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본 일본 - 348개 맛 속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일본 문화 이야기
박용민 지음 / 헤이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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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책을 읽는 것은 부적절하다. <- 처음 생각은 이랬다.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지만, 내겐 단지 먼~~~~~~~~~~~~~나라 일 뿐이었다. 일본어라면 당구 용어 몇 가지 하고, 노가다 공사판 전문용어, 조폭 전문용어 혹은 닥광같은 단어 밖에 모르는 무지를 문화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애니메이션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면 먹는 것은 취미가 있는가, 물론 있다.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식 하곤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식당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줄 서서 먹는다고?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맛 있는 음식과 맛 없는 음식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고, 아무거나 먹고 배 부르면 끝이라는 것이 내 평소 생각이다. 개그맨 김준현이 그랬다. 이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음식이 있다고. 맛 있는 음식과 아주 맛있는 음식이 있다고. 내가 술자리에 가는 이유는 분위기가 좋고, 앞에 앉을 사람의 이야기가 좋아서 가는 것이지, 특별히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서라던가, 어떤 술을 마시고 싶어서 가는 건 아니다.

 

이 책은 일본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새 트렌드인 먹방과 유사한 먹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먹방류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같은 음식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과장된 언변을 담고 있지 않고, 호들갑이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음식을 바탕으로 음식점 위치와 가격 같은 여행정보를 담고 있는 무미 건조한 여행 가이드 북도 아니다. 다만 차분히 일식을 주변 상황에 결부 지어 친절히 한 나라의 문화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일본 음식문화는 단순한 혀끝에서 느끼는 미각을 넘어 예술의 경지까지 올려 놓은 느낌이다. 살기 위해 먹는 음식을 넘어 보고 맛보고 즐기는 다채로운 즐거움을 누리는 데까지 간 느낌이다. 이 책은 그 동안 내가 알고 혹은 모르고 먹어왔던 음식들이 일본 음식이라는 것을 상기 시켜 주었다. 스시, 우동, 라멘, 덴뿌라, 벤또, 고래요리, 장어구이, 돈까스, 오무라이스, 단무지, 빵 등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웠던 놀라운 사실은 675년부터 1872년까지 무려 1200여년간 일본에선 소고기, 돼지고기를 안 먹었다는 것이었다. 일본 음식은 세분화 된다. 어떤 식재료에 국물이 있고/없고, 많고/적고, 어떤 양념이 있고/없고. 뭐가 들어가고 안 들어 가고 등이다. 오묘한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 지고, 먹는 자를 위한 선택의 자리에 선다. 요리를 만드는 것은 그들만의 속성에 잘 맞는 것 같다.

 

이 책은 일본 외교관이었던 분이 쓴 책이다. 즉 문화관련 전공자가 아니다. 우리의 눈과 바라보는 차이가 그지 크지 않다.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다른 나라의 음식을 평가한, 즉 제3의 눈으로 바라본 책으로 동일한 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는데 큰 장점이 된다. 한 그릇의 음식에서 이야기가 출발하여, 음식의 이름, 어원, 지역이야기, 역사이야기로 이어진다. 중간중간에 자신의 감정을 잘 버무려 놓고, 이 감정이 책의 내용과 잘 어우러져 있어, 훌륭한 구라꾼이 들려주는 재담을 턱을 괴고 듣는 기분이었다. 책의 중간에 그림과 사진도 많아 눈도 시원하고 책도 술술 넘어간다. 다만 이 사진들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을 뿐이다.

 

일본통인 집사람 덕분에 요 근래 일본을 3번 다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일본에 관한 흥미는 그다지 잘 자라지 않는다. 일본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점에 줄 서서 먹는다고?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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