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버랜드를 찾아서>
정말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났다. 중학교때부터 단짝 친구였는데, 그 때는 예쁘고, 키도 크고, 옷도 잘 입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선생님들에게도 이쁨 받는, 그녀가 나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중학교 사춘기 소녀의 사랑의 대상이자, 집착의 대상이기도 했다. 늘 밝고, 신선하고, 마음씨 고운 그녀는 그렇게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
네버랜드는 이 영화 속에서 어른이라면 누구나 가 보고 싶어하는 동경의 장소이다. 그 곳은 사랑하지만, 이제는 세상에 더 이상 살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 곳은 피터팬의 동네처럼 맛있는 음식이 있다고 믿을 때에만 그 음식이 보이고, 시계를 삼킨 악어가 돌아다니며, 무시무시한 해적 선장이 살고 있고, 마법 가루를 뿌려 날아다니는, 요정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네버랜드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사는 곳은 바로 네버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큰 강아지를 춤추는 곰으로 변신시킬 수도 있고, 푸른 숲에서 황야의 인디언 추격놀이를 할 수도 있다. 그들은 나무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죽은 사람이 살아날 수도 있는 곳에 산다. 그들은 늦은 밤, 잠자리에 들지 않는 아이들을 잠들게 하는 강아지 유모를 보고 킥킥댈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이 네버랜드라는 것도 모르지만, 이미 그들이은 네버랜드의 주인이며, 소중한 일부이다. (우리의 귀여운 피터만 제외하고)

어른들은 네버랜드를 동경하며 늘 그 곳에 데려가 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들은 사교계의 평판을 두려워하고, 품위를 지키기 위해 등을 꼿꼿이 세우고 걸어야 하며, 과부를 유부남이 도와주어선 안되고, 자신과 함께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어른들은 돈을 계산하고, 무대를 만든다. 네버랜드를 보여주려고 노력하지만, 보지도, 보여주지도 못하며 돈을 내고, 돈을 받는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네버랜드에 사는 것처럼 살아가는 어른이 있다. 바로, 실비아(케이트윈슬렛)와 베리(조니뎁), 그리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순수한 노부부다. 그들은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고, 상상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네버랜드에서 놀 수 있다. 그리고 네버랜드에 이미 사는 어른도 있는데 그들은 베리경의 형과,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순수한 노부부 중 영화 중간에 죽은 할아버지, 그리고 실비아다. 실비아는 아마도 웬디와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그녀의 죽음은 상징적이고 환타지적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네버랜드는 전염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아이들을 통해 베리경이, 베리경을 통해 피터가, 베리경의 연극과 극장에 들어온 25명의 아이들을 통해 극장에 온 귀족들이,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신나는 세상이 될 게다.
**쓰다보니 호밀밭님의 표현을 빌어, 커피 한 대접만큼의 스포일러가 있는 듯..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