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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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만나보는 스페인어권 문학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유럽식 스페인어가 아니라 미국식 스페인어권 문학, 히스패닉 문학이었다는 점이 색달랐다. 

책을 읽어 가면서 번역하신 분이 애를 많이 먹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맨 마지막, 옮긴이의 글에서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수 페이지에 걸쳐 어려움을 토로 하고 있지만, 그것은 번역자의 어려움을 100분에 1도 표현하지 못했으리라... 작가가 쓰는 언어는 스팽글리쉬에, 중남미식 문화권에, 수많은 하급문화에서 나오는 비속어들, 저속한 표현들, 걸맞지 않는 수려한 문구들과 지적인 구라, 거기에 SF문학의 저변을 읽지 않았다면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전문용어들...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혹은 연달아 펀치에 적지않게 당황하면서 하지만 대부분은 색다른 재미를 느껴가며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책의 중간중간 작가는 독자와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독자들의 마음을 예측하며 그 질문과 대답을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형식에 형식적인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은 그것이 작가의 목소리인지, 책의 나레이터의 목소리인지도 헷갈렸고, 물론 그것도 또한 다른 재미였다.

제목은 뚱뚱하면서 매력없는 흑인 청년 오스카 와오와 그의 누나 롤라, 그들의 어머니 벨리시아, 그들의 할머니(사촌할머니) 라잉카 다루고 있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롤라의 남자친구 유니오르 이다. 형식도 색달랐다. 즉 매 chapter마다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요새 미국 문학의 새로운 경향인지... 전에 읽었던 My sister's keeper도 chapter 마다 다른 주인공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첫 장은 오스카, 두번째 장은 롤라, 세번째 장은 벨리시아... 이런 형식이었다. 그러다보니 3대에 걸친 도미니카의 한 가족을 이야기 하게 되고, 도미니카란 국가의 역사를 이야기 하게 되고, 책 전반에 걸쳐 30년간 도미니카를 지배했던 독재자 트루히요을 이야기 하게 된다. 시대를 넘나 들다보니 지역도 넘나들어 뉴지지의 패터슨과 도미니카의 산토도밍고를 이야기 한다.

비극적인 오스카와 롤라, 그리고 벨리의 이야기를 보면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철권 독재 시대에서 고난을 당하는 한 집안을 다룬 다룬 시대소설이기도 하다. 비속어나 뒷골목 전문용어에 SF 전문용어에, 저급문화의 생활용어에, 짙은 성(sexual)적인 용어에, 작가 특유의 농담과 미국식(아니면 히스패닉일지도) 유머스러움이 겹쳐져, 주제와 소재가 달라 보이지만 묘하게 커다란 한 줄기를 이룬다. 저주인 푸쿠와 행운인 사파의 이야기... (첫 장이 시작하기도 전에 작가는 그 출저에 관해 이야기 해주는데 대충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할지 미리 눈치 챘어야 했는데...)

책을 들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그렇다고 이야기속으로 푹 빠져들지도 않는다.(정말 묘하다) 우리에게 그리 익숙한 소재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역사나 문화에 관한 설명에선 약간의 지루함 이어지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의 큰줄기를 훼손할 정도는 아니었다.(마치 일일 연속극 보는거 같다)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더 읽어 보리라.(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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