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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그림여행 - 특별 보급판
스테파노 추피 지음, 이화진.서현주.주은정 옮김 / 예경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경험으로 볼 때, 예술을 즐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회화도 그렇고, 조각도 그렇고, 클래식 음악도 그렇고, 현대미술도 그렇고, 무용도 그렇다. 단순히 관련된 책 몇 권 읽으면 된다. 몇 가지 전문용어를 알아 들을 정도의 지식(당신의 의견을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만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화를 즐기는데는 관련 서적 몇권 읽기는 굉장히 쉬운 일이다. 사실 문화를 창작하는 것이 어렵지, 즐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훌륭한 문화생산자는 되기 힘들지만, 훌륭한 문화소비자가 되기는 비교적 쉽다. 미술작품을 즐기는 것은 나같은 공대생에게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 일거다.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으로 보면서, 박지성선수가 문앞에서 골을 실수하는 것을 보면서 말로는 에이 저러면 안되지 하지만, 실제로 경기에 임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말이다. 프로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그 분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암호를 해독할 줄 아는 사람이지, 절대 프로처럼 행동하는 사람만이 아니다.
이 책 <천년의 그림여행>이 나온지가 꽤 된 걸로 아는데(내가 산지가 꽤 됐으니), 아직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게 재미있다. 그리 싼 가격도 아닌데, 아마 좋은 책이거나 쉽게 이해를 주는 책이라서 그런거 같다. 실제로 책을 들여다 보면 미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실은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양삼아 미술사와 화가들을 요점 정리한 한 권이 있어야 한다면,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왜 나는 여기서 가가가가가 생각날까)
책의 구성은 이렇다. 시대 순서에 따라 미술사의 중요한 화풍이 설명되어 있고, 그 화풍에서 중심에 섰던 화가가 설명되어 있고, 그 화가의 작품과 설명이 양면,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된다. 때에 따라 한 개의 그림과 설명이 양면을 차지하여, 도합 4페이지를 차지하는 작가도 있다. 그런 내용이 11세기 스페인의 그림부터 20세기 현대미술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가들의 연표와 화풍이 유행하던 시기, 동시대의 화풍의 상관관계도 도표와 그림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알아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이 되고, 혹은 더 좋은 정보를 찾아 보기에도 좋은 출발점이 될 거 같다. 책의 제목처럼 '천년의 그림'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내 손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뿌듯하다.
참고로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은 플랑드르의 대가 로히르 반 데르 베이덴의 작품<젊은 여인의 초상화>로 책의 59페이지에 나와 있다.
창작은 힘들다. 그것이 문학이 됐건, 그림이 됐던, 음악이 됐던, 무용이 됐건, 만화가 됐건 말이다. 예술가 들이 창작을 위하여 술 먹고, 담배 피고, 심지어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밉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해가 간다. 왜나햐면 창작은 원래 사람이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