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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빈손 사라진 훈민정음을 찾아라 ㅣ 신나는 노빈손 한국사 시리즈 4
한정영 지음, 이우일 그림 / 뜨인돌 / 2009년 10월
평점 :
한 캐릭터를 어지간히 써먹는다(^^;) 싶은 생각이 드는 엄마에 비해 우리집 아이들은 신간이 나올 때마다 열렬히 환영하며 사달라고 졸라대는 노빈손 시리즈~. 이번이라고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한국사 시리즈 네번째 권인 이 작품은 '노빈손 10주년 기념 원고 공모전 대상작'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글을 보니 완전 신인 작가는 아니고 어린이 창작 동화를 비롯하여, 일전에 읽은 적 있는 <선비들의 공부 비법> 등의 여러 도서를 쓴 등단 작가이다.
이번 작품은 노빈손이 한글 금지법(1504년)이 공표된 조선 연산조로 가서 겪게 되는 여러 사건들과 한글 관련 지식들이 잘 혼합되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노빈손'은 이 사람을 빼고 논할 수 없으니, 쌍을 이루어 저절로 떠오르는 만화가 '이우일'. 아이들에게는 작가 이름보다 이 만화가의 이름이 더 친숙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책에서도 변함없이 유머러스한 이우일의 일러스트가 보는 재미를 곁들이고 있다. 앞표지 안쪽에 나와 있는 이 책의 난이도 평점을 보니 '고급 깊은 맛' 수준.
인사동 책방에서 일하던 노빈손은 어떤 할머니가 주신, 옛 한글이 적혀 있는 옷으로 갈아 입은 후 연산군 시대로 가게 된다. 이 시기에는 언문 사용을 금하거나 사용한 이를 체포 하는 등 탄압하는 정책이 실시되고 있던 탓에 노빈손은 자신을 도우려던 선비 윤회와 함께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만다. 세종의 외손자(안빈세 대감)의 명으로 윤회를 구하러 온 소녀 무사를 따라 감옥에서 탈출한 후 이들은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리고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니, 아하~ 처음에 노빈손에게 옷을 준 할머니가 바로 정의공주였던 것!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종대왕의 둘째 딸인 '정의 공주'는 실존 인물로, 훈민정음 연구 당시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그리고 정의 공주의 넷째 아들인 '안빈세' 또한 실존 인물인데, 다만 존재한 시기는 이 작품의 배경인 연산조가 아니라 성종 때이다. 역사 판타지로 이야기의 흐름을 위한 설정이라고는 하나 이처럼 실제 역사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조금 아쉽게 여겨진다. 작품에 종종 언급되는 '진독청(進讀廳)'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집현전의 후신 기관인 홍문관(弘文館)을 연산군 때 잠시 이 이름으로 고쳤다가 중종 때 부활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노빈손 시리즈는 책장 왼쪽 혹은 오른쪽의 자투리 공간에 내용에 언급된 인물이나 건물 혹은 시대상 등을 알려주는 짧은 설명글이 실려 있는 것이 특징. 이야기의 재미에만 빠져들지 말고 본문 옆에 실려 있는 '관리를 부르는 호칭, 괘서, 자음 제작의 원리, 한글이 네모꼴인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한 글도 빠짐없이 읽어두면 알찬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책 중간 중간에 실린 조선 뉴스, 조선 대담, 조선 서당 등의 코너도 흥미로운 읽을거리~.
작가는 음양오행의 원리 및 천문(28수 천문방각도)의 이치를 따른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알려주는 이 작품을 통해 세종대왕이 새로운 글자를 만든 이유와 우리 한글의 우수한 과학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우리는 쉽게 배워 일상에서 편리하게 쓰고 있기에 그 우수성을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다. 종종 타국 학자가 한글의 우수함을 이야기하는 기사 등을 접할 때면 자랑스러운 마음이 드는데, 일전에 인도네시아의 한 부족이 공식 문자로 채택하였다는 소식은 한글의 진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프롤로그에 앞서 실려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원문을 오랜만에 읽어보고 있노라니 학생 때 이를 배우고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난다. 외모는 비호감이지만 임기응변에 능하며 재치 있는 입담과 유머를 곁들인 노빈손이 일행들과 마지막 훈민정음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이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으면 좋겠다. <로빈슨크루소 따라잡기>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이어 온 노빈손 시리즈.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과 지식을 결합시킨 이 시리즈가 다음에는 어떤 소재로 작품을 준비 중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