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미러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더 미러클 - 부를 찾아 떠난 아시아 국가들의 대서사시
마이클 슈만 지음, 김필규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아시아 경제 성장의 역사 - 미국 사람의 입을 통해 들어 보는 아시아적 가치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외국이란 미국, 일본, 중국, EU 혹은 커다란 사고가 생긴 곳(아이티나 쓰나미 피해국 같이)만 소식이 알게 되는데(언론의 영향이 크다), 이 책을 통해 아시아의 경제 성장의 모델과 그 풀어간 해법, 그 결과 경제성장을 거둔 나라와 진행되고 있는 나라, 급속한 성장을 거둔 나라와 서서히 성장한 나라 혹은 정지한 나라, 그리고 그들의 고민과 한계, 선택을 알게 되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경제 성장에 성공한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봤을 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경제 성장이 지지부진한 나라는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은 철저히 미국인의 관점으로 되어 있다. 아시아권에 사는 우리를 위하여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대상으로 두고 쓰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객관적으로 쓰여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기네들끼리 소곤소곤 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어깨너머로 듣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흉만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며, 비교적 객관적으로 사실에 가깝게 묘사되었다. 특히 우리의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 박정희 시대의 정부위주의 경제정책와 개발독재, 거기에 부합했던 대기업들, 우리 아버지 시대의 땀과 노력으로 이룬 경제 성장(=성공)의 밝은 면과 변화하는 시대에 과거의 성공의 방식에만 매여 준비하지 못하고 당해야 했던 쓰라린 IMF 구제금융의 기억까지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두가지의 목소리가 있을 경우 한쪽의 의견에만 치우치지 아니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양비론으로 흐르지 않으면서 똑부러진 자신의 의견 또한 잊지 않는다. 또한 아시아의 경제 성장의 이야기들, 내가 직접 살아보지 않아서, 남의 이야기(언론을 통해 전해 들은)만, 그것도 여러 겹의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역시 언론이다) 관점을 통해 걸러진 정보를 접하여 얻은 아시아 발전에 관한 정보들도, 이 책에서 통해 전해진다면 마치 우리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 비슷한 관점으로 풀어 갔으리라 유추할 수 있겠다. 이처럼 아시아권 나라 경제의 흥망성쇠(전반적으로 흥성>망쇠의 느낌을 깔고 있다)을 분석한 책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책의 원저자가 미국의 교육을 받고, 경제지의 기자의 위치로서 가장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고, 아시아권에 오래 살았으며, 내재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이리란 생각이 든다.

책의 처음은 아시아권의 경제적 성장(=성공)의 원인을 나열하면서 시작한다.(서문이 이처럼 긴 책은 오랜만에 본다. 전에 대학원때 배웠던 열역학 교과서의 서문이 이렇게 길었다.) 1) 유교문화, 2) 정부중심의 계획경제, 3) 무계획(자본주의 성장의 시류를 잘 타고 났을 뿐). 저자는 사람(지도자와 따랐던 국민들)을 끼워 넣고, 그 사람들이 가리켰던 방향 즉 수출 중심의 경제형태, 세계화와 개방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16세기 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 생산의 2/3를 차지했던 아시아가 그 이후엔 쇠락을 격고, 2차대전 이후 195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이것을 <미라클>이라 부르며,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13개의 장(chapter)로 이루어져 있고, 1~7장까진 각 장마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과 그 성장을 이끌었던 인물, 그 인물의 성장과정, 그들이 선택했던 정책,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결과가 한 나라의 경제사를 엮듯이 죽 이어진다. 이 후 8~13장까진 시대적/사건적으로 엮는데, 일종의 현재 진행중인 정책의 설명과 심화 학습으로 보인다. 

1장은 일본의 성장을 묘사했다. 사하시 시게루와 통상성의 초기 '아시아모델'의 탄생과정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고, 세계적으로 경쟁이 가능한 산업을 미리 선발하고, 정책지원과 재정지원 같은 많은 범정부적인 특혜를 주고, 그에 따른 행정지도를 통한 통제로 일본의 기업집단을 사용하여 경제 성장으로 이끌었다. 2장은 한국이다. 한국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일본의 경제 성장을 보고 사하시/통산성의 '아시아모델'을 더욱 강화시킨다. 밀어부치기, 개발 독재, 수출Drive 같은 부작용도 있었지만 북한과의 경쟁을 극복하고 경제적인 큰 성과를 거둔다. 3장은 싱가폴이다. 말레이 연방에서 독립한(쫓겨난) 리콴유(+고겡시)는 작은 나라, 내부의 공산당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싱가폴을 경제 성공으로 이끈다. 일본과 한국보다 더 강력한 '아시아모델'의 정책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두 나라와의 차이점은 일본과 한국은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했던 것에 반해, 싱가폴은 외국의 자본과 다국적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4장은 홍콩이다. 앞에서 다뤘던 일본/한국/싱가폴의 경우와는 약간 다른데, 국가적인 특혜와 전폭적인 지원은 없었으나 리카싱의 성공기같이 외국 기업의 아웃 소싱을 잘 이용해서 성공한 경우이다. 자본주의의 성장에 충실했으며, 미국의 생산공장으로서 임금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여 수출로 성장을 이뤄냈다. 5장은 대만인데, 일본/한국/싱가폴보다 홍콩의 성공방식과 유사하다. 즉 정부의 특혜와 정책보다 미국 같은 외부의 아웃소싱을 통한 중소기업 위주의 성공 이었다. 하지만 홍콩과 완전 다른 선택을 하였다. 홍콩은 저임금과 생산의 유연성에 역점을 뒀던 경우에 반해, 대만은 첨단기술에 기반을 뒀다는 것이다. Acer를 IBM호환기종의 최대 기업을 만든 스텐시 같은 경우이다. 6장은 중국이다. 마오쩌둥의 중국내부의 승리 이후로 정치적인 정책에 역점을 둬,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경제 발전에 한국과 일본 등에 뒤처지게 된다. 리콴유의 정책처럼 외국의 자본을 받아 들였고, 홍콩의 정책처럼 저렴한 인건비로 세계의 생산공장이 된다. 경제 개혁과 공산주의 정치 체제는 서로 대립각을 세우지만 지금까지는 서로 공존하며 잘 진행중이다. (헉헉 숨차다) 7장은 인도네이사이다. 일본과 한국의 '아시아모델'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도저도 아니다. 군인 출신 독재자이지만 경제문제에는 우유부단한 수하르토와 '버클리 마피아'라 불리는 경제학자 그룹, 첨단기술을 선호하는 하비비에, 화교출신 기업인들 '크로니', 부정부패에 엄격하지 못한 6명의 아들까지 복잡한 힘의 역학관계/균형/가끔 한쪽으로 쏠림을 이룬다. 결국엔 크로니와 아들들를 비롯한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집단 때문에 마피아들이 주장하는 기술 개혁에 제동이 걸렸고, 인도네시아는 다시 악순환을 돌고 있다. 8장은 일본 제조업의 성공(소니, 혼다, 도요타)과 '잃어버린 10년'의 경제 침체의 양극단을 보여준다. 미국과의 경쟁과 시기, 과거에 먹혔던 성공, 즉 정부의 통제와 특혜는 더이상 성공의 결과에 먹혀들지 않는다. 9장은 인도의 성장을 다룬다. 만모한 싱의 급격하진 않지만 지속적인 개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다. 인도엔 네루때 부터의 전통이자 악습인 라이선스 라즈(지역법규)와 민주적인 절차와 합의가 신속한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다. 한국/싱가폴/대만/중국/인도네시아의 경제개발을 이끌었던 독재자와 다른 점이다. 규제를 없애며 새로운 경제 성장의 역사를 열고 있다. 10장은 말레이시아와 마하티르 총리의 이야기다. 일본/한국의 '아시아모델'을 충실히 따랐지만, 일본이나 한국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개발독재의 지도자처럼 경제 성장에 뚜렷한 목표를 가지지 못했고, 경제 보다 말레이 민족을 우선하는 민족주의적인 정책으로 우선하여 대외적으로 개방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11장은 '아시아모델'의 위기에 대하여 서술한다. 급속한 발전만큼이나 그에대한 부작용은 컸다. IMF 경제위기에서 국가에서 기업을 지원하는 한계를 보여주며, 그 예로 대우그룹의 김우중씨를 든다.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직격탄을 맞았다. 부작용을 몰래 덮고 앞만 보고 달렸던 시절은 그 시대에 살았던 한국인 모두에게 가슴아픈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재고와 반성이 있다(물론 한국은 극복했다). 12장은 레노버의 IBM PC의 인수 같은 중국의 성제 성장의 성공스토리이다. 13장은 경제 구조의 한 모델인 BPO 같은 인도의 IT 아웃소싱 성공기 이다.

(이 서평같이) 이 책도 숨가쁘게 달려왔다. 하지만 손에 땀을 쥐고(약간의 과장이지만) 읽을 수 있던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아시아에 있는 우리나라가 경제 성공의 훌륭한 선례가 되었고, 비록 90년대 말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잘 극복하였기에, 아직도 한국의 경제는 건전하다. 책에 나오지 않는 깊은 노력이 있었고 때에 따라 부작용이 있었고, 책에 나오지 않는 작은 성공과 작은 시행착오가 수없이 반복되었다. 이 책에서 나온 내용과 제시한 방법이 꼭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을 사는 우리가 경제 정책을 세우기가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을거 같다.

개인적으로 현정부의 정책에 불만이 많다. 비논리로 논리적인 척 하기 때문이다. 불만이 있다고 하는 국민을 설득하기 보다는 밀어부치고 감추려는 느낌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정책을 두고 옳고 그름, 이해득실을 따지기 보단 이건 노무현의 정책이니, 좌빨이니 몰고가는 일부 보수 어른들에게도 불만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런 정치 논리가 경제 정책에도 아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그랬고, 지금 세종시가 그렇고, 4대강이 그렇다. 뒤에선 부자들 세금 깍아 주면서 점퍼 차림에 서민들 악수하며 사진 찍으며 서민을 위하는 그런 척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 돈 없다면서 4대강 청계천 만들면서 환경보호니 녹색뉴딜이니 말만 비슷하면 그저 갖다 붙이는 것도 맘에 안든다. 현실에선 말도 안되는 7% 성장 같은 정치구호(경제현실보다 앞선 정치구호) 747정책으로 과거 정부를 비난하던 때, 대외 환경에만 탓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외 환경은 노무현 정부때도 안좋았다. 대외 환경이 좋을 수가 없다. 내수 부양도 좋지만 늘어나는 국가 빚도 관리했으면 좋겠다. IMF 이전에도 그러지 않았던가. 정권유지와 너무 코앞 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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