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자전거가 너무너무 갖고 싶어졌다.
새벽마다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려고 작정하고 일주일 정도 다녔는데, 아침마다 버스비도 아깝고 기다리는 시간도 오래 걸려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싶어서. ^^ 몇 주 내내 인터넷으로 구경도 하고, 남편하고 의논도 하고..살까 말까, 꼭 필요한가, 아닌가, 가격대는 어느정도가 좋을까 심사숙고를 거듭하여 몇 일 전에야 비로소 11만원에 하얀 자전거를 주문했다.
아직 오진 않았지만, 빨리 보고싶다. 내 첫 자전거.
자전거를 기다리는 금, 토, 일요일이 이렇게 길 수가.. 내일도 자전거가 안 오면 엄청 서운하고 김샐 것만 같다. 어찌나 기다려지는지...
세상의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면 어떨까?
내가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고민하지 않고 쉽게 살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아주아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다.
내가 사고 싶은 자전거를 살 수 있고,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다면.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내가 가 보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면. 그냥 집앞에 있는 가까운 슈퍼를 가듯, 그렇게 쉽게 쉽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 때에도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기쁨이 오늘 내가 자전거를 기대하는 마음과 같이 두근두근 설레고 기다려지고, 자전거를 드디어 받게 될 때의 기쁨과 동일한 정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까? 글쎄.. 그래 본 적이 없어서 사실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렸을 때에는 10000원을 내 마음대로 썼을 때의 기쁨이 엄청나게 컸던 반면, (그리고 만원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하고 많았던 것 같다!) 다 크고 난 지금, 만원을 내 마음대로 썼을 때의 기쁨? 음..글쎄.. 만원은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게 숙~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물같다. ㅡㅡ;(그렇다고 내가 만원 만원 만원 물쓰듯 쓰는 사람은 아니다. 결.단.코)
돈이 정말정말 많다면, 하다못해 작은 볼펜 하나를 샀을 때 느끼는 만족감도 지금과는 다르지 않을까? 100원짜리 모나미 볼펜을 샀을 때의 만족감과 2000원짜리 하이테크 펜을 샀을 때의 만족감이 다르듯이. 11만원 짜리 자전거의 기쁨이 나에게는 100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마치 모나미 볼펜의 만족감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 , 음. 샀구나. 볼펜. ;그래, 음 샀구나 자전거 그 정도?- ^^;
세상의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사실은..) 그러나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바라고 기대하고 기다려서 받았을 때의 증폭되는 기쁨의 정도를 따져본다면, 없어서 고민하고 따져보고, 갖게 될 때까지 기다리고 기대해서 받게 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가끔은 기다리다가 김이 새기도 하지만.. ^^ 그닥 대단할 것 없는 인생의 하루하루를 살아감에 있어서 원하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얻어가는 소소한 기쁨도 하루하루를 채우는 굉장한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빨리 왔음 좋겠다. 내 자전거.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