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아침을 먹는다. 8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정유정의 <7년의 밤>을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읽는다. 문득 중요한 일이라도 생각이 난 듯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다. 아직 11시. 머리를 대충 말리고 혹시 잠이 오지 않을까 싶어 이불을 뒤집어 써본다. 잠은 오지 않는다. 좁은 거실을 수 차례 왔다 갔다 하며 아이가 벗어놓은 수면바지, 얼굴을 닦은 수건, 밤새 신은 양말을 빨래바구니에 넣고 그와 비슷한 종류의 일들을 서 너 가지 한다. 아무래도 제일 나을 듯 한 <7년의 밤>으로 조금 더 시간을 지탱한다. 12시반. 배는 하나도 고프지 않지만 심심해서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