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좋은 것, 싫은 것이 나중에도 꼭 좋은 것, 싫은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생이었을 때, 방학숙제에서 가장 싫은 것이 글짓기였다. 여기서 글짓기란 일기, 독후감 등 창작 글쓰기에 관한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일단 나의 생각이 글로 표현이 잘 안되고, 나의 생각을 들어내는 것이, 더군다나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읽히기 위함이라는 것이 어쩐지 마음에 내키지 않아서 였다.

일단 어른이 되었고, 나름데로 나의 생각도 있고, 때에 따라 강하게 나의 주장을 내세우기도 한다(물론 때론 너무 강하게 내세워서 주위의 분들이 싫어하기도 한다). 인터넷이 라는 공간이 생겨 게시판 지금은 블로그가 차례대로 생겨났고, 이 곳이 나에게 너무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이들 앞에 서지 않으면서도,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나의 의견에 동의 하거나 말거나,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 낼 수 있다는 것이 나를 만족시켰다.

지금 경영/자기계발/외국어 분야 알라딘 서평단에 지원하여 (우와~ 합격도 했다) 독후감을 쓰고 있다. 지원만 하면 다 시켜주는 지 알았는데, 떨어져서 아쉽다는 다른 분들의 댓글이 달리는 걸 보니 분명히 경쟁은 있었다보다. 몇 일 전 주문하지도 않은 자기계발서적 한 권과 경제서적 한 권이 도착했다. 책을 몇 장 넘겨다 보니 차라리 인문이나 문학 쪽이 지원했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그 분야는 경쟁률이 높아 떨어졌으려나). 책 읽고 내 감상만 적으면 되니 재미있겠다 싶어 지원했는데, 막상 책을 받고 나니 방학 숙제로 느껴지기도 한다. 역시 자율과 타율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들고 다니면서 지하철에서 부지런히 읽었고, 마침내 한 권의 서평을 써서 올렸다. 먼저 올리신 분들의 글을 힐끔 보니 필력이 대단해 보이는데,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만들고 나니 일단 분량이 어느 정도 되서 마음은 뿌듯하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책 몇 권을 공짜로 얻는 댓가를 바란 것인가. 어렸을 때 아주 싫어했던 것을 지금은 자원해서 하면서 뿌듯한 마음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좋아 했던 것, 싫어 했던 것이 지금에도 꼭 좋은 것, 싫은 것이 아니다. 역시 지금의 좋은 것, 싫은 것이 몇 년후 꼭 좋은 것, 싫은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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