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 1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만행 1 그리고 2에 관한 나의 이야기다. 다시 말하여 이 책 萬行이 나에게 저지른 蠻行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지금 절판되었지만 나의 이야기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불교에 대해선 고등학교 윤리 시간 종교에 대해 배운 것이외엔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 그 당시 베스트셀러 <다빈치코드>에 관해 수많은 논쟁들이 있었다. 교회내에서도 마찬가지 였지만 오히려 언론이나 교회를 다니지 않는 주위 사람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가져다 주었다. 아마 출판사의 마케팅과 언론의 주고받는 공놀이 언론플레이에 소설의 내용이 진실이냐 가짜냐 하는 무의미한 이야기가 오고가던 시간이었다. 그 후엔 또 유다복음 이야기로 기독교 본질과 상관없는 무의미한 이야기가 풍성하였다. 교외 내부의 일부에선 이 <다빈치코드>를 읽지 말라고 했고, 믿음이 시험에 든다고도 했고, 실제로 몇몇 친구들은 성경보다 이 책의 내용을 믿고 교회를 가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나는 호기심이 목사님의 경고 보다 커서 이 <다빈치코드>를 읽었다. 그냥 소설이었다. 소설의 원래 뜻이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작가가 지어서 쓰는 것 인데(실제 거짓말을 진짜 같이 하는 작가가 유능한 작가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에 우리회사 한 직원이 추천해 준 책이 이 <만행>이었다. 불교 교리에 관한 책은 아직도 읽어 본적이 없고, 그냥 유명한 스님이 쓰신 책 몇 권은 (여보게 저승갈 때 무엇들고 가지 같은 책들) 그냥 읽어 보았으나 별 감흥이 일지 않았고, 이 책도 오십보 오십일보쯤이라 생각했었으나 직원의 너무나도 강력한 추천으로 1권을 그냥 사서 읽었다. 아 이런... 첫 페이지부터 나의 시선을 잡기 시작했다. 10페이지 20페이지 넘어가면서 말 그대로 책에서 손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교회를 다니면서 가졌던 의문들, 지적호기심들, 시간이 지나면 깨닫겠지 머릿속 한 구석에 잠시 미뤄두었던 문제들, 주변에 물어봤지만 속시원하게 나오지 못했던 난제들을 이 책 <만행>에선 하나 둘씩 차례로 짚어내고 있었다. 더우기 글쓴이 스님은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책이 제시하는 방향에 동의하고 있었다. 나의 작은 믿음이 고비를 맞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시험에 들고 말았다. 내가 붙들고 있던 것들이 쫙 쫙 쫙 깨져 나가고 있었다. 2권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일어서는 순간까지 나의 마음과 생각은 깨지고 또 깨졌다.

<다빈치코드>는 비교 꺼리도 되지 않았다. 여태껏 이런 책은 없었다. 다시 믿음을 되찾아 오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 후 두번을 더 읽었다. 읽을 때마다 동일한 깨짐이 있었고, 되돌아 오는 시간이 걸렸다.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이 되었다. 늦게 리뷰를 쓰는 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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