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지나간다
편혜영 지음 / 창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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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밤의 마침>, <해물 1킬로그램>, <비밀의 호의>, <개들의 예감>, <서쪽으로 4센티미터>, <가장 처음의 일>, <블랙아웃>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2010년 겨울 부터 2012년 가을까지 발표했던 단편을 묶어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작가 편혜영은 독자들에게 절대 친절하지 않은 작가이다. 결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 않으며, 원하는 것을 쉽게 알리는 법이 없다. 괜히 까탈스럽게 군다. 그런 식으로 항상 작가가 승자가 된다. 그래서 그녀가 결코 녹녹치 않은 작가임을 알려 준다.


<야행>에서 맨 마지막 부분에 열쇠를 열고 집에 들어온 사람은 누구냐? 아들이나, 아니면 전에 왔던 모르는 건장한 남자냐, 아니면 해설에서 처럼 죽음이냐. 도대체 이렇게 소설을 끝내 버리면 이 찝찝함을 어쩌란 말인가. 분명 작가에게 물어보면 자신도 모른다고 답할 것이다. 그 해답은 독자인 우리의 몫이라고. 오오... 공포 영화를 볼 때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무섭지 않으려면 혹은 밤잠을 설칠 악몽을 꾸지 않으려면 끝까지 다 보는 것이다. 설명이 나오고 결론이 나오면 그다지 무섭지 않다. 왜 그가 악당(흡혈귀, 사이코패스...)이 됐는지를 알면 심지어 연민의 정까지 느껴진다. 결말이 나면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처럼 결론은 낼 듯 하다가 그냥 끝내 버리면 이건 궁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이미 책은 끝났으니 어디 찾아 볼 곳도 없다.


차라리 <밤의 마침>같이 극적인 반전이 좋다. 일단 결론이 있으니까, 정리를 할 수가 있다. 주인공인 결국 나쁜 놈이었구나. 그동안 알고 있던 누명을 쓰고 가정이 파탄난 주인공 보다, 두개의 단원을 읽고, 주인공 나쁜 놈으로 돌릴 수 있어서 그래서 다음으로 넘어 갈 수 있어 홀가분하다. 하지만 여러 단편처럼 결론을 낼 듯, 낼 듯 하다가 그냥 마쳐 버리면 이 기분은 어쩔것인가. 마치 미드 <X 파일>처럼 결론은 나도 몰라로 끝 마치는 것은 정말 싫다.


항상 주인공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나온다.(<개들의 예감>, <서쪽으로 4센티미터>, <블랙아웃> ) 그래도 이름을 지어줘 (전에는 알파벳 혹은 그 남자 식으로 주인공 이름을 붙였다) 친근감이 늘긴 했다. 상황 묘사나 언어의 유희속에 주인공의 주변이 몰입되며 정리되는 경향은 있지만, 밝지 못한 방향이다. 그나마 <가장 처음의 일>은 희망을 남겨두어 마쳐 위로가 되는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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