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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연애소설이다. 그러나 통속적이지 않고, 뻔하지도 않으며, 지루하지도 않아 530여 페이지나 되는 책을 재미있게 읽어 나갔다.

 

흔히 그렇듯, 영국의 한 작은 도시에, 주인공 남(윌 트레이너)과 여(루이자 클라크)가 등장하고, 주인공 각자의 가족과 친구,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고, 여러 사건들이 얽히고 풀리며 진행된다. 상황은 평범하지 않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지마비 환자가 된 남자 주인공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사회에서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말동무 겸 간병인, 감시자로 서민 계급을 대표하는 동네의 한 여성이 고용된다. 처음에는 갈등을 일으키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주인공 남녀는 사랑에 빠진다.

 

잠깐, 언젠가 봤던 영화와 배경 설정이 유사하다. 바로 영화 <언터처블>. 배경은 영국과 프랑스의 차이가 있고, 영화가 빈민가 출신의 흑인 남성과 부유한 백인 남성(사지마비환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라면, 이 책 <Me Before You>는 남녀 관계이고, 전혀 다른 줄거리로 이끌어 간다. 영화<언터처블>이 해피엔딩으로 편안함을 감동을 주었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못하다(스포일러는 되기 싫어 여기서 그만). 하지만 남자 주인공 윌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여자 주인공 루이자는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는 면에서 추억을 그리며 다시 행복을 찾아 떠난다고도 볼 수 있겠다.

 

SCI(Spiral Cord Injury)가 배경의 키워드라면, 줄거리를 내내 이끄는 키워드는 디그니타스 병원(Dignitas Hospital) 일 것이다. 이 병원은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도와주는 병원, 스위스 Zurich에 실제 있다. ‘To live with dignity, To die with dignity를 모토로 하는 이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www.dignitas.ch/index.php?option=com_content&view=article&id=22&lang=en

 

존엄하게 죽는다아주 민감한 주제이고, 언급하기 조차 벅찬 주제로 이끌고 들어간다. 자살 방조 혹은 살인 교사까지 주제는 확장될 수 있으며, (물론 제약된 조건들이 있어야 한다) 책 내용을 보니 의사와 공무원이 보는 앞에서 Barbiturate(바르비루트산염)을 마시게 하여 마무리 하는 것 같다.

 

멀쩡히 잘 다니다가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기초적인 생활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태가 된다고 생각해 보면 자신도 힘들어 지고, 주변도 힘들어 진다. 힘들게 목숨만 연명하며 하루하루 사는 것보다 다른 생각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목숨을 스스로 버린다는 것도 옳지 못한 선택인 것도 맞다. 어떤 선택도 이해가 되겠다. 이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었다.

 

소설은 아주 재미있었다. 소소한 이야기로 전체적인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맘에 들었다. 무리한 설정이나 억지에 가까운 우연도 없었으며,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그 상황에선 나도 그런 행동을 했으리라는 상식선에서 해결된다.

 

또 한가지 재미있던 것은 모르는 것이 꽤 있어 인터넷으로 찾아가면서 읽었다는 것이다. 역시 문학은 문화와 상관이 커서, 배경지식과 소소한 소재가 이해가 가야 더 실감이 났다. 크리스티 브라운(<나의왼발>의 실제 인물), ABSO, 모리스댄스, 붉은여왕(The Red Queen), 피그말리온 등이었다.

- 후배 윤석준 군이 선정해서 읽은 책 (201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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