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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인형의 집 ㅣ 푸른숲 작은 나무 14
김향이 지음, 한호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인형들이 모여 있는 인형의 집을 배경으로 인형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저학년 동화. <달님은 알지요>를 비롯하여 <쌀뱅이를 아시나요>, <내 이름은 나답게>를 쓴 김향이 작가의 작품이다. 망가진 채로 오는 인형이 있으면 손질하여 새단장시켜 주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기는 인형 할머니는 작가가 꿈꾸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작품 속에 투영시킨 인물이다. 인형 박물관에서 동화 읽어 주는 작가 할머니로 남고 싶은 꿈을 지닌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손을 거친 인형들을 보며 창조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김향이씨는 인형을 모아 집을 꾸미고, 지금도 인형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2007년경에 방송해서 지금까지 모아 놓은 인형이 500개가 넘는다는 내용이 있다.
주인공은 유명한 미국 아역 배우인 셜리 템플의 모습을 본떠 만든 인형으로, 벌거숭이에 머리는 헝클어지고 할퀸 자국 투성이에 발가락이 부러진 상태로 인형 할머니에게로 온다. 할머니는 인형의 집에 진열된 인형 극장에 인형들로 동화책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해 놓았다. 이곳에 있는 인형들이 매일 밤마다 이야기 극장에서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인형공장 아가씨가 넣어준 종이돈에 태어난 나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 선녀 인형. 외국으로 입양된 울보 존의 친구가 되어 준 꼬마 인형. 노예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 주릴리의 여정을 함께한 릴리.
말없이 이쁜이, 꼬마 존, 검둥이 인형 릴리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셜리 템플 인형은 할머니에 의해 예전 모습을 되찾자 용기를 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인형들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상대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으며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통해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일깨워 준다. 본문 뒤에 이야기에 등장한 네 인형의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과 그 인형들이 작가의 손에 오기까지의 사연을 인형 별로 들려준다. 인형으로 동화 속 한 장면을 꾸며 놓은 광경을 찍은 사진과 셜리 인형을 손질한 과정도 곁들였다. 독자가 인형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과 인형 본을 첨부해 놓았다.
눕혔다 세웠다 하면 눈꺼풀을 깜~박이는 인형-이런 인형을 처음 선물 받고 얼마나 신기해했던가-, 보들보들한 털의 촉감이 너무 좋아 자꾸 쓰다듬어 주고 싶어지는 곰 인형(을 비롯한 각종 동물 인형), 늘씬한 체형에 길고 곧은 금발머리가 매력적인 바비 인형, 가지고 놀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운 사기 인형... 자주 가지고 놀다 보면 머리도 헝클어지고, 표면에 때도 타고, 잘못 다루어 어느 한 곳이 부서지기도 하면서 점차 주인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어느 놀이터에 남겨지거나, 쓰레기 통속으로 버려지는 것으로 비운의 운명을 마감하는 인형들.... 어쩌면 운이 좋은 몇몇 인형들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여 다시 사랑받으며 살다 갔을지도.
버림받고 상처받은 인형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유년 시절에 늘 곁에 두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좋은 벗이 되어 주었던 그 인형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한결같은 표정으로 묵묵히 머물러 주었던 인형들이 새삼 그리워지게 만든다. 어디 여자 아이들만 인형에 대한 추억이 있을까. 남자 아이들도 어렸을 때 곰인형 같은 거 하나쯤은 품고 자거나 데리고 다닌 적이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인형을 떠올릴지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면 아이가 종종 실밥이 뜯어진 인형을 가지고 와서 꿰매달라고 하곤 하는지라 나도 우리 집 인형들에게는 인형 아줌마 정도는 되는데~. ^^*
일전에 학교 알뜰바자회에 갔다가 막내가 가지고 놀만한 인형을 두어 개를 사가지고 왔다. 실밥이 뜯어진 부분이 조금씩 있기에 수선을 하여 깨끗이 빨고 말려서 아기에게 주었더니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해한다. 어느 집 아기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을 그 인형들이 이제 또 다른 아기에게 사랑받는 친구가 되었으니 모쪼록 우리 집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만 쌓아가기를~.
- 김향이 동화사랑 : http://www.kimhyange.com/
사족 : 나를 거쳐간 인형들을 생각해 보다가 문득 딸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투리 천들을 모아 내가 일일이 손바느질로 꿰매서 만들어 주었던 인형이 생각났다. 검은 실을 꼬아 양 갈래로 머리를 심고, 서툰 솜씨로 옷까지 두어 벌 만들어 주었었는데... 언제 없어졌는지, 혹은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든 것이기에 -아이들보다 나에게- 더 각별했는데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더구나 아이들은 어떤 인형인지 기억나지도 않는다고 하니...) 나중에 아이들 선물로 하얀 웨딩드레스나 꽃무늬 원피스 같이 멋진 옷을 입은 인형들이 몇 개나 생겼지만 내가 만들었던 인형만큼 큰 애정을 주게 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