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것들 옆에서
내가 화나고 성나는 날은 누군가 내 발등을 질겅질겅
밟습니다 내가 위로 받고 싶고 등을 기대로 싶은 날은
누군가 내 오른뺨과 왼뺨을 딱딱 때립니다 내가 지치고
곤고하고 쓸쓸한 날은 지난 날 분별없이 뿌린 말의 씨
앗, 정의 씨앗들이 크고 작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힙니다 오 하느님, 말을 제대로 건사하기란 정을
제대로 다스리기란 나이를 제대로 꽃피우기란 외로움을
제대로 바로 잡기란 철없는 마흔에 얼마나 무거운 멍에
인지요
나는 내 마음에 포르말린을 뿌릴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따뜻한 피에 옥시풀을 섞을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오관에 유한낙스를 풀어 용량이 큰 미련과 정을 헹굴
수는 더욱 없으므로 어눌한 상처들이 덧난다 해도 덧난
상처들로 슬픔의 광야에 이른다 해도, 부처님이 될 수
없는 내 사지에 돌을 눌러 둘 수는 없습니다
<고정희>
철없는 마흔..
외로움을 제대로 바로 잡기란 철없는 마흔에 얼마나 무거운 멍에인지요.
나는 그럴 수 없으므로, 나는 그럴 수 없으므로, 나는 그럴 수 없으므로..
무수히 많은 내가 그럴 수 없는 이유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므로..
나는 결정적으로 그럴 수 없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는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