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고 소리 푸른숲 어린이 문학 16
문숙현 지음,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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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소리'라는 책 제목을 보고 '거문고'를 떠올렸는데 소개 글을 보니 작가가 거문고의 유래(삼국사기)에서 글감을 얻어 쓴 동화라고 한다. 악기를 소재로 한 작품은 생소한 편인데, 이 동화는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고, 작품 속에 서로 다른 환경의 두 나라를 창조하여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검고’라는 새로운 악기를 만들기 위한 여정과 음악을 통해 두 나라간의 전쟁-한 쪽의 일방적인 침략이긴 하지만-을 막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칼과 창으로 무장한 허허벌판 나라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땅에, 몇 개월씩 비가 내리지 않아 물도 부족한 나라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살다 보면 사람들의 감정도 메마르고 호전적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에 비해 가우리 나라는 향기 나는 맑은 물과 비옥한 땅이 있는 곳으로, 왕은 음악으로 하늘신을 섬기고, 백성들 또한 품성이 온유하다. 힘을 지닌 나라에서 전쟁을 통해 주변의 약소국로부터 공물을 받거나 약탈을 행하는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주 있었던 일이다.

풍요로운 가우리 나라를 호시탐탐 노리는 허허벌판 왕은 사신을 통해 자국의 악기인 ‘칠현금’을 보낸다.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면 이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키고자 한다. 혹 이 악기를 제대로 연주한다 하더라도 허허벌판 나라의 힘이 들어 있는 칠현금의 소리를 통해 가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미움과 원망을 심어주려는 흉계가 숨어 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현악 4중주 등 다양한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즐거워지기도 하고, 슬픈 마음이 들거나 흥분되는 느낌이 든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에는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배여 있다.

가우리 왕은 칠현금을 연주하는데 실패한 악사장 해을에게 악기를 가우리 나라에 맞게 고치는 임무를 맡긴다. 처음에는 해을이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악기에 필요한 목재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에 깃든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다루'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이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다루가 아끼던 나무를 베어 악기를 만들고 왕이 '검고'라는 이름을 내린다. 책을 읽다 보니 악기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이 삼 년으로 설정이 되어 있는데, 하나의 악기를 완성하기에는 적당한 시간일지는 몰라도 허허벌판 나라의 사신이 당장이라도 대가를 치르게 할 것처럼 하고 간 것을 생각하면 꽤나 긴 시간의 여유를 준 것으로 여겨진다.

조공을 바치러 가는 사절단을 따라 허허벌판 나라에 다녀온- 그 과정에서 타마 공주를 만나고- 다루는 미완으로 남아 있던 검고를 완성시키고, 목전에 닥친 전쟁을 막기 위해 다루와 타마공주는 함께 평화와 평등, 자연에 대한 공경심이 담아 연주를 시작한다. 전반적으로 이야기 중간 중간에 약간의 불협화음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작품의 영감을 얻은 역사의 기록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도 되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섬세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한껏 살린 백대승씨의 일러스트가 특히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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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피 키드 4 - 여름 방학의 법칙 윔피 키드 시리즈 4
제프 키니 지음, 양진성 옮김 / 푸른날개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윔피키드, 정말 재미있다! 초등 5학년인 작은 아이 반 아이들 사이에 윔피키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외국에서 살다 온 전학 온 학생이 있는데 그 아이도 영문판을 재미있다고 봄- 모양이다. 아이들이 워낙 재미있게 보니 담임선생님이 1~3권까지 사놓고 돌아가면서 보라고 하셨단다. 윔피키드 시리즈는 동화책이지만 만화를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가 환상의 복식조를 이루어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그레그가 자신의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일을 일기로 적고 있는 형식의 이 책은 펼쳐진 책장 당 세 컷 정도의 삽화가 들어 있다. 검은 외곽선으로만 그려진 단순한 그림이지만 웃음도 주고 일기 내용 잘 전달하고 있어서 그림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주인공 그레그는 인물도 잘 생긴 편이 아니고, 덩치도 작고 소심하며, 착하긴 한데 그다지 영리해 보이지도 않는, 좀 짓궂게 표현하자면 찌질이~ 같은 인상을 풍기는 아이이다. 거기다 안 좋은 일들은 연달아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을 달고 사는 것 같다. [여름 방학의 법칙]이라는 부제를 단 4번째 권은 그레그가 여름방학 동안 겪는 일들을 담고 있는데, 비록 안 좋은 일들이 수두룩하게 일어나긴 하지만 여름 방학이라도 집과 학원을 오가는 것이 전부인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전혀 다른 일들을 경험한다.

 

 

 우선 놀란 점은 방학이 자그마치 3개월이나 된다는 것!! 와~ 방학이 그렇게 길다니, 부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우리 아이들의 방학 기간을 살펴보니 40여일도 채 안 되는데 늘 그렇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리는 것 같아서 늘 아쉽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놀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 아닌가. 그런데 그레그는 방학이 감옥체험이나 마찬가지란다. 사람들은 휴가나 방학 때가 되면 꼭 어디를 가야하고, 뭔가를 해야만 할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레그는 집에만 있는 걸-TV 시청과 게임 하기- 좋아한다. 방콕형인 나도 그렇지만 큰 딸아이도 이 부분에 절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






 우리나라 아이들과 비교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아르바이트로 자기 용돈을 벌어서 쓰는 점이다. 외국 동화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이 이웃들의 잔디를 깎아주거나 개를 산책 주는 등의 일을 하고 돈을 받는 내용을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레그도 친구와 함께 돈을 -지불해야 할 일이 생기는 바람에- 벌기로 하는데 애초의 계획과 달리 용돈 벌기가 녹녹치가 않다. 그리고 올해 생일은 다행이 생일빵(?)은 없지만 선물도 원하는 것이 아니고 생일케이크도 누군가가 반쯤 먹어치워 버리는 등 그다지 유쾌하지 못하게 보낸다. 그레그는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갖고 싶어 했는데, 모종의 일로 아빠가 한 마리 데려 온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는 법. 우리 집도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어서 아는데,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생이라고 늘 로드릭 형에게 당하는 것도 안 되어 보인다. 유치원생도 아니고 십대의 중학생 씩이나 되면서 수박씨를 먹으면 뱃속에서 수박이 자란다는 말을 믿다니, 순진한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구분이 안갈 때가 있다. 로드릭 형을 나쁘다고 비난할 수도 없는 것이, 대부분의 형들은 다 그렇지 않던가~. ^^ 그레그는 아빠와의 관계도 썩 가깝지 않은 편인데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이 자꾸 어긋나서 도리어 더 나빠지기만 한다. 그렇긴 해도 아빠와 그레그가 절대 공감하는 한 가지가 있으니, '릴 큐티'는 못 참아~.




 위의 두 장면은 마지막 장에 실린 그림으로, 그레그가 여름방학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사진 속에 담긴 장면이 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일례로 그레그의 엄마는 기념품 가게에서 조개껍데기를 잔뜩 사다가 모래 속에 묻어 놓고 동생(메니)에게 찾아보게 하고는 바닷가에서의 기념사진을 찍으셨다. (엄마들이 아이 사진 찍을 때 가끔 행하는 작위적인 설정이라고나 할까~ ^^;) 위의 사진들 속에 담긴 장면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 책을 덮자마자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는 아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그럴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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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인형의 집 푸른숲 작은 나무 14
김향이 지음, 한호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인형들이 모여 있는 인형의 집을 배경으로 인형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저학년 동화. <달님은 알지요>를 비롯하여 <쌀뱅이를 아시나요>, <내 이름은 나답게>를 쓴 김향이 작가의 작품이다. 망가진 채로 오는 인형이 있으면 손질하여 새단장시켜 주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기는 인형 할머니는 작가가 꿈꾸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작품 속에 투영시킨 인물이다. 인형 박물관에서 동화 읽어 주는 작가 할머니로 남고 싶은 꿈을 지닌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손을 거친 인형들을 보며 창조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김향이씨는 인형을 모아 집을 꾸미고, 지금도 인형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2007년경에 방송해서 지금까지 모아 놓은 인형이 500개가 넘는다는 내용이 있다. 

 주인공은 유명한 미국 아역 배우인 셜리 템플의 모습을 본떠 만든 인형으로, 벌거숭이에 머리는 헝클어지고 할퀸 자국 투성이에 발가락이 부러진 상태로 인형 할머니에게로 온다. 할머니는 인형의 집에 진열된 인형 극장에 인형들로 동화책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해 놓았다. 이곳에 있는 인형들이 매일 밤마다 이야기 극장에서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인형공장 아가씨가 넣어준 종이돈에 태어난 나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 선녀 인형. 외국으로 입양된 울보 존의 친구가 되어 준 꼬마 인형. 노예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 주릴리의 여정을 함께한 릴리. 

 말없이 이쁜이, 꼬마 존, 검둥이 인형 릴리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셜리 템플 인형은 할머니에 의해 예전 모습을 되찾자 용기를 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인형들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상대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으며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통해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일깨워 준다. 본문 뒤에 이야기에 등장한 네 인형의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과 그 인형들이 작가의 손에 오기까지의 사연을 인형 별로 들려준다. 인형으로 동화 속 한 장면을 꾸며 놓은 광경을 찍은 사진과 셜리 인형을 손질한 과정도 곁들였다. 독자가 인형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과 인형 본을 첨부해 놓았다. 

 눕혔다 세웠다 하면 눈꺼풀을 깜~박이는 인형-이런 인형을 처음 선물 받고 얼마나 신기해했던가-, 보들보들한 털의 촉감이 너무 좋아 자꾸 쓰다듬어 주고 싶어지는 곰 인형(을 비롯한 각종 동물 인형), 늘씬한 체형에 길고 곧은 금발머리가 매력적인 바비 인형, 가지고 놀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운 사기 인형... 자주 가지고 놀다 보면 머리도 헝클어지고, 표면에 때도 타고, 잘못 다루어 어느 한 곳이 부서지기도 하면서 점차 주인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어느 놀이터에 남겨지거나, 쓰레기 통속으로 버려지는 것으로 비운의 운명을 마감하는 인형들.... 어쩌면 운이 좋은 몇몇 인형들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여 다시 사랑받으며 살다 갔을지도.

 버림받고 상처받은 인형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유년 시절에 늘 곁에 두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좋은 벗이 되어 주었던 그 인형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한결같은 표정으로 묵묵히 머물러 주었던 인형들이 새삼 그리워지게 만든다. 어디 여자 아이들만 인형에 대한 추억이 있을까. 남자 아이들도 어렸을 때 곰인형 같은 거 하나쯤은 품고 자거나 데리고 다닌 적이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인형을 떠올릴지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면 아이가 종종 실밥이 뜯어진 인형을 가지고 와서 꿰매달라고 하곤 하는지라 나도 우리 집 인형들에게는 인형 아줌마 정도는 되는데~. ^^*

 일전에 학교 알뜰바자회에 갔다가 막내가 가지고 놀만한 인형을 두어 개를 사가지고 왔다. 실밥이 뜯어진 부분이 조금씩 있기에 수선을 하여 깨끗이 빨고 말려서 아기에게 주었더니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해한다. 어느 집 아기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을 그 인형들이 이제 또 다른 아기에게 사랑받는 친구가 되었으니 모쪼록 우리 집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만 쌓아가기를~.

- 김향이 동화사랑 : http://www.kimhyange.com/

사족 : 나를 거쳐간 인형들을 생각해 보다가 문득 딸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투리 천들을 모아 내가 일일이 손바느질로 꿰매서 만들어 주었던 인형이 생각났다. 검은 실을 꼬아 양 갈래로 머리를 심고, 서툰 솜씨로 옷까지 두어 벌 만들어 주었었는데... 언제 없어졌는지, 혹은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든 것이기에 -아이들보다 나에게- 더 각별했는데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더구나 아이들은 어떤 인형인지 기억나지도 않는다고 하니...) 나중에 아이들 선물로 하얀 웨딩드레스나 꽃무늬 원피스 같이 멋진 옷을 입은 인형들이 몇 개나 생겼지만 내가 만들었던 인형만큼 큰 애정을 주게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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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빈손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 신나는 노빈손 한국사 시리즈 4
한정영 지음, 이우일 그림 / 뜨인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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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캐릭터를 어지간히 써먹는다(^^;) 싶은 생각이 드는 엄마에 비해 우리집 아이들은 신간이 나올 때마다 열렬히 환영하며 사달라고 졸라대는 노빈손 시리즈~. 이번이라고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한국사 시리즈 네번째 권인 이 작품은  '노빈손 10주년 기념 원고 공모전 대상작'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글을 보니 완전 신인 작가는 아니고 어린이 창작 동화를 비롯하여, 일전에 읽은 적 있는 <선비들의 공부 비법> 등의 여러 도서를 쓴 등단 작가이다. 

 이번 작품은 노빈손이 한글 금지법(1504년)이 공표된 조선 연산조로 가서 겪게 되는 여러 사건들과 한글 관련 지식들이 잘 혼합되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노빈손'은 이 사람을 빼고 논할 수 없으니, 쌍을 이루어 저절로 떠오르는 만화가 '이우일'. 아이들에게는 작가 이름보다 이 만화가의 이름이 더 친숙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책에서도 변함없이 유머러스한 이우일의 일러스트가 보는 재미를 곁들이고 있다. 앞표지 안쪽에 나와 있는 이 책의 난이도 평점을 보니 '고급 깊은 맛' 수준. 

 인사동 책방에서 일하던 노빈손은 어떤 할머니가 주신, 옛 한글이 적혀 있는 옷으로 갈아 입은 후 연산군 시대로 가게 된다. 이 시기에는 언문 사용을 금하거나 사용한 이를 체포 하는 등 탄압하는 정책이 실시되고 있던 탓에 노빈손은 자신을 도우려던 선비 윤회와 함께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만다.  세종의 외손자(안빈세 대감)의 명으로 윤회를 구하러 온 소녀 무사를 따라 감옥에서 탈출한 후 이들은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리고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니, 아하~ 처음에 노빈손에게 옷을 준 할머니가 바로 정의공주였던 것!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종대왕의 둘째 딸인 '정의 공주'는 실존 인물로, 훈민정음 연구 당시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그리고 정의 공주의 넷째 아들인 '안빈세' 또한 실존 인물인데, 다만 존재한 시기는 이 작품의 배경인 연산조가 아니라 성종 때이다. 역사 판타지로 이야기의 흐름을 위한 설정이라고는 하나 이처럼 실제 역사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조금 아쉽게 여겨진다. 작품에 종종 언급되는 '진독청(進讀廳)'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집현전의 후신 기관인 홍문관(弘文館)을 연산군 때 잠시 이 이름으로 고쳤다가 중종 때 부활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노빈손 시리즈는 책장 왼쪽 혹은 오른쪽의 자투리 공간에 내용에 언급된 인물이나 건물 혹은 시대상 등을 알려주는 짧은 설명글이 실려 있는 것이 특징. 이야기의 재미에만 빠져들지 말고 본문 옆에 실려 있는 '관리를 부르는 호칭, 괘서, 자음 제작의 원리, 한글이 네모꼴인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한 글도 빠짐없이 읽어두면 알찬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책 중간 중간에 실린 조선 뉴스, 조선 대담, 조선 서당 등의 코너도 흥미로운 읽을거리~.

 작가는 음양오행의 원리 및 천문(28수 천문방각도)의 이치를 따른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알려주는 이 작품을 통해 세종대왕이 새로운 글자를 만든 이유와 우리 한글의 우수한 과학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우리는 쉽게 배워 일상에서 편리하게 쓰고 있기에 그 우수성을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다. 종종 타국 학자가 한글의 우수함을 이야기하는 기사 등을 접할 때면 자랑스러운 마음이 드는데, 일전에 인도네시아의 한 부족이 공식 문자로 채택하였다는 소식은 한글의 진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프롤로그에 앞서 실려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원문을 오랜만에 읽어보고 있노라니 학생 때 이를 배우고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난다. 외모는 비호감이지만 임기응변에 능하며 재치 있는 입담과 유머를 곁들인 노빈손이 일행들과 마지막 훈민정음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으면 좋겠다. <로빈슨크루소 따라잡기>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이어 온 노빈손 시리즈.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과 지식을 결합시킨 이 시리즈가 다음에는 어떤 소재로 작품을 준비 중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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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자 될 놈아! 내친구 작은거인 25
목온균 글, 신민재 그림 / 국민서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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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생긴 편견, 고정관념, 잘못된 정보 등으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곤 한다. 이 동화에서 다루고 있는 -예전에는 나병으로도 불렀던- '한센병'은 치료가 어렵던 시기에는 천형병이니, 문둥병이라 하여 사람들이 전염이라도 될까 봐 환자를 천대하고 멀리 하였었다. 이제는 치료법이 발견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나병 환자라 하면 전염되는 불결한 병균을 대하듯 거리감을 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치료하거나 돕기 위해 애쓰는 이들도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주인공 짠이는 장독을 깨트리고 도망치면서 밥 안 준다는 엄마에게 국수가 좋다는 말을 던지는 능청스러운 말썽꾸러기. 이런 짠이도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 있었으니, 지하에 해골이 많다는 등의 무서운 소문이 도는 근처 수도원!  짠이는 친구들과 수도원에 몰래 들어가 보기로 한다. 어느 날 말도 없이 이민을 가버린 친구 화영이가 보낸 편지에, 자기네 배밭을 수도원에 넘겨주었다며 그곳에 가보라고 썼기 때문. 짠이는 수도원 지하실에 갔다가 병으로 인해 외모가 흉하게 변한 한센병 환자를 보고 기절을 하고 만다. 

 작품 속에서 한센병 환자들은 동네 사람들 모르게 수도원에 숨어 살고 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 한센병의 치료법이 발견되었지만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 환자나 가족들이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한센병에 걸리면 살이 썩어 들어가서 흉한 외모를 가지게 된다는데, 그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병 자체보다 무조건 그들을 멀리하려는 사람들의 편견이 더 뼈아프지 않을까 싶다. 한센병이 아니더라도 외모가 흉하다거나 못생겼다고 해서, 혹은 장애가 있다고 하여 그들의 심성 또한 그리한 것이 아닐 진데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만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작가는 짠이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입장이나 처지를 생각해 보게 하고, 착하게 산다는 것, 착한 사람은 어떤 이들인지 일깨우고 있다. 개인적으로 종교가 없는 터라 종교에 헌신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믿음을 가졌기에 그런 삶을 살아갈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책 내용 중에 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신에게 비는지 궁금해 하는 짠이와 큰 누나의 대화(p. 45~48)는 종교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한 쪽 종교인만 다루지 않고 다앙히게-무속인, 수도사, 스님- 언급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며,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내용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짠이에게 "이 부자 될 놈아!"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옆 동네 무당 할매가 아들 앞길 막는 욕으로 복을 쫓아내지 말라고 했기 때문. -뜻은 거기서 거기지만 '놈'보다는 '녀석'이라는 단어가 덜 낮추어 부르는 표현이지 않나 싶다- 말이 씨가 된다거나 말한 대로 된다는 말이 있듯이, 말은 가려서 하라고 하지 않던가. 아이들을 부를 때도 앞길을 가로막을 말로 불러서야 쓰겠는가... (다 큰 아이들에게 요즘도 어릴 때 부르던 대로 '똥강아지'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런 별칭도 삼가야 하나 고민되네..) '내친구 작은 거인'시리즈에 속한 저학년 대상 동화. 
 
* 한센병 [, leprosy] : http://100.naver.com/100.nhn?docid=3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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