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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2번째 미니앨범 - Pretty Girl [스페셜 에디션] - 32페이지 분량의 화보집 수록!
Kara (카라)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카라(Kara)를 인상깊게 처음 본 것은 올해 4월 중순 쯤으로 기억한다. 인터넷에서 기록을 찾아 보니 데뷔한 지 꽤 되었는데, 난 그때가 처음이었다. 휴일에 낮잠 자다 깨어서 침대에 반쯤 누워 티브이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가, 웬 묘령의 아가씨들이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이 확 눈을 잡아 끌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봄직한 노래였고, 눈과 귀에 확 빨려 들어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래는 <Now>였고, 핑클의 노래였다.) 엔지니어 직업을 가진 40세 아저씨가 무슨 대중 음악에 관심이 있겠냐. <원더걸스>, <소녀시대>의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카라>도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제2의 핑클을 표방하고 야심차게 시작했던 카라는 생계형 아이돌이란 별명이 붙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참고적으로 아저씨들은 열심히 하는거 무조건 좋아한다. 특이하게 카라에겐 아저씨들 팬이 상당하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원더걸스>나 <소녀시대>와 달리 분명 아저씨들을 자극하는 차별화된 무언가 있는거 같다.
처음 핑클을 티브이에서 봤을 때, 그땐 <영원한 사랑> 들고 나왔었는데, 우와 세상에 이렇게 이쁜 애들이 다있다 싶었다.(벌써 10년 전이다) 카라와 핑클은 분명 비슷한 점이 있다. 여러 매체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컨셉이 옆집 여동생 같아 친근하고,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불쑥 타서 웃으면서 인사할 거 같기도 하다.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걸 그룹인, 원더걸스를 티비에서 보면 마치 완벽하게 짜여진 한 편의 보고서를 보는 듯하고, 소녀시대를 보면 다른 차원의 이상향을 보는 느낌을 받아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라면, 친근함을 주는 카라의 이미지와 많은 차이가 있다. 카라는 친구집에 놀어 갔을 때, 갑자기 나타나서 쑥쓰럽게 웃음지으며 인사하고 제 방으로 들어가는 친구 여동생 같다니깐...
카라를 앞선 비슷한 또래의 두 걸 그룹과 객관적으로 비교하자면, 노래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좀 딸리는 거 같다. 라이브 하는 걸 보면 좀 불안불안 하다. 광고 나오는 걸 보면 마케팅도 좀 딸리는 거 같고, 결과적으로 수입도 적을거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카라를 제일 좋아한다. (팬클럽에도 가입하려다가 주책이라고 혼날까봐 못했음)
몇 주전 <똑같은 맘>을 발표했다고 해서 찾아 봤는데, 약간 실망이다. 노래 두곡, 그것도 한곡은 연주곡으로 넣었는데, 누가 노래 한곡을 위해 CD 한장 값을 내고 사겠는가. 개인적으로 지난 앨범은 이미 시기적으로 지났으니 놔두고, 새 앨범이 나오면 CD 한장 사려고 했었는데 일단 미뤘다.
카라에게는 나 같은 아저씨 팬들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하는데, 그 아저씨들이 지갑을 열려고 했으나 다음으로 넘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용돈을 타서 쓰는 10대들의 지갑보다 상대적으로 두껍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 CD 한장 가격이 직장 동료들와 퇴근 후 어울려 소주 한병 반주해서 저녁 식사 한끼 먹는 것과 비슷하거나 적다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음반을 사서 듣는 다는 것을 오랫동안 안해서 그렇지 음악이 좋다면 기꺼이 지불할 거 같다.
반올림40세(36~45세)는 이전 그리고 이후의 세대와 약간 다른 경향을 보인다. 민주화를 위해 피흘리며 고생했던 암울한 선배들과 달리, 민주화의 결실을 봤던 첫번째 세대고, 문화적으로는 카세트와 LP에서 CD로 넘어가는 시대에 서양의 팝송과 록을 들었고, 마이클 잭슨이 백스텝 밟는 것을 지켜 보았고, 마돈나의 데뷰 앨범을 들었으며, Deep Purple과 Queen에 열광했으며, 민중가요를 전성기에 함께 했고, 서태지의 데뷰 앨범을 들었던 세대다. 송창식, 양희은의 통기타 세대가 아닌 그 다음 세대고, 당연히 태진아나 장윤정의 트롯트를 듣는 세대도 아니다.
카라와 카라의 기획사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안했던 간에 일단 아저씨들을 가요를 보기 위해 티비 앞에 앉히는 걸 그룹이 되었다. 이제 지갑을 열게 하는 일만 남았다. 이 아저씨들도 80~90년 대에 팝송을 듣기 위해 용돈을 모아 카세트와 LP판을 샀던 세대였다. 그 아저씨들이 사회적인 영향력도 어느 정도 있고, 지갑도 두툼하다. 한 발 앞서 보자면 10대 들이 자신의 아이돌을 위해 쵸콜렛이나 인형을 선물하지만, 아저씨들이 결심만 한다면 자신의 스타를 위한 투자는 지금까지 상상을 훨씬 뛰어 넘을 수도 있다. 지금 가요계의 수익구조는 아주 불완전하다. 소위 말하는 행사 외에는 목돈을 만질 기회가 없다. 가수가 노래를 가지고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한 일일텐데, 음반이나 음원의 수익 구조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사에 집중되는 것으로 아는데, 기획사나 음반회사는 (스타를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적절히 알려 관철 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나 국회의원 같이 권력있는 분들의 비서진 같은 실무진 들은 대부분 3~40대 라는 것과, 기업의 M&A를 담당하는 변호사들이나 증권사의 펀드 매니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힘을 쓴다면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또 한가지 음반을 사는 목적은 그 가수의 알기 위해서다. 요새 싱글 음반이니, 미니 앨범이니 하면서 편법을 쓰는데,(화보집 이런 걸로 떼울려고 하지 마라) 노래 한두곡 들은 음반은 발매하지 말거나, 아주 저렴한 가격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시간과 노력을 좀 더 투자해서 10곡 이상을 만들어 내라. 아이돌이 10대 들이라도 훈련생일 때, 엄청난 훈련을 시켰을 텐데, 명색이 가수라면, 기본적인 멜로디나 노래 가사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음반을 보면 기획사의 작사 작곡, 컨셉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아이돌 가수는 단순히 그것에 따라하는 마이크와 가면의 역할이나, 꼭두각시의 모습으로도 보이는데, 대표곡 몇 곡은 흥행을 위한 기획사의 입김이 크게 있더라도, 나머지 부분은 가수에 할해하여 그 가수가 가지고 있는 음악성을 듣기 위해 지불 할 수도 있는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