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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 전쟁은 이미지가 아니라 현실이다
김재명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어 가면서 느낀 점은 '답답함'이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완전히 상반된 시각, 그러기 위한 사실의 왜곡, 거짓, 외면, 그리고 그것을 몰랐던 내 자신, 미국이라는 친이스라엘의 편향적인 필터를 통해 전해지는 외신, 그것을 고대로 받아 적어 전달한 우리 언론을 통해 한쪽 의견만 받아 들이라 강요받아 왔었다. 사막에서 옥토로 바꾼 부지런함 만을 부각시킨 긍정적인 이미지와 <홀로코스트 산업> 할리웃 영화속의 이미지 속에서 '학대받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퍼붓는 폭탄은 '방어'였고, 이들에게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반작용의 이름은 '테러'였다.
우리에게 외국은 미쿡(외국 속에 약간의 유럽도 섞여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미쿡) 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의 시각을 일방적으로 받아 들이는 경향이 있다(근데 미국 언론의 주류는 누구더라?). 결과적으로 이스라엔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이지 못했다. 이 책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의 작가는 팔레스타인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인터뷰한 내용이라던지 인용한 자료의 내용과 주변상황 전후의 인과관계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작가의 관점에 동조 한다. 사실은 아무리 추악하더라도 사실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무자비한 이스라엘의 강경한 진압 방식과 경제 봉쇄 때문에 막판에 몰린 팔레스타인 사람들로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았을 테고, 상대적인 약자의 해결책으로 폭력적인 방법인 테러로 연결 시키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강경파에 맞서는 강경파의 극단적인 방법인 자살폭탄테러도 가슴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머리로는 이해가 간다.
이해를 돕고자 퍼왔습니다. <지도 원본 출저 : http://www.lib.utexas.edu/maps/israel.html>
* 지도에서 보면, 예수님의 탄생지 베들레헴,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탈애굽하여 가장 먼저 정복한 도시 여리고(Jericho),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갈렙의 땅 헤브론이 서안지구(West Bank)에 속해 있네요.
I부 <좌절과 분노의 현장에서>에선 팔레스타인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냉혹하게 밀어 부치는 이스라엘의 경제 봉쇄정책, 무력 진압정책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팔레스타인 민중의 삶은 심각해 보이고 암울해 보인다. 이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유대인들은 나치의 희생자 들이지만, 나치에게 배운 수법을 그대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써 먹는다.
책의 II부 <팔레스타인의 과거와 현재>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pp141~145까지의 유대인의 뿌리에 관한 내용은 (비공식적으로 들은 적은 있었지만 분석 달린 설명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조금 놀랐다. AD 70년 경 반란을 일으켜 로마의 말살 정책에 따라 전세계로 흩어진 디아스포라의 민족은 '세파라딤' 이고, 그 중에서도 중동에 살던 이들은 '미즈라히'이고, 이들이 순수 혈통을 이은 유대인이고 소수면서 하류층이고, 혈통은 다르지만 유대교를 믿어 개종한 카자르 왕국의 민족은 '아쉬케나짐'으로 다수면서 상류층이다. 나치에게 핍박을 받은 유대인 들은 '아쉬케나짐'으로 혈통적으론 별 상관이 없다. 오히려 카자르계가 세운 나라는 터키고, 터키는 돌궐에서 왔고, 고구려와 형제의 나라였으니 (이야기가 점점 이상해 진다) 차리리 우리 한민족하고 연관성이 있다. 하지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 회복운동인 '시오니즘'과는 거리가 있다. 즉 유대인과 유대교의 정통성에 의심이 간다. 이렇게 결론이 흐르자 책의 내용이 의심할 정도라서 이 부분을 또 읽고 또 읽었다.
또한 이 책은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의 탄생부터 찬찬히 설명한다. 자살폭탄으로 미 해병대를 공격한 헤즈볼라, 무장세력 하마스, 911을 일으킨 알 카에다, 아라파트의 PLO까지. 우리에겐 테러단체로 알려졌지만 반이스라엘 무장독립운동 단체로 유명세만큼 강하진 못하다. 이스라엘 정부군만큼 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진 못하니까. 양쪽 모두 온건파는 미움받아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강경파만 득세하여 양쪽 모두 피가 마를 날이 없겠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면서 자극적인 단어는 전쟁, 테러, 인권, 복수, 자살폭탄, 암살 등이다. 자극적인 만큼 이 단어들은 이 상황의 맥락을 이해 할 수 있는 keyword이고 그래서 더 잔인하다. 제네바 조약이라던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협정/협약은 명분일 뿐이고, 시간 낭비이고 휴지 조각과 동일하다. 이스라엘 뒤에는 미국이 있고, 팔레스타인 뒤에는 아랍국가들과 이슬람이 있고, EU는 중립으로 보이지만, 과거 이스라엘 편이었고, 지금도 이스라엘 쪽에 더 가깝다. 역사는 이긴자가 쓰는 것이고, 전쟁터가 법을 결정한다(p219)한다. 정의는 힘이 있는 자의 편이고, 지금은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정의가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독일, 일본, 유고연방, 이라크 지도자는 전범재판에 섰고, 그 이유는 전쟁에 졌기 때문이었다.
III부 <중동, 미국, 그리고 평화의 전망>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현재를 통해 미래를 전망한다. 여러 협상의 어려운 점이 열거되며 하나 하나 짚어 가며 설명되는데, 결론적으로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
여기에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리엘 샤론, 베냐민 네타냐후(이스라엘, 리쿠르당, 강경파), 이츠하크 라빈(노동당, 온건파)
세이크 마흐메드 야신(팔레스타인, 하마스, 강경파), 야세르 아라파트(PLO, 온건파)
또한 이스라엘을 물심 양면으로 지지하는 미국과, 이런 미국의 행동을 지지하는 네오콘,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의 한계를 짚어 준다. 이스라엘에서도 일부 양심이 어렴풋이나마 있어,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이 책의 도움으로 앞으로 아랍권 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대 이스라엘의 뉴스를 관심있게 볼 거 같다. 참고적으로 성경에 나오는 인물의 자손들은 모두 세파라딤(마르다히) 소속이다. 사실 세파라딤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님께서 주신 땅을 찾아야 하니 팔레스타인에 대해 강경파일 수 밖에 없고, 아쉬케나짐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연장선 상에서 본다면 이스라엘에서 대법원이 내린 정의 1)유대혈통을 가진 사람(세파라딤), 2)유대교를 믿는 사람(아쉬케나짐) 모두 아우르는 것도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