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가득한 것으로 말하게 된다는 성경의 말씀은 정말 맞는 말씀이다.

한 여자를 만났다. 눈동자는 좌우로 쉴새없이 흔들렸고, 화장기 하나 없는 하얀 얼굴에 표정은 어두웠다. 내 나이 또래나 되었을라나?  그녀는 4년간 만나왔던 남자친구를 뿌리치고, 집에서 '가라고' 정해준 어떤 엘리트급 남자와 2번 보고 결혼했다.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겼는데, 이 남자는 아내를 구타하는 거다. 

처음엔 이혼을 할까말까 많이 두렵고 망설였지만, 이혼을 하고 난 지금, 왜 여태까지 참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속이 후련하다. 그러나 아기는 점점 커가고, 생계를 위해 일을 시작해야 겠노라고 말했다. 그녀의 흔들리던 눈동자를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한 남자를 만났다. 모든 일에 자신만만하며 큰 소리로 자신의 사업이야기, 자동차 이야기, 이거저것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내가 보기에 굉장히 화려한 싱글로 보이더라. 다만 요즘 들어 부쩍 나이를 느끼며 친구들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느낀다는 말 끝에 결혼에 대한 강한 열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과감하게 대쉬하는 스타일로,  한 여자를 사랑했고, 25살 때 결혼하고자 그 여자에게 청혼했다. 처음엔 그를 받아들였던 그녀지만,  결혼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그의 전공(신학)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의 부담감으로 나중에는 그를 만나주지도, 전화를 받아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이후, 그는 반드시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 듯 하지만, 신학 공부를 그만 두었고, 지금의 사업을 하게 된 거다. 어떤 여자도 믿을 수가 없었노라고 말하던 그 사람의 표정이 생각난다.

싱글의 화려함으로 채울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분명히.

한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늘 부정적인 현실과 자신의 뜻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는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지냈고, 만족스러운 일을 구하지 못했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다 하지 못했다는 약간의 자격지심이 있다. 하지만 그는 훈련으로 다듬어진 예의바른 태도와, 자신의 '의'가 있어, 착하고 바르게 산다.

그에게는 숨겨진 야망, 꺽여서 비틀어진 꿈의 모양이 있으며, 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는 가시와 상처가 묻어난다. 그는 속박을 싫어하면서도 결국은 벗어나지 못하는 어떤 우리에 갖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슬픈 구도자라면 구도자다.

최근들어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 삐죽 올라갔던 눈꼬리는 다정하게 내려왔고, 뾰족하던 말투도, 씁쓸하게 웃던 어두운 미소도 사라졌다. 진정으로 환하게 웃을 줄 알게 되었고, 다 풀린 것은 아니지만,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던 강한 매듭하나가 풀린 것 같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최근에, '그 비밀'을 깨달은 것 같다.

'그 비밀'은 사람의 표정을 달라지게 하는 힘이 있다. 그것은 표정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점은 역시 영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는 사람에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 잘 듣는 약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비밀'이다.

그 비밀.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슴 벅차오르도록 기쁨을 주는 그 비밀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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