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팔기시 정산처리’를 ‘알라딘에 팔기시 정신차리기’로 읽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간단하다. 틀렸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정답이 있으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를 해석하는 건 정답도 없고 쉽지 않고 때로는 낭패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내 멋대로인 것 같다. 어쩌면 지나치게 일방적이다. 뭐 요즘은 ‘미친봄’이니까.
언젠가 보았던 앨리맥빌 중에서 앨리가 말한다. ‘나쁜 남자라도 만날까? 외로운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녀의 현명한 룸메이트가 대답한다. ‘나쁜 남자를 만나게 되는 것보다 외로운 건 없어.’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앞으로 어떤 남자를 만나도 내가 더 나쁜 여자가 되지 않을까 싶은 기분이 든다. 꼭 못돼서라기 보다는 백 만가지 다른 이유들 때문에. 혼자 조용히 외로운 게 나을까? 둘이 죽어라 내기라도 하듯 나란히 외로운 게 나을까? 혼자 외로운 건 조용히라도 할 수 있지만 둘이 외로운 건 전쟁일 거야 분명히. 좋지 않다 이런 상상.
오후 네 시. 해가 비스듬히 비추는 시간. 곧 질 것을 준비하는 시간. 추운 겨울 어느 일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좁은 베란다에 기대 담배를 피울 때면 햇살의 결이 느껴지고 온기를 품은 것 같은 착각조차 들게 하던 그 엷고 비워진 시간들. 곧 저물 그 시간을 나는 참 좋아했었다. 어쩌면 마흔을 넘긴 내 나이 같기도 한. 곧 저물 것을 충분히 아는.. 짧을 그 시간들을, 그 시간 이후의 어둠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참 진부한 질문이지만 한번도 명확한 해답을 찾은 적 없기에 매번 또다시 던지게 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