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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같이 일상의 쳇바퀴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소설을 읽는 목적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매일 일상의 보고서를 쓰고, 읽다가 쓰던 뇌에게 일종의 휴식을 주고, 다른 쪽의 뇌를 사용함으로 마음의 평안을 준다던지, 아니면 일상에서 구하지 못하는 즐거움을 얻는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엔 머리 많이 안쓰는 코미디 프로나 비디오 한편 빌려다 '때리는'정도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소설 <사육장쪽으로>는(엄밀히 따져 편혜영씨의 소설은) 쓰지 않던 다른 쪽의 뇌에게 색다른 고통을 주었다. 책에 나온 사진속의 작가의 곱상한 외모를 보고 책을 상상하거나 선택한다면 그것은 틀림없는 오산이다. 사진 속 웃고 있는 젊은 작가의 머릿 속에 이처럼 기괴한 것이 담겨져 있을 수 있던가. 그 안엔 피, 침, 끈적거림 같은 생활속에서 느낄 수 있는 하지만 애써 피해왔던 나쁜 기억들을 파내어 읽던 도중 갑자기 손끝이나 발끝에 그 불쾌한 기분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소설의 전체를 덮고 있는 짤막짤막한 문장 속에서 묘사되는 주변의 환경은 그 결코 유쾌하지 못할 기분을 더 악화시키며 더욱 구석으로 몰아 넣는다. 그 묘사는 항상 어둡고 습하며, 가끔은 피비릿내가 난다. 단편의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마치 악몽을 꾸고 난 듯한 느낌이다. 다시 잠들면 다시 악몽으로 빠져들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그런 기분이다. 더우기 모든 단편이 결론없이 마쳐 진행형이어서 더 고통스럽다.
고통을 알면서도 타는 바이킹 처럼, 뭐 이런걸 돈주고 타나 입으론 불평하면서 줄서서 기다리는 우리네의 모습 처럼, 놀랄 것을 알면서(솔직히 기대하며) 찾는 공포영화관처럼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나 같은 건전하지 못한 독자에게만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은 여러 편의 괴기담 전철이며 그 속에서 알지 못할 색다른 희열을 발견을 느낀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보았고, 아주 독특한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다. 물론 주변에 권하진 않겠다. 왠만하면 이 책을 잡지 말길 바란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가 그만두면 찝찝하고 혹시 다 읽으면 나을까 그래서 다시 읽기 시작하고, 몇 번을 반복한 후 책을 마침내 다 읽어 내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아오이 가든>도 샀다. 분명 방향은 같지만 다른 이야기로 꾸며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