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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ㅣ 박완서 소설전집 10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이렇게 표지가 예쁜 새책으로 봤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이 책을 얻게 된 것은 매너의 이벤트를 통해서. ^^ 취직한 턱에 알라디너들이 재미를 쏠쏠히 봤던 그의 후한 이벤트를 기억한다. 사실 처음 이 책을 받기 전에는 나에게 주어질 책이 이렇게 낡은 책이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매너의 설명으로는, 군대에서 가져온 책이라는데, 책은 1985년도에 나온 것이고 그 밑에 써 있는 가격이야 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니, 이 장편 소설의 책 값이 1800원인 것이다!
각설하고,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어떻게 느낌을 쓸 도리가 없었다.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부우연 그림 한 점을 본 것같은 회화적인 느낌이 첫번째 이유이고, 또한 사실인지 허구인지 모를 정도로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그녀의 문장력에 책에 대한 느낌을 써야할 지, 아니면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놓고 평가를 해도 되는 것인지 하는 느낌이 두번째 이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읽을수록 감수성에 물씬 젖게 되는 '박완서'의 소설 앞에 느낌을 적으려면 뭔가 더 '그럴듯한' 표현이 필요할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글재주가 없어서가 진짜 이유다.
이 책은 담담하게 멍한 눈으로 온통 잿빛 뿐인 전후 도시 속에서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가족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살아가는 것' 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죽음과 삶 속에서 너무나 많은 죽음의 흔적속에서 유유히 살아가야만 했던 그 당시 그 어느 누구의 허무감과 더이상 아프지도 않은 무뎌진 절망감, 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머얼고 먼 추억이 되어 버린 사람들의 상실감이 나타나 있는 책이다.
전체적인 색감은 잿빛이지만 내 가슴 속에 물든 느낌은 촉촉한 빗 색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