휴일"이 보고싶어 졌고, 이소룡이 나와 "아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가네시로가즈키 그를 알게되서 무척이나 기쁜순간이고 그의 책을 다시만나 기쁜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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