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홍콩 - 최신판 season 1, '10~'11 프렌즈 Friends 1
김영남.전명윤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맛집과 쇼핑이 홍콩 여행의 핵심이라는 일관적인 주제를 보여주는 책이다. 

물론 내가 속해있는 부족인 배낭족 출신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리 와 닿지 않는 내용의 정보가 책의 전반에 걸쳐 넘쳐나긴 하지만, 그런데 어쩌겠는가 홍콩이 원래 그런 걸... 

어쩌면 홍콩을 여행하는 주 목적이, 휴양도 아닌, 문화의 탐색이 아닌, (새로운 사람 만나고 새로운 문물을 구경하는 건 기본이고) 고급 음식 잘먹고 고급 물건 잘사자가 정확하게 맞춘 목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원래 부자는 세계 어디를 가도 행복한 법이다. 화려한 네온사인의 뒷골목처럼 상대적인 어두움 속에서도 숨은 재미를 찾는 것(마치 나만의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이 배낭족속의 기쁨이라면, 화려한 네온사인 앞에서 밝은 면만 보고 오는 것도 그리 나쁜 호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돈 많으면 어디를 가도 행복하다니깐) 

여행서적의 많은 내용은 이렇다. 어디 가봐라 좋다, 저기 가봐라 좋다. 원래 여행서적은 그런 법이다. 어느 장소를 아주 극단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필자만이 그 여행 책자를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만의 차별성은 생동감있는 언어로 그 '좋다'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p38 하단에 있는 홍콩섬의 묘사에 관한 마지막 두 단락을 보자. '해변을 따라 정연히 들어서 마천루에서 불과 두 블록만 지나면 중국풍 오르막 계단이 펼쳐지고, 세련된 정장의 훈남은 넓적한 중국 칼을 들고 고기 썰기에 여넘이 없는 뚱뚱보 아저씨로 돌변한다. 홍콩 섬에서는 모든 것이 동거한다. 동양과 서양, 초현대와 근대, 그리고 현란함과 우아함이 모여 있다. 두눈을 크게 뜨고 시시가각 바뀌는 홍콩의 현람함에 빠져 보자.' 마치 길을 걷다가 보이는 대상이 선하게 지나치는 기분이다. 이 책은 이런 재미있는 유머 섞인 묘사로 가득차 있다.

올 여름엔 일이 꼬이는 바람에 휴가를 가지 못했다. 그래서 9월초쯤 남들 열심히 일할 때 혼자 몰라 떠나려고 맘을 먹었다. 솔직히 여행이라기 보단 가출 수준인데 짧은 휴가기간을 이용하기엔 지리적으로 멀리가지 못하고 직장인들이 주말을 통해 갈 수 있다는 귀동냥을 통해 만만하게 찍은 곳이 홍콩이었다. 한 닷새정도 한 도시에 눌러 앉아 돌아 다니면 한 도시 정도는 마스터 하지 않겠는가. 그 가출의 공범을 구하기 위하여 대형서점에서 여러 책을 뒤져 이 책을 구입하기로 맘을 먹었다. 직장인이 짧은 휴가 기간에 비교적 저렴하게 하지만 비교적 효율적인 놀기 관점에서 선택한 책이다. 나와 같은 목적을 갖고 여행을 가고자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다락방의 줄지어 배치된 하얀 병상 같은 도미토리 침상을 빌려 지친 몸을 쉬는데 5천원이 적적선이라고 믿는 우리 부족의 입장에서 볼 때 여행지로서 홍콩은 비용면에서 그리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극복해 볼 만한 도전지가 될 모양이다. 기다려라 홍콩이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