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갈아입기를 잘했다.
지난 토요일 새벽 교회 식구분의 어머님이 소천하셨다. 오늘 장례식장에 가는 줄도 모르고 룰루랄라 옷을 입고 갔다가 그럭저럭 괜찮을 거라는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에 와서 까만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분당에 있는 병원까지. 엄청 밀릴 줄 알았는데, 1시간도 안 되어 도착했다. 신나게 밟았더니 나도 신나고, 차도 신나고. 과자먹으며 떠들며 하하호호 신나게 병원에 도착했다.
3층에 있는 장례식장에 들어서기 전 화장실을 갔는데, 남자화장실을 유유히 들어가려던 SJ양을 보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웁스. 너무 크게 웃었나. 암튼 이리저리 옷 매무새를 고치고...
장례식장은 고요했고, 향 냄새보다는 그 안을 가득찬 국화향으로 참 향기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향 냄새는 왠지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온 몸 가득 죽음이 느껴져서 우울해 진다. 하지만 국화향은 따듯하고 은근하게 온 몸을 감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평화로운 죽음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년을 한 교회를 섬기시며 베푸신 사랑에 감사하는 화환이 하나 가득했고, 사람들도 조용하고도 안스럽지 않은 죽음을 대하며 슬프지만, 기뻐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상주이신 우리 교회 형제님과 그 분의 자매님은 많이 피곤해 보였지만, 그래도 크게 상심하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장례식. 가기 전에 분당이라는 먼 거리에 갈까 말까 많이 망설였는데, 다녀오길 잘 한것 같다. 죽음앞에서 소망과 기쁨으로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다는 것. 믿음의 사람들에게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