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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으로 밥상차리기 ㅣ 원조 '원' 요리 시리즈 2
김용환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독신남에게 아주 좋은 책이다.
요새 물가가 많이 올라 2,000원으로는 무리일 수 있으나, 비교적 저렴하면서 간단하게 정리해 놔서 좋다. 일단 도로 독신남인 나에게 용기를 줘서 좋다. 사먹기도 지쳐,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라면으로 (또!) 한끼를 때울까, 아냐 뭔가 만들어 봐야지. 밥은 쌀만 씻어 눈금에 맞춰 물만 올려 놓으면 밥솥이 알아서 할거고, 재료 숭숭썰어 끓이면 된다.(물론 생각처럼 쉽진 않다) 그래서 색다른 메뉴를 시도하는 용기를 주는 것도 큰 힘이 된다. 2000원으로 한끼 만들수 있다잖아.
요리는 혼자사는 남자의 가장 귀찮은 일일 것이다. 일단 맛이 없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우리네 음식은 손맛인데, 즉 깊은 경험으로 다양한 양념을 적절하게 써야 한다. 그런데 뭐 양념 다 갖춰 놓고 요리(<- 지금 요리 라고 부르고 있다)하나. 그러니 짠맛은 소금, 단맛은 설탕, 가끔 다시다 그 뿐이다. 재료도 뭐 신선한거 사기엔 귀찮으니까 그냥 산다. 때때로 사다놓고도 잊혀져 냉동고에 오랜 숙성(?)기간을 거친 재료이기도 하다. 때때로 귀찮음 때문에 재료의 일부를 과감히 생략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맛이 별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한끼를 위해 요리하지 않는다는 거다. 다시말해, 맛없은 음식이 양도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찌개를 하나 만들어 놓고는 그 찌개를 다 먹기전까지 새로운 찌개를 끓이지 않는다는 거다. 즉, 김치찌개(물론 맛없다 때때로 고통스럽기까지 하다)를 해 놓으면, 그 김치찌개 다 먹을때까지 김치찌개만 먹는다. 저녁메뉴 김치찌개, 아침메뉴 김치찌개, 점심메뉴 김치찌개... 그 김치찌개 다 먹을 때까지... 이제 김치찌개에 질린다. 다시는 김치찌개 하나 보자. 그럼 다음은 무슨 메뉴를 정하냐 똑같다. 다음은 카레라이스다. 남은 채소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으니 좋은 메뉴다. 그러나 김치찌개와 가는 길이 똑같다. 다음엔 다른 메뉴... 이렇게 한바퀴 돌면 다시 김치찌개가 그립다. 휴~ 에라 사먹자.
구태여 꼬투리를 잡자면, 제목처럼 한끼가 2,000원 인데, 책값은 할인을 감안하도고 세끼의 가격 6,000원이고, 책 크기도 크고 총천연색으로 좋은 종이로 책을 만들어 놨으니, 책 값은 10,000원 이상 받아야 할거 같다. 그렇다면 책의 가치는? 100,000원쯤 된다. 특히 요리를 겁내고 그리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독신남에게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