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푸훗)
재미있는 꺼리를 찾다가 영화를 한편 보기로 마음먹고
선택한 것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였다.
홍상수는 여전하게도 무사히 자기식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더라.
성현아는 인상적이리만큼 똑 떨어지고 예쁘게 연기를 참 잘 하더라.
유지태는 유지태가 싫어질 만큼 그 역할을 더도 덜도 아니게 참 잘 하더라 .
그런데.
나는 홍상수가 불편하다.
살맛을 찾아 영화를 보려 한 것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나마 남았던 살맛도 떨어지더라.
살맛 뿐 아니라 밥맛도 떨어지더라.
내가 갑자기 미숙아 같아지는 기분이 되더라.
즐거움은 고사하고, 모든 작지만 예쁜 것들이 모조리 지리멸렬해지더라.
남자.. 여자.. 섹스.. 연애.. 그런 것들에 관해
그나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모조리 오리무중이 되는 것 같더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았을 때의
충격적이면서도 낯설지 않은.. 뭔가 잘 알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없고..
[강원도의 힘]을 보았을 때의
삶은 원래 그런 거라는.. 그러니 폼 잡지 말라는..
무겁게 우울했으나 한편으론 마음편한 웃음도 나오지 않고
[생활의 발견]을 보았을 때
재미있게 잘 만든 영화임은 알겠으나 나랑은 맞지 않는 듯 하다는
내 생활의 발견은 아니었다는
접수 되었으나 나랑은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명쾌한 느낌도 없었다.
피곤하다.
영화건. 책이건. 사람이건.
나와 맞지 않는 대상을 위해 시간을 소비하고
더구나 이해씩이나 해보려고 애쓰는 건.
너무도 피로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