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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재미있는 세상 2 - 사람과 장소 편
사라 해리슨 지음, 서남희 옮김, 피터 데니스 그림 / 책그릇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아이에게 보여주려면 일단 심호흡을 크게 하고 자리를 편히 잡아야 한다.

그리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무슨 각오?

끝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성의를 다해 답할 각오다.

아! 아이의 눈이 먼저 찾아내는 섬세한 디테일.

아이들은 아무래도 6백만불 사나이의 시력을 가진 게 분명하다.


엄마들은 아이가 어릴 때 종종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어 보았을 것이다.

‘병원은 뭐하는 곳이지?’ ‘아플 때 가는 곳이요.’

‘배가 아프면 어느 병원에 가지?’ ‘소아과’

‘이가 아플 땐 어느 병원에 가지?’ ‘치과’ 이런 식의 단답형 말이다.


아이가 배가 아프면 소아과에 가서 기다리다가 진료를 받고

처방받은 종이를 가지고 약국에 들러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온다.

여기 까지가 아이가 흔히 체험하게 되는 병원이란 세상이다.

마치 그건 아이가 언젠가 주어 듣고 돌아와 종알거리던

입 -> 식도 -> 위 -> 십이지장 -> 작은창자 -> 큰창자 -> 항문 -> 순으로 된

소화기의 순서처럼 화석화 시켜버린 시험문제의 답일 뿐인 것이다.   

우리 단답형 시대의 어른들은 슬프게도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책은 위에 적은 식의 단답형으로 해결되어지는 대화가 아닌

훨씬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게 만든다.

이 책에서 만나는 병원이란 거대한 세상을 구석구석 보면

나조차도 알고는 있었지만 잊고 넘어가기 쉬운 병원이란 거대한 건물이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살아 돌아가는 모습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심지어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지팡이로 실랑이를 벌리는 노인들의 모습에다

진료실을 호기심어린 몸짓으로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꼬마들의 모습은

얼마나 귀여웠던지^^


아름다운 그림에 감성이 철철 넘쳐나는 책들을 골라주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책 세상에도 ‘실용서’라 이름붙일 수 있는 책들이 필요하고,

이 책은 그 맡은 바 몫을 단단히 해 낸다. 

전체를 파악하게 하면서 세세한 구석을 체험하게 해주는 고급 실용서인 것이다.

이 책의 구성으로 초급, 중급, 고급을 나눈다 해도

멋진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이렇듯 복잡한 이유는, 우리들 사는 세상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겠지.

아이랑 함께 떠난 한바탕 즐거운 세상 체험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림이 보기에 아름답지 않았다.

실용서의 한계라면 한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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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7-1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없는 질문을 쏟아지게 하는 책. 좋네요...^^;

rainy 2006-07-1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저절로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들의 시각이 좋아요. 그래서 어른들은 나날이 생기를 잃어가고 아이들은 반짝반짝 빛나나봐요^^

푸하 2006-07-19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기를 잃어가는 어른들이 혼자 생기 잃어가면 다행이지만 반짝반짝하는 아이들까지 안고 있으니 참 문제에요. 아이들의 고유영역이 정말 있는 거 같아요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 많은 복잡한 말들이 있는데. 세상이 문제같아요. 에휴~~

로드무비 2006-07-1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누릅니다.
언제 주문할진 모르겠지만.^^

로드무비 2006-07-1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3 네 권이나 나와 있네요.^^;

rainy 2006-07-20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첫문장이 저의 화두를 몹시 아프게 건드립니다.. 저의 평생 숙제..
함부로 결정하지도, 함부로 행동하지도 않는 어른이 되도록 애써야죠..
세상사람 모두가 알라딘마을 어른들 같다면 아이들도 안심일텐데^^

로드무비님..
주하처럼 반짝 거리는 아이에겐 어쩌면 크게 소용 없을지도 몰라요..
고급형이 나온다면 주하에게 추천합니다^^
보니까 4권까지네요. 제가 읽은 건 <사람과 장소>편인데
<옛날사람들의 생활>편도 재밌을 것 같아요^^
 
키다리 아저씨 대교북스캔 클래식 2
진 웹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월
절판


이렇게 짜증나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는 게 믿어지세요? 살아가면서 정말로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것은 크나큰 고난을 겪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재난이 닥치고 가슴이 무너질 듯한 비극을 겪을 때는 누구나 용기를 갖고 이겨 내려고 애쓰죠. 하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사소한 짜증을 웃음으로 견뎌 내기란 정말이지...... 강한 정신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 같아요.
제가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런 정신력입니다. 저는 인생이란 요령 있게, 그리고 공정하게 임해야 하는 하나의 게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그래서 만약 지면 그저 어깨나 한번 으쓱하고는 웃을 거예요. 물론 이겼을 때도 그렇게 할 거구요.
어쨌든, 전 유쾌한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71쪽

하지만 딱 한가지 로우드 고아원과 똑같은 것이 있어요. 그것은 생활이 끔찍할 정도로 단조롭다는 점이에요. 그것에서는 특별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어요. 일요일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만 빼고는. 그나마 아이스크림도 정해진 때에 먹기 때문에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었죠. 제가 그곳에 사는 18년 동안 기억에 날 만한 사건이라고는 딱 한 번, 땔감을 보관하는 창고에 불이 났을 때예요. 그날 밤 우리는 고아원 건물에 불이 옮겨 붙을 경우를 대비해 모두 일어나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야 했어요. 하지만 불은 옮겨 붙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방에 돌아가 잤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상치 못한 일로 깜짝 놀라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아주 자연스러운 본성이에요. -130쪽

아저씨 생각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자질이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이 있어야 타인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친절할 수도 있고, 남을 이해할 수도 있고, 또 동정할 수도 있어요. 상상력은 어린 시절부터 개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는 상상력의 싹이 조금만 보여도 무참히 짓밟아 버려요. 그곳에서 가르치는 덕목은 단 하나, 의무감뿐이에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에게는 의무감이라는 말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단어예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뿐이거든요.
-131쪽

정말로 소중한 것은 커다란 기쁨이 아니에요. 사소한 것에서 얻는 기쁨이 더 소중하답니다. 아저씨, 전 행복의 참된 비법을 찾아냈어요. 그 비법이란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 한없이 과거를 후회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만 꿈꾸는 것도 아니에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그것이 행복의 지름길이에요. 그것은 농사와도 같아요. 농사법에는 조방 농업과 집약 농업이 있는데, 저는 앞으로 집약 농업 같은 삶을 살기로 했어요. 그래서 매순간을 즐길 거예요. 그리고 매순간을 즐기는 동안 제가 그렇게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거예요.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단지 경주를 하고 있을 뿐이에요. 저 멀리 지평선 끝에 목표를 정해 놓고는 헐떡대며 달려가고 있어요. 그래서 목표까지 가는 길가에 펼쳐진 아름답고 고요한 경치를 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 가죠. 그러다 늙고 지치면 그때서야 목표에 도달하든 하지 않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그래서 저는 위대한 작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길가에 앉아 작은 행복들을 가꾸기로 결심했어요. 제가 여류 철학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는지요?
-181쪽

동지에게.
와우! 저는 페이비언주의자(1884년 시드니 웹, G.B 쇼 등이 창립한 영국의 점진적 사회주의 사상 단체 : 옮긴이)가 되기로 했습니다.
페이비언주의자는 기다릴 줄 아는 사회주의자입니다. 우리는 내일 아침 당장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혼란이 너무 심할 테니까요. 우리는 서서히 이뤄 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훗날, 준비가 되고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그날까지 기다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우리는 산업과 교육, 그리고 고아원을 개혁하면서 준비를 할 것입니다. -182쪽

아저씨는 자유의지라는 걸 믿으세요? 당당히 밝히거니와 저는 자유의지를 믿습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이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원인들에 의해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하는 철학자들의 주장을 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렇게 부도덕적인 학설은 생전 처음 들어봤어요.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돼요. 만약 그 철학자들이 주장한 대로 숙명론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죽을 때까지 "주님의 뜻이다." 라는 말만 되풀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는 제 자신의 자유의지를 굳게 믿고 있습니다.-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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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6-07-0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한 줄도 뺄 곳이 없다.

치니 2006-07-04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웅, 나도 퍼갈래

로드무비 2006-07-0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의 첫 댓글에 공감.^^

mooni 2006-07-0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알라딘 들어왔다가, 치니님 서재타고 왔는데요,
(음, 왜 지금까지는 레이니님서재 브리핑이 저한테 안보였는지 모르겠어요. 들어올때마다 엇갈린건지...;; 전에 한동안 잠수하실 때 몇번 다녀가고는, 완전히 서재는 접으셨나보다 했지 뭐여요.-_-)

레이니님한테는 뜬금없겠지만, 저는 반갑네요. ^^

키다리 아저씨, 정말 향수의 소설인데. 이렇게 다시 보니 잊혀지지도 않고, 그냥 묻혀져 있다가 꺼내진 것처럼, 생생하군요. ㅋ

rainy 2006-07-0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님..
나 잘 했어? ^^

로드무비 님..
감사해요 ^^
밑줄긋기가 아니라 받아쓰기 같아요 ㅎㅎ

마하연 님..
워낙 잊을만하믄 한번씩 올려서 그런가봐요^^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보니까 다 예전에 아주 어릴 적 주워들은 걸로
여태껏 우려먹고 살아왔드라구요 ^^
빨간머리 앤, 제인 에어, 작은아씨들의 아씨들, 심지어 캔디까지..
그런 당돌하고 자아 빵빵한 소녀들이 내 마음속에서 한꺼번에 뭉뚱그려져
누가 누군지 좀 헷갈리기도 하고 ㅋㅋ
이번 참에 납량특집으로 주욱 한번 훑어보면 참 좋지 않을까 라는
야심찬 기획을 수립중입니다 ^^

프레이야 2006-10-1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키다리아저씨를 무작정 동경하며 읽었던 기억이 나이가 들고 나서 다시 본 책에서는 참 다른 의미로 와닿더군요. 위의 구절들, 물론 참 새겨볼만하구요. 특히 131쪽을 기억해두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엮으시기 바래요. 먼저 들려주신 님, 감사드리구요, 반갑습니다.~~

rainy 2006-10-1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 님.
굉장히 간단명료하단 느낌을 받았어요. 다시 읽으면서.
군말없이 꼭 필요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재미도 있으면서요^^
반갑습니다. 종종 뵈어요..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 학교 2
마띠유 드 로비에 지음, 까뜨린느 프로또 그림, 김태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의도와 내용은 더할 수 없이 좋은 책이다.

왜 욕을 하면 안 되는지, 왜 우리에게 질서를 지키는 것이 필요한지,

왜 친구를 때리면 안 되는지, 왜 미안하다는 말이 중요한지에 관한

간단하고도 정확한 핵심을 유쾌하게 풀어낸 답들이 있다.

책의 왼편은 아이의 질문과 상황에 따른 어른의 대답이 그려져 있고

책의 오른편은 그것에 대한 부연설명이 되어지는 그림이 한 장씩 담겨져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아주 중요한 내용들이다.

어른들이 꼭 알고 있어야하고, 완전 내 것이 되어서(!)

상황에 따라 아이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답되어져야 할 것들.

 

하지만 형식에 관해서 보자면 나에겐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그건 순전히 나와 딸아이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일 것이다.

어떤 상황이나 주제에 관해 스토리가 있는 책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스스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책들을 주로 읽혔고

독후활동에 있어서도 나는 좀 넓게 그냥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일단락을 해왔다.

아이가 꼭 느끼고 알았으면 하는 어떤 중요한 점은 그 후 그런 종류의 상황을 접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우러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일곱 살 딸아이는 이 책을 읽으라고 주었더니 담박에 읽어치운 후

아무 감흥이 없다는 투로 ‘엄마 이 책은 재미없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책을 권한 자로써 살짝 무안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할 수 있었던 터라

‘성의 있게 좀 읽어 봐. 유치원에서 그런 일들 없어? 그럴 때 넌 어떻게 하는데?’

라는 나의 말에 ‘엄마 성의가 무슨 뜻이에요?’라고 딴소리만.

‘성의란 건 마음을 다 한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성껏 귀를 기울이는 거야.’라고 해주었더니 한 수 더 떠

‘정성껏 읽었어. 남자애들, 말썽쟁이들 얘기잖아~’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흠. 그렇게 읽혔던 것이더냐.. 그럴수도..

아이가 흔히 접한 형식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른들은 그럴 기회가 적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한번 흥미 없던 책이라도 

책꽂이에 꽂혀 있다보면 또 다른 각도로 만날 기회가 다시 오기도 하고

또 혼자 읽는 것과 또 엄마와 함께 읽는 것이 각각 느낌이 다르므로  

알았다고 나중에 엄마랑 함께 읽어보자고 하면서 상황을 마무리 했다.

어쩌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이 책에 담긴 내용과 같은 상황을 수시로 겪고 난 후

어떤 트러블을 느낄 때가 되면 좀 더 가깝게 이 책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면서.


아이들에겐 전달해야할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에 앞서

어떤 식으로 어느 시기에 전달 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세상을 배우는데도 적절한 시기가 있고 각각의 취향, 선호하는 방식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와 연령을 고려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서 너무 급히 너무 주입식으로 전달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긴다.

어쩌면 딱 듣기가 싫어져 버릴지도 모르고 일단 한번 듣기 싫어진 것에 관한 것은

다음번 시도에서 두 배의 애씀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먼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하고 또 예견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고 확신 있게 전달 될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를 키우며 가르치는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아주 요긴한 책이 되어줄 것이다. 어쩌면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일지도..


밑줄 긋고 싶어졌던 부분.

“할머니는 왜 저한테 항상 고맙다고 말씀하세요?”

“만약 네가 나한테 ‘고마워요’라든가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렴.

그건 이 할머니가 네 눈에 안 보이는 거랑 똑같은 거야.

내가 너한테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지.”

서로의 존재에 관한 소중함과 존중을 참 따듯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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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6-06-0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딴소리 중) 이 서체는 어떤 서체야? 나도 이걸로 하고 싶은데 못찾겠어 ~
헤헤.

rainy 2006-06-0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돋움'체요 ^^

안슈기 2006-06-17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소중한 사람]

rainy 2006-06-17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슈기 ^^
 
고슴도치 아이 그림이 있는 책방 1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보림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모티프는 입양이다.

하지만 내 마음에 닿아온 것은 아이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일에 관한 것이었다.

피오트르의 부모들은 간절함과 사랑으로 아이의 가시를 하나씩 사라지게 만들지만

나는 반대로 내 아이의 보들보들한 가슴에 가시를 하나씩 자라게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과는 반대로 가시는 나에게 있었고 아이로 인해 그 가시들은

조금씩이나마 무뎌지게 되었던 건 아닐까 라고..


아이를 왜 바라냐는 할머니의 물음에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 대상이 필요하다고 그들이 대답했을 때

그들은 아이를 만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그들이 부모를 기다리는 , 부모가 필요한 아이의 간절함을 헤아리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들은 아이와 만날 수 있게 된다.

준비 없이 아이를 낳고, 먹이고 입히면 저절로 자라는 줄 아는 부모들,

아이가 자기의 소유라도 되는 양 선을 넘는 간섭을 하는 부모들에 비해

이미 그들은 한 수 위다.


이 책에는 입양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하고 싶었던 젊은 부부의 간절함과 

그들이 자식을 갖게 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에게 부모로 인정받는 순간이 진정한 출발임을

이 책은 실제 그들의 이야기답게 담담하고 과장 없이 그려간다.   


이 책의 마지막 결말에는 코끝이 찡했다.

내가 낳았건 , 나에게 와주어 만나게 되었건

아이는 나에게 속해 있지 않다는..

언젠가 훨훨 날수 있게 될 때까지 내게 선물로 주어진,

사랑과 의무로 정성을 다해 보살펴야할 존재라는 것을

나는 때때로 잊고 있었기에..


자꾸 딴 소리만 한 것 같다.

내가 낳았건, 나와 만나졌건 중요한 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이란 말을 하고 싶었고

또 공부할 게 많고, 생각이 많아지는 입양이란 단어 앞에서,

고귀하고 어려운 일임에 분명한 그 일 앞에서

내가 가진 것은 너무 적다는 것이 부끄러워서

어떤 것도 구체적으로 힘주어 말 할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이야기는 모두 집안에서의 이야기란 것이었다.

입양에 관한한 집 안쪽이 문제가 아니라 집 바깥의 문제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말이다.

이 책이 가진 따스함과 간절함과 건강함이 모여서 

집 바깥의 편견을 하나씩 허물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은 그 어려운 길을 가는 발걸음 중 하나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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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슈기 2006-06-17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입양에 관한 글은 꼭 써보고 싶네요

rainy 2006-06-1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아름답고, 내용도 아름답고.. 꼭 읽어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겐 아주 오래전에 받아둔 처방전이 하나 있었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마치

상처 난 가슴에 붙여진 한 장의 대일밴드 같을 거라는.

나는 그 처방전을 잊지 않고 있었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오랫동안 내 책꽂이를 차지하고만 있었다.

그러면서 가끔 생각했다.

언젠가 몹시 타격을 입었을 때 읽어주리라. 고

며칠 지독하다고 말하기에도 모자란 감기 몸살이 왔고

삼일은 밤낮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명색이 야행성이라고 그 삼일 밤낮을 지내고 나자 

밤이 되어 아이가 잠들고 나면 정신이 좀 돌아오는 것이

마치 세상 사람이 다 잠들고 빛이 사라지면 관 뚜껑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키는 흡혈귀처럼

침대에서 슬슬 기어나오고 싶어지는 때가 왔다.

그래도 약 기운에, 며칠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머리가 어질어질.

나는 이때다 싶었다.

침대에 누운 채  나는 이 책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어 내려갔다.


초반에는 흠, 이 사람 꽤나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겠다 싶어지게

또 자기의 말처럼 기록되지 않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열심히 기록했었을 것임이 분명한 온갖 자료들이 망라되어 있었고 

소년들의 몰두와 비탄은 퍽 재미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주인공이 공부에 몸바치기 전까지.  

후반에는 이 책은 어쩌면, [느리게 살거라] 류의 처세에 관련된 책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신이 결론 낸 인생관,

오로지 그것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주장을 하느라 너무 중언부언 한다는 느낌이랄까..  


아픈 뒤끝이어서 그랬을까. 내 심사는 바로 뒤틀려 버렸다.

(아니다. 아프고나면 사람은, 적어도 나는 좀 선량해진다.)

아이 키우면서 앓는 것조차 아이가 잠이 들고 나서야 편히 앓을 수 있고

까딱 늘어졌다가는 아이 밥 때도 못 맞추기 십상이고 

야행성 잠버릇 하나 고치지 못해 조각잠을 자야하는 이 판국에

나도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고 살고 싶다만..

내 앞으로는 치기 힘든 공이라고 당신이 피한 하필 그 공만 날아온다 느껴지는.

그런 날들이 꽤 오래인걸.. 어째..


내 입맛과는 차이가 좀 있었고, 나에겐 그리 재미도 주지 못했지만

어쩌면 이 책.. 나에게 좋은 책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면 .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는

삼미슈퍼스타즈의 [자기만의 야구]가 있었듯이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지 않겠냐는..

그러니 그저 살아가자는 다독임을 스스로에게 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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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0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y 2005-12-20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결심한 삶에 색종이를 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이 책이 줄 수 있다는 것도 알 것 같아요. 시선이란 게 한끗차이 일수도 있는 것 같구요. 저도 말랑말랑할 때 이책의 느낌을 적었더라면 그래, 그렇게 살면 참 좋잖아... 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박민규가 좀 얄미웠더랬어요 ^^ 그럴 때 있죠. 세상의 법을 따라가기 힘이 든다는 주제로, 유난히 나를 버벅거리게 하는 세상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밤새 나누고 맞아 맞아 했던 친구가 다음에 보니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라는 것 다 요령있게 세련되게 해내는 모습을 볼 때.. 한편으론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두려워지는 느낌이랄까.. (이 비유가 맞을까.. 밤새서 몽롱한데 ㅋㅋ)

2005-12-20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5-12-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박민규는 얄미워
우린 쿨하지 않은데다 도도한 척만 하는 치들이라 그런가. ㅋㅋ

waits 2005-12-2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결국엔 내 방식대로 사는 수밖에는. 그런데, 참...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낄낄거리며 신나서 읽고서는, 살짝 부럽고 얄미운 느낌도 들었던 것 같네요..^^

rainy 2005-12-2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우리가 도도한 척일랑은 제대로 하는건지 원.. ㅋㅋ

속삭인 님, 나어릴때 님.
살짝 부럽기도 하지만.. 막상.. 그럼 그렇게 한번 해볼래 한다면.. 도리도리 할 것 같지요^^ 좀 낡았어도 내 몸에 맞는 옷이 최고란 그런 느낌이랄까..
냅둬라 생긴대로 살란다.. 그럴밖에요^^
어쩌면 결론은 같을지 몰라도, 그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은 내식으로 하고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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