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일이다.

더 할 수 없는 무거운 이야기들을 하나씩 둘씩

함께 건널 때마다

조금씩 짐을 내려놓는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지던 시간들..


군더더기를 잘라낸 이야기들..

앞뒤 설명 없이도 알아먹겠는 어떤 것들에 관한..


푹푹 어디론가 발이 빠지는 것 같은 일상 속에서

나를 잠시 건져낸 시간이었다는 걸 그녀가 알까..


내 왼쪽 가슴팍 어딘가 쯤에 생긴 생채기에 관해 

언제, 왜, 어떡하다 그랬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고즈넉하고 아무도 모르게 가슴 뛰는 일이다.


그녀와 나는 달랐다.

그녀와 나는 같았다.

 

여자라는, 인간이라는 1000피스의 퍼즐조각 속에서

한쪽 귀퉁이를 헤매어 찾아낸 그녀와

다른 한쪽 귀퉁이를 헤매어 찾아낸 나..

그 나머지 우리가 아직 찾아 헤매는 심연 같은 조각들..

내가 먼저 찾아낼 수도, 그녀가 먼저 찾아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찾아낸 그 비밀들을

서로 공유하게 될 거라는 것..

 

 





청소를 씩씩하게 하고

마음의 군더더기를 포함한 사물의 군더더기들을 정리한 후

그녀 그림의 자리를 잡아줘야지

아직은 임시거처 ^^

마음이 즐겁게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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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6-01-1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완전 질투 중(글과 만남 모두 , 글이 너무 멋지오 ~). ^-^

rainy 2006-01-1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사이에 두고 질투라니.. 요거.. 아주 맛있는 기분인데요^^
 

 

바닥을 친 건 아니지만

뭉갤 만큼 충분히 뭉갰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눈 친구 B는

어떤 남자가 자기에게 구애를 하는데 어째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나는 물었다. 너는 어떠냐고.

어차피 꼬이게 되어 있는 인생사.

그것도 연애라니 또 사랑이라니.. 

너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면 최소한 나중에 후회를 하거나

남의 탓을 하는 일은 없지 않겠냐고

외로워서 라거나, 그가 나를 좋아하니까 라거나,

나도 싫지는 않고, 살면서 애인은 있으면 좋으니까..

라는 이유로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은 쉽다. 말은 잘 한다.

하지만 나라면 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럴 것 같다.

최소한 내가 절실하게 거기로 가야하는 이유가 분명하다면

길을 헤매게 된다 해도.. 어쩔 수 없지 않았냐고..

꼭 이 길로 들어서고 싶지 않았느냐고..

그렇게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앞이 캄캄한 인생이지만 나는 그래서 나를 아직 믿는다.

남들 보기엔 꽉 막혀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자신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행동도 단념도 나 자신과 해결을 봐야한다..


길고도 짧았던 여행이 있었다. 

무겁고도 가벼웠던 여행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읽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은 날들이 지나갔고..

이제 털고 일어나고 싶어졌다.


앞으로의 날들은..

어떤 것에도 무게 두지 않고..

가볍게 아주 가볍게 흐르길 바란다..

내 생의 배경음악으론 [꿈꾸는 나비]를 다시 깔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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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1-17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만 번 죽어도 새롭게 피어나는 꿈... 가볍게 흐르길, 저도 바랄께요^^

rainy 2006-01-1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 님.. 고마워요^^
아이들과의 캠프 잘 다녀오시길 바래요..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

요가를 신청했고 어제 첫 수업이 있었다.

(수업.. 여기에도 수업을 붙이는 게 맞나? )


몸이 사정없이 땡기고 무거운 게

그동안 어지간히도 최소한의 움직임만 가지고

살아왔구나 새삼 느낀다.

몸은 고달프지만 그래도 내가 운동이란 걸 했구나 싶어서

마음은 뿌듯하다^^


마음이란 놈은..

정성껏 신경을 쓰고 돌보아도 늘 자기 맘대로다.

아무리 도닥거리고 얘기하고 충고해도

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마음은 잠시 제쳐두고

올해는 몸에게 신경을 좀 써주기로 했다.

그동안.. 너무 신경을 안써서

아마도 몸은 많이 삐졌나 보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건

생각보다 훨씬 비참하고 덜컥 두려움이 생긴다.

난 평균적으로 보면 반을 살았고, 반이 남았다.

적어도 몸이 주저 앉아버려서 불편을 겪는 일은 생기지 않게..

살살 돌보고 조금씩 더 열심히 움직여주고

그래서 몸이 나와 화해하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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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6-01-0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물은 좋은데.. 수영 한번 배워보려다 좌절 ^^
잠수가 안되요. 갑자기 퍼뜩 무서워져버려서 그후론..

치니 2006-01-04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물도 요가도 다 좋은데, 추운건 시려서...ㅋ 요가 쪽으로 겨울에는 한표.

rainy 2006-01-0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제가 좀. 아득한 깊이에 두려움이 많아요^^
잘 알지 못하는 깊이에 대한.. 두려움..
물에 한번 크게 놀란 적이 있는데, 그게 물이 뭘 어째서가 아니었단 ㅋㅋ

치니님.
내가 어제 너무 놀란게. 그 할랑한 스트레칭에 이마에 땀이 다 맺히더라는..
보드의 여신 , 보드 타러 또 가셔야죠? ㅋㅋ
 

 


      흔들리지 마



      흔들지 마, 사랑이라면 이젠 신물이 넘어오려 한다.


      내 잔가지들을 흔들지 마.


      더이상 흔들리며 부들부들 떨다 치를 떠느니,


      이젠 차라리 거꾸로 뿌리뽑혀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프라하에서 한 집시 여자가, 운명이야, 라고 말했었다.


      운명 따윈 난 싫어, 라고 나는 속으로 말했었다.


      아름다움이 빤빤하게 판치는 프라하, 그러나 그 뒤편


      숨겨진 검은 마술의 뒷골목에서 자기 몸보다 더 큰


      누렁개를 옆에 끼고 땅바닥에 앉아


      그녀는 내 손바닥을 읽었다.


      나는 더이상 읽히고 싶지 않다.


      나는 더이상 씌어진 대로 읽히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운명이라 말하지 마, 흔들지 마.


      네 바람의 수작을 잘 알아, 두 번 속진 않아.


      새해, 한겨울, 바깥바람도 내 마음만큼 차갑진 않다.


      내 차가운 내부보다 더 차가운 냉수 한 잔을


      마시며, 나는 차갑게 다시 읊조린다.




      흔들지 마, 바람 불지 마, 안 그러면


      난 빙하처럼 꽝꽝 얼어붙어버리겠어.




      창문 밖으로 사람들이 하나씩 오고 가면서


      내게 수상한 바람 소리들을 보낸다.


      그때마다 나는 접시 깨지는 소리로 대답한다.


      "접근하면 발포함" 그러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뭔지 나는 안다. 그것은 외부를 향한 게 아닌,


      내부를 향한 내 안의 폭탄이다.



 <최승자>



땅에 닿자마자 녹아버린 잠깐의 눈.

외롭다 생각하자마자 멈춰버린 잠깐의 생각.

어쩌면

불안하고 불길할수록 좋아..

안심이나 따스함은

아주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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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1-02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가끔 시를 만나네요. 음... 새해 맞이, 스스로에게 내미는 덕담으로 삼고 싶어집니다..^^

rainy 2006-01-02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나도 잠이 안와서 해리포터를 보았어요.
<비밀의 방>과 <아즈카반의 죄수>를 연달아 ^^
근데 큰일이네요. 검은비님 만나면 꼭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은데 ㅋㅋ
신데렐라처럼 아이 데리러 종치기 전에 와야하니..
낮술이라도 마셔야 할라나...쩝쩝..

나어릴때 님..
저도 제 덕분에.. 가끔 시를 만나요^^;;;
근데.. 새해맞이 덕담으로 저는 못 권합니다.. 님이 알아서 가끔만 ^^
가끔은 흔들려줘야 뭐 제자리도 알게되고 (아, 진짜 일관성 없어..)

치니 2006-01-0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시 보다 밑에 적은 언니 글이 더 와닿는다.

rainy 2006-01-0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이런 거 닿지 말지..

검은비..
^___^

2006-01-02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y 2006-01-03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마음만이니깐 비공개^^
올 한해 기쁜 일 많길 바랍니다..
 



 

밤새 안녕?

싱크대 무너지다.

그 시간에 밖에는 눈이 내렸다.

올해 두 번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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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2-26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니 님. 어이쿠. 어쩝니까. 고단한 밤이었겠는 걸요.
무너진 싱크대를 뒤로 하고 나가서 찍은 사진인가요?
심각한 상황에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sudan 2005-12-26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인사에요. 반새 안녕?

로드무비 2005-12-2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은 직접 찍으신 건가요?^^
(전 싱크대 폭파시키고 싶어요.)

rainy 2005-12-2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정말 황당했답니다. 시끄러운 밤이었지요. 주인아저씨의 민첩한 연락으로 10시에 무너져내린 싱크대를 11시부터 고치기 시작하고.. 지진이 났다고 우는 아이를 살짝 달래놓고, 그 넘의 전기공구소리에 미쳐버릴까봐 밖으로 뛰쳐 나갔답니다. 물론 눈온다는 걸 알고 말이죠^^
수단님..
오늘밤도.. 밤새 꼭 안녕..

로드무비님.
싱크대 폭파시키고픈 마음 너무 잘 알 것 같아요^^
저도 이번참에 그릇들 반이 날라가서 은근 좋아라 하고 있다죠^^
사진은 그 와중에 제가 찍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