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때 듣는 교양은 사실말이지 널널했던 것 같다. (적당한 출석관리와 요령껏 쓰는 레포트, 눈치껏 보는 시험. ^^ 맨앞에서 눈을 초롱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들어주는 이미지 관리)

그 중에 국어과 교양 수업이었던 것 같다. 그 교수님의 수업 내용은, 이야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 내지는 이야기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하는 등의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1년밖에 안 지났는데도 기억이 잘 나질 않음은.. ㅡㅡ; 역시 널널히 공부했음이야...

아마도 그 교수님은 강사 선생님이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른 몸매에 약간 얇으면서 허스키한 목소리와 안경이, 그저 딱 보기에도 신랄한 비평가 내지는 깐깐한 교수님의 전형이었던 것 같다. 처음 수업을 들어갔을 때,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아.. 4학년 마지막 교양을 잘못 신청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에게만은 해당되지 않았으니, 이 교수님은 그마만큼 특별했다 하겠다. 아마도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우리학교의 수업을 그만 나오게 되시는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그래서 더욱 막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ㅋㅋ

그 교수님은 바로 음악과 학생-특히 여학생-들에게 굉장한 호감을 갖고 계셨는데, 이유인 즉슨, 교수님의 첫 사랑이 바로 예쁜 음악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학생으로서 음악선생님을 만난 건 아는 듯하다.) 게다가 교수님의 그 첫사랑을 내가 닮았던지.. 교수님은 참 많이 나를 배려(?)해 주셨다. 호홋

어떤 식인고 하니, 일단 지각과 결석을 용납할 수 없다고 첫 시간부터 말씀하셨던 교수님이.. (우연인지는 몰라도) 내가 지각할 때는 출석을 안 부르시거나 수업이 끝나고 부르신다.  사실 말해서, 1교시 수업에 늦지않고 제 시간에 도착한다는 것은 왠만한 부지런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집앞 전철역에 늦어도 7시까지는 도착해야 하니.. 집에서는 여유있게 준비하려면 늦어도 6시에는 일어나야하며, 일어나도 후다닥 준비해야 한다.)

암튼, 덕분에 엄청난 지각 대장에다가, 전철역에서 멀기도 먼 문과대까지 땀흘리며 뛰어도 겨우 도착할까 말까 했던 내가, 그 수업에서 만큼은 지각과 결석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늘 나에게 "전에,내 수업 들었었나요? 얼굴이 많이 익네~" 하시며 꼭 한 마디씩 던지셨던 게 생각난다.

그 수업의 반은 조별 발표 수업인데, 그 발표에서도 내가 속한 조는 모든 사람(특히 같이 듣던 우리과 후배 오빠.-나이가 많은 후배 오빠다)들의 예상대로 가장 큰 칭찬을 받았고, 교수님의 박수갈채와 찬사를 독차지했다. 중간 고사 없이, 기말고사로만 평가했는데, 처음에는 기말고사 만큼은 엄격하게 치르겠노라고 선언하신 것과는 달리, 오/픈/북 테스트로 시험을 치뤘다.

나는 여유있게 A+를 받았다. ^^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 교수님, 나에게 뿐만 아니라 음악과를 나온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점수를 잘 주신다고.. 자신의 지금 와이프(사모님)에게 속아서. -교수님 말씀으론 그렇다 뭐 .. 제주도에 사 놓은 땅도 많고, 재산이 많으니, 결혼한다면 모두 물려주겠다는 말에 속아서 결혼했다는..ㅡㅇㅡ.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암튼 재미있는 교수님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함께 수업을 듣던 후배 오빠의 곱슬곱슬한 머리와 교수님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문득 생각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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