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가 다음달 21일 열리는 수원시향 연주회에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으로 지휘봉을 잡는다. 2001년부터 무려 3년간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을 연주했던 국내 정상급 피아니스트가 초보 지휘자로 데뷔하는 셈.
대학 시절 틈틈이 지휘 공부를 배웠던 수원시향 상임 지휘자 박은성 교수(한양대)에게 “등을 떠밀렸다”고 한다. “수없이 들어도 마치 처음 듣는 곡 같습니다. 악보를 보며 밤을 새우기도 하고 자다가도 깜짝 놀라서 일어납니다.”


크리스토퍼 에센바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다니엘 바렌보임 등 외국에선 피아니스트가 ‘지휘 겸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 43세의 중견 연주자가 지휘를 하겠다고 나선 건 극히 이례적인 일. “손을 다쳤느냐?”는 말까지 들었다.


“피아노는 여러 성부를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와 가장 가까운 악기입니다. 이 때문에 건반이라는 한계에서 탈출하고 싶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지휘는 늘 욕망의 대상입니다.”


김 교수는 국내 클래식 풍토에 대해 절박할 만큼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한국의 클래식 공연은 연주인의 제자나 친척 등 관계자들이 많은 객석을 차지하죠. 순수하게 듣고 즐길 줄 아는 음악층을 넓히지 못하면 미래는 없습니다.”


김 교수는 매월 한 차례씩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수도권지역 고교를 직접 찾아가 음악회를 연다.


25일 경기고를 시작으로 명지고·신일고·이화여고 등을 찾아 갈 예정이다. 이 음악회에서 김 교수는 해설과 연주를 맡아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쇼팽의 ‘녹턴’ 등 친숙한 곡을 들려준다. 5월 3일에는 뉴욕 링컨센터에서 독주회를 열며, 9월에는 아일랜드의 더블린 국립교향악단과 협연한다.

김 교수는 “무대에서 나이를 먹어 가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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