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유진 피터슨 지음, 이종태 옮김 / IVP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부터 시작된 나의 탐독열풍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당분간은.. 작년 2월 하루 만에 숨가쁘게 읽은 책이 있었으니 필립얀시의 <아, 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였다. 그 두꺼운 책을 보통 때 같으면 펼쳐볼 엄두도 나지 않았겠으나 모든 것이 끊어져버린 깜깜한 상황에서 침대에 누워 한 장 한 장 펼치기 시작한 그 책은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깊이있고 통쾌한 무언가가 있었다. 믿음에 대한 통찰력이다.

지난 토요일도 그랬다. 늘 같은 상황인데, 그날따라 나의 삶은 모든 것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고, 내 앞에는 깜깜한 벽이 막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과 철저히 혼자가 된 것 같다는 버림받은 느낌에 점점 우울해졌다. 유진 피터슨의 <다윗..>이야기는 너무나 명성이 높아 늘 읽어봐야지 했으나 왠지 손이 가질 않았다. 주위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다윗이야기들이 널려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지난 토요일 나는 다윗을 만났다. 아니, 다윗의 하나님을 만났다. 유진 피터슨은 우리가 다윗이라는 사람에서 벗어나 다윗의 삶을 통해 철저히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한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을 위해 사는 삶을 살기를 위해 기도한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게으름과 나태에서 나오는 하지 않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시게 하기 위한 '전략적'인 하지 않음이다.

다윗은 자신의 삶을 상처들과 승리들, 부정적인 모습들과 긍정적인 모습들을 통해 하나님은 나타내었고, 훗날 나타나실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사랑의 모습들은 예수님의 징표였고, 그의 실패는 곧 결코 신이 될 수 없는 인간들의 모습이었다.

그의 기름부음과 그의 시편, 기도들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을 통해서 유진 피터슨은 재미있고 깊이있으며, 그러나 결코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성경적인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에게는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삶을 만지는 능력이 있고,  겸손하게 선포하는 능력이 있다. 이 책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번 잡고 절대 놓칠 수 없는 책이었으니 이틀만에 다 본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시간만 있었다면 하루 만에 다 읽었을 것이다!!)  매일매일의 삶에 하나님을 어떻게 추구해야 할지, 붕붕 떠다니는 뜬구름잡는 영성이 아니라, 현실에서 죽지 않고, 정말 살아가야 하고,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크리스챤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아주 맛있는 다윗 이야기였다.

난 특히 엔게디의 다윗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아름답지만 황량한 광야임을 하나님께 감사했다. 나는 비록 혼자이지만,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나를 위해 일하실 것이다. 그로인해 하나님은 나의 잘남이 아니라 하나님의 하나님되심을 나타내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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