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집에 들어와 -나만의 작은 공간. ^^ - 라디오를 틀었다. 나는 새로 마련한 공간에 TV가 없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늘 습관처럼 TV를 틀곤 했었는데, TV가 없으니 음악을 더 듣게 되고 책을 더 읽게 되며 청소를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빨래를 좀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내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많은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내가 있는 공간이 더욱 깨끗해지고, 내 옷은 더욱 하얘졌다. ^^
앗.
이 멜로디는... 템페스트였다.! 내가 사랑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중 단연 으뜸은 템페스트 3악장이다. 아직은 1악장이니 기다려야지.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빨래도 해야 하고, 책정리도 하려고 했었는데... 그냥 소파에 앉아버렸다. 오.... 소리가 깨끗하고 담백한 것이, 아주 베토벤스러운 '열정'과 '땀'은 없었지만 연주가 참 담백하고 좋았다.
누굴까...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사실 소나타.. 정말 길기야 길다.) 3악장. 차분하고 담담한 템포로 맑고 깨끗한 연주를 이어가는 것이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누구의 연주일지가 궁금했다. 3악장이 아쉽고 맛있게 끝났고, 연주자는 마우리치오 폴리니였다. ^^ 쓰윽 미소를 지으며. 그래. 역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폴리니의 발트슈타인은 너무 통일감이 들어서 소리는 좋지만 2%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템페스트는 꽤 훌륭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베토벤의 끝발이 아닐까..^^; 하는 되먹지 못한 생각도 해보며.. 어제는 괜히 횡재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기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