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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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칠레인민연합 후보인 살바도르 아엔데가 선거에서 이겨 대통령에 오른다. 즉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가 무력혁명이 아닌 선거를 통해 한 나라의 정부로 서는 순간이었다. 의사출신이었던 아옌데는 그 후 사회주의적이었지만 개혁적인 여러 정책을 펼쳤으나 미국의 외교적 압박과 다국적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하고, 1973년 피노체트(피노쉐)가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는 대통령궁에서 살해당한다.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살해'당한다)

시인이자 정치가이자 혁명가였던 파블로 네루다는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산당원 후보로 나섰다가 포기하고 아옌데로 단일화하였다. 또한 그는 197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쿠데타 이후 병으로 사망하고 만다.

이 소설은 그 시절 시인 네루다와 한 마을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편배달부 마리오 히메네스의 입을 통해 잔잔히 그리고 있다. 항상 과거의 성격이 다른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득세하던 사람들이 힘을 잃고, 선거에 이긴 측을 열심히 지지했던 지지자들이 힘을 얻는 법이다. 마리오는 한낱 젊은 놈팽이에 불과하였지만, 네루다의 친분으로 결혼을 하고 자리를 잡는다.(그래봤자 술집이지만) 안정을 찾아가던 짧은 시간이 흐르고 73년 군사쿠데타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뀐다.

실제 사회주의자이면서 73년 투데타 이후 독일로 망명했던 칠레의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심정이 소설의 곳곳에서 배어나오고 있다. 이 소설에서 정치는 그 당시의 시대 배경일 뿐이고, 시대의 상황에 따른 등장인물 민초들의 감정과 그 처신이 잘 나타내고 있다. 시인 네루다를 동경하여 따라하고 싶어하는 주인공 마리오와 그 주변의 이야기들.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칠레의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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