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사랑을 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다. 그것은 어떤 악한 감정이 틈탈 수 없는 완전한 기쁨을 주곤 하는데, 인생을 살면서 얻게 되는 그런 충만한 기쁨은 주로 사람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사랑에 빠진달지, 귀여운 아기가 태어난 달지, 아주 소중한 친구를 알게 된달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사랑은 직접 시작하기 보다는 그 직전이 가장 안타깝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설렌다. 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매일 아침 눈 뜨면서, 그 사람은 어떨지 상상하기도 하고, 그 사람과 나눴던 말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으며 잠들고, 매일 어떻게 하면 한 번 더 볼까, 어떻게 하면 한 번 더 연락할까 고민하는 그런 순간. 그런 시기라면 그 사람의 어떤 모습도 예쁘게 보이고, 귀엽게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연애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의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연인들은 뭔가 재미있는 순간을 위해 웹사이트니 뭐니 여기저기를 찾아 이벤트를 꾸며야 하고, 어느 커피숍에 들어갈까,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을까, 어떤 선물을 할까.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함께 해야 하는 '일'로 시선이 바뀌는 순간. 물론 그 '일'이란 것이 그 '사람'과의 아름다운 시간을 위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슴 설레는 전화 한 통보다 그 '일'을 위한 준비작업이 훨씬 재미 없고 지루한 것은 사실이다.

가장 슬플 때는, 같이 있기만 해도, 서로의 눈을 보기만 해도, 함께 호흡을 맞춰 길을 걷기만 해도 좋았던 시간들에 비해, 이제는 같이 있는 것 만으로는, 함께 걷는 것 만으로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왜 요새는 이 사람과 있어도 그전만큼 재미있지 않을까. 즐겁지 않을까. 우리의 사랑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도 아마 우리는 꾸준히 사랑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과의 순간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아니라, 늘 같이 반복되는 그 '일'이 지루해 진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할까? 더 많은 준비와 더 다양한 이벤트로 서로의 관계를 채워 나가야 하는 것일까?

남자친구가 생기면 할 일이 부쩍 많아진다. 내가 가장 피곤한 것은 바로 기념일을 챙기는 일로서, 각자의 생일, 100일, 200일 등등, 1주년, 크리스마스, 무슨무슨 데이.. 한 달에 한 번씩은 뭔가 반짝반짝하는 들뜬 분위기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무조건 모든 사람이 기쁘고 즐거워야 하기를 강요당하는 느낌의 기념일들. 서로의 지루함을 메꾸기 위한 도구는 아닐까?

사랑은, - 연애는. 할 때도 좋지만, 어찌 생각해 보면 시작하기 직전이 좋은 것 같다. 서로의 감각과 말초 신경을 건드리는 짜릿함, 아슬아슬함과 함께, 완벽한 독립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난 역시 사랑을 하기엔 너무 이기적인 걸까? ^^

BUT, if you find the only One, how cannot  you make love with Him? So, don't worry about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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