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 개정판 크로노스 총서 10
패트릭 콜린슨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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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관점에서 종교개혁을 바라보는 책이다. 가톨릭의 의견보다 개신교 쪽의 의견에 치우친 느낌이다. 하기야 종교개혁이 1000여년 동안 문명 세계를 지배하던 가톨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온 개혁이기 때문에, 더군다나 성공한 개혁이기 때문에, 책의 결론으로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우리가 부르는 단어인 종교개혁은 영어로 (대문자) Reformation인데, 영어 단어에는 종교라는 의미는 빠져 있다. 우리는 종교개혁으로 번역하여, 언어의 한계로 인해, 범위를 종교 분야에만 한정 시켰다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Religious’ reformation 같은 단어로 부르지 않는 의미는, 비록 종교 분야에서 시작하였지만, 그만큼 사회적인 파장이 종교 이외의 분야에,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서부 중부 유럽의 거의 모든 방면까지 영향을 미친 개혁이었고, 시대적으로 볼 때도 중세의 시대를 마치는 마침표가 됨과 동시에, 근대 시대로 시작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년이 되는 상징적인 해 인데, 종교 분야에만 (특히 개신교에서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이에 종교개혁이 아닌 대개혁으로 부르자는 분도 계시는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먼저, 14세기에 시작했던 르네상스 Renaissance가 문화적인 면으로만 한정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책의 내용을 접하다 보니, 그동안 마르틴 루터가 중세 사람이었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다. 그는 가톨릭 수도사였고, 신학교수였기 때문에, 종교는 그의 사고의 중심이었고, 처음이자 나중이었을 것이다. 비텐베르그 성당의 문에 면벌부에 대한 95개의 반박문을 붙일 때 조차, 아마 그도 일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을 것이다. 이 책은 루터 이전에도 가톨릭과 사회 개혁에 대해 불만과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존 위클리프와 얀 후스의 개혁을 비롯한 모든 시도가 실패로 끝났지만, 루터의 개혁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의 환경이 큰 작용을 했었다. 이전의 개혁에 비해 루터는 사회 불평등이나 교황의 윤리적인 문제가 아닌 가톨릭 교리를 지적했던 것과, 인쇄술의 발전, 사회 불만의 팽배, 교황과 신성로마제국의 정치적 입지 약화, 루터의 뜻을 강력히 지원했던 선제후의 정치적인 위치와 판단력이 바로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책의 내용에도 나와 있지만) 가톨릭과 개신교와의 차이는 명백해 진다. 특히 인간은 위상에 대하여, 신의 형상을 한 인간의 창조가 계속 앞을 향해 진척되다가 그리스도의 인간 구원 속에서 영광스럽게 완성된다(가톨릭).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비천한 창조물로서, 신의 압도적인 은총 없이는 버러지에 불과한 존재(개신교). 결코 큰 집과 작은 집의 관계 따위로 나눌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이후 칼뱅이 나타나 기독교의 교리는 공고해 지고, (루터파와 나눠진다) 가톨릭 쪽에서도 로욜라의 예수회 같은 반종교개혁(가톨릭의 자체 개혁과 같은 말)이 일어나 세력이 각각 구분된 후 (별 정통성 없어 보이는) 트리엔트 공의회로 인해 두 개의 종교로 확정되어 갈라선다.

 

역사학의 관점에서 종교개혁을 바라본 책이라, 기독교 내부에서 보던 것과 다른 정보도 제공해 준다. 정교회(칼레톤파와 비칼레톤파)의 차이도 배울 수 있었고, 대립교황이란 단어도 처음 배웠다. 특이한 영국의 종교개혁, 오델로 같은 신구교 정부의 빈번한 정권 교체, 초기 신앙 교육을 담당했던 인쇄물, 농민전쟁의 배후, 성상파괴운동 등의 내용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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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노스 총서 10번, 개정판이 나와 있다. 실제로 읽은 책 (구판, 도서관에서 빌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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